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청진시 진출, 임가공 맡겼던 中기업들 주문 물량 대폭 축소…北주민들 불안
  • ▲ 중국 접경 지역에서 바라 본 북한 공장들의 모습.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중국 접경 지역에서 바라 본 북한 공장들의 모습.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유엔 안보리와 한국, 미국, 일본, EU 등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본격 시행되자 中기업들의 대북활동이 크게 위축되고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이 지난 3일 북한 소식통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자유아시아방송’과 지난 3월 30일 접촉한 함경북도 소식통은 “청진에서 중국기업의 임가공 주문을 받아 상품을 생산하던 공장들이 주문량 감소로 고전하고 있으며, 그동안 청진에서 임가공 사업을 활발하게 벌이던 중국 기업들이 최근 사업을 접으려는 조짐이 보인다”고 전했다고 한다.

    이 소식통은 “청진에서 그나마 잘 돌아간다는 공장들은 모두 중국 기업의 임가공 주문을 받는 공장들”이라면서 “과거 자재와 전기부족으로 멈췄던 공장들이 중국 기업과 임가공 납품 계약을 맺고 살아나 지금까지 유지돼 왔다”고 설명했다.

    이 소식통에 따르면 함경북도 청진시에 있는 ‘청진피복공장’ ‘편직물공장’ ‘그물공장’ ‘냉동공장’ 등이 중국 기업으로부터 임가공 납품 계약을 받았고, 중국 기업의 지원을 받아 설비도 교체했었다고 한다.

    중국 기업들에게 납품하던 북한 공장들은 공장부지, 설비, 인력을 제공하는 대가로 임가공 비용을 받아 챙겼으며, 공장 근로자들은 기술 숙련도에 따라 130위안(한화 약 2만 3,000원)부터 250위안(한화 약 4만 4,000원)까지 월급을 받았었다고 한다.

    ‘자유아시아방송’과 지난 3월 28일 접촉한 함경북도 청진시 소식통은 “최근 들어 중국 기업들이 투자는커녕 주문 물량을 대폭 줄이고 있으며, 투자 약속을 지키지 않고 사업 자체를 접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고 한다.

    청진시 소식통은 “올해 초까지만 해도 중국 사업가들이 더 많은 임가공 생산을 요구하며, 적극적인 시설투자 의지를 보였다”면서 “중국 사업가들의 투자 약속에 청진 시민들의 기대도 매우 높았다”고 전했다.

    하지만 최근 함경북도 무역국의 주선으로 농촌경영위원회와 중국 기업이 청진시에 합작 설립한 ‘관모봉 회사’는 농기계를 북한으로 들여오겠다는 약속을 3월에 취소했다고 한다.

    또한 청진시 수산협동조합과 중국 기업이 진행하던 수산물 가공 협력사업도 무산됐고, 청진피복 공장과 편직물 공장에서 임가공을 하던 중국인 사업가들도 주문을 미루면서, 사업 자체를 접으려는 움직임이 뚜렷하다고 한다.

    ‘자유아시아방송’은 “요즘 중국과의 사이가 좋지 않다고 해 걱정이 많았지만 중국 투자자들의 심상치 않은 움직임에 주민들마저 두려워하고 있다. 중국 업체들이 다 빠져나가면 청진시는 심각한 경제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소식통의 이야기를 전하기도 했다.

    ‘자유아시아방송’과 접촉한 북한 소식통의 이야기는 꽤 신빙성이 있어 보인다.

    중국 내에서는 2009년 이후 임금 상승으로 생산원가가 크게 올랐다. 때문에 아직은 인건비가 낮은 북한으로 눈을 돌린 것이다. 북한에 임가공을 맡긴 중국 기업들의 주요 수출대상국은 미국, EU, 일본 등이다. 이들 모두 ‘세컨더리 보이콧’을 포함해 강력한 대북제재를 시행하고 있어, 북한에서 임가공한 상품이라는 사실이 드러나면 회사가 문을 닫을 수도 있다.

    중국 기업들은 이런 위험성을 피하기 위해 북한에서의 임가공을 대폭 줄이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문제는 이로 인해 북한 주민들의 소득이 크게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이다.

    김정은 집단은 2000년대 이후 사실상 무너진 국가배급체계를 복원하려는 노력도 하지 않고 있어, 북한 주민들의 수입원이 사라질 경우 생활이 극도로 피폐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