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찍으면 광주는 남녘 소도시로 전락"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대표의 광주행이 국보위 전력 논란을 되살리는 등 괜한 벌집을 쑤셨다는 평을 듣고 있다. 광주시민들의 정치적 선택의 자유를 무시하는 협박성 막말의 향연까지 이어지는 등 논란을 자초해 득표 요인이 됐다기보다는 되레 감표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지적이다.

더민주 김종인 대표는 27일 광주광역시를 방문해 이 지역에 출마한 국민의당 후보들에 대한 거센 비난을 쏟아냈다. 전날 전남행에 이어 연 이틀 국민의당과 강력하게 날을 세우는 행보를 이어간 셈이다.

김종인 대표는 이날 광주 문화동에서 "광주에 기득권을 가지고 정치를 하는 분들이 자기네들의 정치생명을 연장하기 위해 결국 당을 분열시키지 않았느냐"고 국민의당 소속으로 출마한 광주 현역 의원들을 매도했다.

아울러 "광주가 야권 분열의 도시가 돼 정권교체의 가능성마저 방해하는 도시라는, 그런 이름을 지녀서는 절대로 안 된다"며 "이것을 광주에서 해결하지 못하면 우리 광주의 정치적인 미래가 어떻게 될 것이라는 걸 잘 생각해야 한다"고, 마치 국민의당 후보를 찍으면 광주가 당장 망하기라도 할 것처럼 겁박했다.

광주 광산을에 출마한 이용섭 후보도 같은 자리에서 국민의당 박주선(동남을)·천정배(서을)·장병완(동남갑)·김동철(광산갑) 의원의 이름을 실명 거론하며 "이 분들은 우리 당에 있었으면 컷오프당해서 (총선에) 나오지도 못할 사람들인데 사기 치는 것이다, 사기 치는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그러면서 김종인 대표와 장단을 맞춰 "이번에 일시적으로 판단을 잘못해서 국민의당을 찍으면 정권을 교체할 수도 없고 견제할 수도 없다"며 "우리 광주는 대한민국 남녘의 소도시로 영구히 전락해버릴 것"이라고 '우리 광주' 협박성 발언을 이어갔다.

광주에서 5·18이 일어난 직후 전두환정권의 초헌법적 입법기관인 국가보위입법회의에 전문위원으로 참여했던 더민주 김종인 대표가 '우리 광주'를 운운하는 형용모순적 행태에 국민의당은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국민의당 김경록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김종인 대표는 국보위 출신인데 어찌 '내가 당에 있는 한 호남의 권익을 대변하는 역할을 충실하게 할 것'이라는 말을 입에 담는가"라며 "전두환정권에서 광주 민주화정신을 유린했던 사람이 '민주주의를 갈망한 광주정신'을 운운하는 것은 민주·인권·평화의 도시 광주를 분노케 하는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같은 당 김정현 대변인도 "김종인 대표가 야당 분열의 책임을 결국 광주 유권자들이 져야 하고 정권창출을 방해하지 말라는 식의 언동을 서슴지 않은 것은 광주시민은 물론 호남 전역의 유권자들을 정면으로 모독한 것"이라며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야당 분열의 책임을 왜 호남 유권자가 져야한다는 말이며, 또 정권창출을 방해하지 말라니 이 무슨 망언인가"라고 질타했다.

나아가 김종인 대표가 호남을 이리저리 돌아다닐 것이 아니라, 당의 실소유주인 문재인 전 대표가 오라는 돌직구까지 날아들면서, 여러모로 김종인 대표의 광주 행차는 자충수로 귀결되는 모양새다.

국민의당 박지원 의원은 이날 SNS를 통해 "김종인 대표가 호남을 방문해 '호남 대변자'를 자처했단다"라며 "국보위 이래 전두환정권에서 고위직을 지내며 호남 소외에 말 한마디 했는가를 생각하면 '소가 웃을 일'"이라고 일축했다.

이어 "김종인 대표가 '나는 더민주 바지사장 아니다'라고 해도, 국민은 '김종인은 바지사장, 주인은 문재인'이라고 한다"며 "국보위 경력의 김종인 대표가 호남을 방문하기에 앞서 문재인 전 대표가 방문하는 게 도리"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문재인 전 대표가 지난 대선에서 90% 이상의 지지를 보냈던 호남을 방문해 야권 분열과 호남 소외를 야기한 친노패권주의를 사과해야 한다"고 돌직구를 던졌지만, 현실적으로 호남의 반문재인 정서는 여전히 강해 문재인 전 대표는 호남 근처에 얼씬도 할 수 없는 형편이다.

이를 모를 리 없는 박지원 의원이 "문재인 나오라"고 돌직구를 던진 것은, 호남을 '핵심 지지 기반'으로 한다는 제1야당의 대권 주자라는 사람이 정작 '핵심 지지 기반'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 못하고 '바지 사장'을 대신 내려보내는 현실을 아프게 꼬집은 것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