호남·세종시 높고, 영남·강원 낮은 편…의석 많은 서울·수도권 유권자, 정치 불신 나타나
  •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공개한 2016년 4월 13일 20대 총선 투표율. ⓒ중앙선관위 홈페이지 캡쳐
    ▲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공개한 2016년 4월 13일 20대 총선 투표율. ⓒ중앙선관위 홈페이지 캡쳐

    여야를 불문하고 분열과 내홍으로 소란스러웠던 20대 총선이 막을 내렸다. 총 투표율은 58.0%, 지역 별로 보면 ‘완만한 서고동저(西高東低)’의 특성을 보였다. 결국 20대 총선 또한 ‘지역색’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뜻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집계에 따르면, 4월 13일 20대 총선은 총 유권자 4,210만 398명 가운데 2,433만 9,694명이 투표했다. 사전투표를 한 유권자 528만 8,554명을 포함한 숫자다. 

    20대 총선의 지역별 투표율을 보면, 전라남도가 63.7%로 가장 높았고, 이어 세종특별자치시가 63.5%로 2위, 전라북도가 62.9%로 3위, 광주광역시가 61.6%로 4위로 나타났다.

    투표율이 가장 낮은 지역은 대구광역시로 54.8%였다. 두 번째로 낮은 지역은 부산광역시 55.4%, 세 번째는 충청남도로 55.5%였다. 인천광역시 또한 55.6%로 비교적 낮은 투표율을 보였다. 경상북도 56.7%, 경상남도 57.0%가 그 다음 투표율이 낮은 곳이었다.

    수도권 지역 투표율은 지방과 큰 차이는 없었지만, 비교적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인구 1,000만 명의 한계가 깨진 서울특별시는 58.7%였고, ‘전세 난민’이 많이 있는 경기도는 57.4%의 투표율을 보였다. 소외감을 많이 느낀다는 제주특별자치도와 같은 투표율(57.4%)이었다.

  • 20대 총선 지역별 투표율 그래프. ⓒ네이버 캡쳐-중앙선관위 제공
    ▲ 20대 총선 지역별 투표율 그래프. ⓒ네이버 캡쳐-중앙선관위 제공

    언론 등은 20대 총선 투표율이 역대 최저는 아니라고 전했다. 실제 2012년 19대 총선 투표율 54.2%, 2008년 18대 총선 46.1%, 2000년 16대 총선 57.2%보다는 높은 수치다. 하지만 투표율이 매우 낮았던 당시 국내외 상황을 고려해 보면, 20대 총선에서 정치권과 국민들이 우리나라 상황을 바라보는 시각이 매우 컸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월 8일과 9일 사전투표, 4월 13일 투표 당일 투표소 주변이나 총선 기간 동안 확인할 수 있었던 ‘바닥 민심’은 “20대 총선은 국민과 관계없는 선거”라는 소리가 대부분이었다.

    국민들이 걱정하는 국가안보, 경제 활성화 등에 대한 현실적인 대안 제시는 없고, 여야 모두 ‘포퓰리즘’을 내세우거나 ‘지역만 강조하는’ 정치권의 목소리에 흥미를 잃었다는 반응이었다.

    여당의 경우에는 강원 지역을 제외하고는 자신의 ‘텃밭’이나 마찬가지였던 대구·경북·경남·부산 지역에서 고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지자들이 여당에 바라는, 안보 문제나 기업 활성화 전략을 강조하기 보다는, 공천에 눈이 멀어 ‘친박’이니 ‘진박’이니 하는 내부 분열로 오랜 기간 갈등을 빚고, 이 과정에서 당의 정체성과 무관한 사람들이 나타나면서, 그동안 ‘새누리당 간판’을 달고 활동한 게 아니냐는 지지자들의 비판 여론이 들끓었다.

    야당은 공천 전부터 분열을 시작, 두 개의 당으로 쪼개지고 공천에 탈락한 일부 인사들이 무소속으로 출마해 선거에서 심각한 열세에 처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지역색과 정체성을 십분 강조하고, ‘포퓰리즘 공약’을 꾸준히 내놓으면서 여당과 비교해서도 성공한 결과를 얻었다는 평가는 받는다.

    세종특별자치시나 경상남도, 충청남도, 경기 북부 일대에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후보들이 선전하고, 비례대표를 결정하는 정당 투표에서 기대 이상의 성과가 나왔다는 평가도 나오기 시작했다. 일각에서는 국민의 당과 친노 출신 무소속 후보들의 선전을 보면서 “친노가 부활했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 여야 3당 대표의 모습. 4월 13일 20대 총선 이후 정치권에서는 파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민과는 하등의 상관이 없어 보인다. ⓒ뉴데일리 DB
    ▲ 여야 3당 대표의 모습. 4월 13일 20대 총선 이후 정치권에서는 파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민과는 하등의 상관이 없어 보인다. ⓒ뉴데일리 DB

    하지만 이는 언론과 정치권에서나 나올 만한 평가일 뿐 20대 총선은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과 국민들 사이의 거리가 더욱 멀어진 선거라는 평가를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세대별, 소득 격차 별 갈등을 해소하고, 2016년 새해 벽두부터 시작된 북한의 안보 위협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주도적으로 움직이는 모습 등이었다. 하지만 선거운동 기간 전부터 총선을 이끌었던 김무성·김종인 등 여야 대표는 철저히 ‘여의도 꾼들의 논리’만을 내세우면서, 스스로 국민들과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였다.

    얼핏 생각하면 나쁘지 않아 보이는 20대 총선 투표율은 ‘완만한 서고동저’라는 지역적 특성, 그리고 ‘국민의당’을 선택한 사람들이 크게 증가했다는 점 등에서 ‘구태 정치인들의 실패’라는 평가도 나온다. 그리고 이들 구태 정치인들이 실패했다는 ‘평가’는 20대 국회 기간 내내 계속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