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위부 직원 100~1만 달러 강제 할당…정치범 가족에게도 “달러 주면 풀어준다” 유혹
  • ▲ 통일부는 지난 8일 "북한 해외식당 직원 13명이 집단 탈출, 한국으로 귀순했다"고 밝혔다. 북한 해외식당은 김정은 집단의 주요 외화벌이 수단 가운데 하나다. 사진은 중국의 한 북한식당 저녁 공연장면. ⓒ통일부 블로그 캡쳐
    ▲ 통일부는 지난 8일 "북한 해외식당 직원 13명이 집단 탈출, 한국으로 귀순했다"고 밝혔다. 북한 해외식당은 김정은 집단의 주요 외화벌이 수단 가운데 하나다. 사진은 중국의 한 북한식당 저녁 공연장면. ⓒ통일부 블로그 캡쳐

    지난 8일 통일부는 “중국에 있는 북한 해외식당 종업원 13명이 집단 탈출, 동남아를 거쳐 한국으로 귀순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통일부는 “탈출한 북한 해외식당 종업원은 남성 지배인 1명, 여성 종업원 12명”이라면서 “이들은 매출은 계속 줄어드는 데도 불구하고 본국의 ‘외화 상납’ 요구 때문에 빚까지 지게 되면서 북한 체제에 회의를 느끼고 탈출을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는 북한 해외식당 종업원들의 집단 탈출이 유엔 안보리 등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효과를 보는 것과 동시에 한국의 체제 우월성이 큰 이유라는 분석을 내놨다. 일각에서는 ‘가정맹어호(苛政猛於虎)’라는 말처럼 북한 김정은 집단의 ‘외화 착취’가 극에 달했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분석도 내놨다. 이를 뒷받침하는 외신 보도도 있다.

    지난 8일(현지시간) ‘자유아시아방송(RFA)’은 북한 내부 소식통을 인용, “현재 북한의 국가안전보위부가 보위부 직원들에게 외화벌이 과제를 부과하고, 4월 10일까지 ‘달러’를 갖다바치라고 독촉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자유아시아방송’은 “보위부 직원 가족이라고 밝힌 北자강도 소식통의 이야기”라면서 “정치범 수용소 수감자 가족들에게까지 ‘달러’를 바치면, 죄를 면해주거나 무효화 해주겠다고 회유하고 있어 주민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고 보도했다.

    ‘자유아시아방송’과 지난 7일 접촉한 北자강도 소식통은 또한 “북창 화력발전소 보수 공사를 위한 자금 모금을 4월 10일까지 무조건 끝마치라는 보위부 본부의 지시가 거의 매일 내려오고 있다”면서, 현재 북한 국가안전보위부는 시, 군 단위 보위부장은 1만 달러, 과장급 간부는 1,000달러, 일반 직원들은 100달러를 바치라고 명령을 내렸다고 전했다.

    이는 북한 주민들이 실제 벌어들이는 수입과 비교하면, 최소 1년 치에서 최대 100년 치 수준의 거금이다.

    ‘자유아시아방송’과 접촉한 소식통은 “이렇게 많은 달러를 바치라는 명령에 불만을 품은 보위부 지방 간부들이 시간을 끌면서 달러를 상납하지 않자 4월 10일까지라고 날짜를 못 박고 ‘능력없는 자들은 보위부에서 일할 자격이 없다’며 직원들을 공공연히 협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 北국가안전보위부장 김원홍(붉은 원 안의 인물)은 황병서와 함께 김정은의 최측근으로 불린다. 북한 주민들은 실질적인 2인자로 김원홍을 꼽는다고 한다. ⓒ북한 권력암투 관련 TV조선 보도화면 캡쳐
    ▲ 北국가안전보위부장 김원홍(붉은 원 안의 인물)은 황병서와 함께 김정은의 최측근으로 불린다. 북한 주민들은 실질적인 2인자로 김원홍을 꼽는다고 한다. ⓒ북한 권력암투 관련 TV조선 보도화면 캡쳐

    ‘자유아시아방송’은 함경북도의 다른 소식통 이야기도 전했다. 이 소식통은 “얼마 전에 시 보위부에 불려갔는데 ‘관리소(보위부가 운영하는 감옥)’에 수감된 남편을 용서해 줄테니 그 대가로 1만 달러를 내놓으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주장했다.

    이 소식통은 “각 시, 군 보위부가 수감자 가족들을 따로 불러 풀어주는 대가로 3,000~1만 달러까지 요구하고 있다”면서 “보위부는 이 돈이 국가를 위한 중대 사업에 쓰이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자유아시아방송’은 북한 소식통을 인용, “국가안전보위부가 내부 직원은 물론 수감자 가족들에게까지 달러를 요구하는 이유는 최근 보위부장 김원홍이 김정은에게 ‘올해 농사에 쓸 비료 수입은 모두 보위부가 책임지겠다’고 큰 소리를 쳤다가 달러가 부족해지자 주민은 물론 보위부원까지 수탈하는 것”이라면서 “보위부 안팎에서 김원홍을 향한 반발과 원성이 심상치 않다”고 설명했다.

    ‘자유아시아방송’의 이 같은 보도와 지난 8일 통일부가 발표한 ‘북한 해외식당 종업원 귀순’과 전혀 관계가 없을 듯하지만, 중국과 동남아 일대에 130여 개나 있는 북한 해외식당의 지배인이 대부분 국가안전보위부 직원이라는 점을 고려해 보면, 해외 식당에서도 이와 같은 ‘달러 착취’가 있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

    실제 북한 외화벌이 사정을 아는 대북 소식통이나 해외 소식통들은 “북한 해외식당의 여종업원 가운데 일부는 종업원을 감시하는 역할을 맡은 지배인(실은 보위부 직원)의 강요에 의해 성매매를 하며, 그 돈은 대부분 보위부에 빼앗긴다”는 증언을 전한 바 있다.

    ‘자유아시아방송’이 언급한 국가안전보위부장 김원홍은 김정은 체제가 들어서고 장성택이 처형된 뒤부터 황병서와 함께 김정은의 가장 최측근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북한 주민들은 북한의 2인자로 주저없이 김원홍을 꼽는다고 알려져 있다.

    김원홍과 관련해서는 친인척들은 밀수, 마약밀매 등 온갖 불법적 외화벌이 사업을 벌여 막대한 부를 축적하고 있다는 소문도 끊이지 않고 들려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