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식 "민심을 치유하는 정치적 의사될 터… 친환경 수산물 직불제 추진"
황주홍 "선거, 축제되도록 선의의 경쟁… 쌀 뿐만 아니라 5대 농산품 시세 안정시키겠다"
  • ▲ 보성읍내에 위치한 전남 고흥·보성·장흥·강진 선거구의 더불어민주당 신문식 의원 선거사무소. ⓒ보성(전남)=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 보성읍내에 위치한 전남 고흥·보성·장흥·강진 선거구의 더불어민주당 신문식 의원 선거사무소. ⓒ보성(전남)=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한 명씩 탈락하는 '나는 가수다'도 아닌데 긴장감이 감돈다. 3명의 초선 국회의원 중 1명은 탈락하고, 이제 둘만 남아 물러설 수 없는 진검 승부를 벌이게 됐다.

    전국 253개 지역구 중에서 보기 드물게 더불어민주당 신문식 의원과 국민의당 김승남·황주홍 의원, 3명의 초선 의원이 얽혀 주목을 받았던 전남 고흥·보성·장흥·강진은 양당의 경선 결과 '신문식 대 황주홍'으로 대진표가 정해졌다. 전라남도 10개 선거구 중 유일하게 현역 의원간 대결으로 진행된다.

    '호남 민심'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더민주와 국민의당이 내세운 대표 주자로 출전한 신문식 의원과 황주홍 의원은 초선이라는 선수(選數) 외에는 대조가 뚜렷해 군민들의 선택이 주목된다.

    더민주 신문식 의원은 1987년 상경해 김대중 전 대통령(DJ)의 평민당 대선 캠프에 자발적으로 합류한 이후 반평생 30년 동안 중앙당에서 조직통으로 활동해왔다. 동향인 고 박상천 전 대표를 정치권으로 이끌어내는 등 고향인 고흥과는 이런저런 인연을 계속 맺어왔지만, 주된 활약은 중앙당에서 보이게, 또 보이지 않게 펼쳤다.

    국민의당 황주홍 의원은 1993년, 직전해에 있었던 대선에서 패배한 DJ가 정계 은퇴를 선언하고 창설한 아태평화재단에 연구실장·기조실장으로 합류하면서 DJ와 인연을 맺게 됐다. 이후 1995년 DJ의 정계 복귀를 위한 새정치국민회의 창당에도 깊숙이 관여했다. 2004년 10·30 강진군수 재선거에 민주당 후보로 출마해 열우당 국영애 후보를 누르고 선출직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이후 강진군수 3선에 성공하며 지역에서부터 차근차근 성장해온 인물이다.

    24일 후보등록을 필두로 선거전이 본격 시작된 가운데, 두 후보는 모두 '치유와 화합' '선의의 경쟁' '축제되는 선거'를 강조하고 있다.

    각각 고흥·보성과 (영암·)장흥·강진으로 나뉘어져 있던 선거구가 합쳐져 4개 군(郡) 대형 선거구로 거듭남에 따라 소지역주의 갈등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두 후보 모두 우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또, 치열했던 양당의 경선 과정에서 빚어진 앙금이 아직 남아 있다는 지적도 있다.

    신문식 의원은 "인심 좋고 살기 좋던 우리 고흥을 비롯 보성·장흥·강진이 거듭된 선거의 여파로 갈기갈기 찢어졌다"며 "인심을 치유하는 정치적 의사와 같은 역할을 맡겠다"고 자임했다. 황주홍 의원도 "고흥·보성·장흥·강진은 내 새로운 고향"이라며 "고향 어르신들을 모시고 선거를 축제로 만들 수 있도록 앞장서서 선의의 경쟁을 펼치겠다"고 다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거전이 진행되면 소지역주의 양상은 어쩔 수 없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는 게 지역 정가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보성군과 장흥군 사이에는 제암산이 있는 등 선거구가 합쳐지기 전의 두 지역은 교통이나 문화권, 생활권 측면에서 차이가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고흥·보성 선거구 시절, 고흥에서만 국회의원이 계속 나와 보성에 소외 심리가 있기 때문에 황주홍 의원이 유리하다"라든지 "황주홍 의원이 강진군수 출신이기 때문에 장흥에서의 기반은 장흥만 못해 신문식 의원이 불리할 것이 없다"는 등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없는 말들이 많이 떠돌고 있다.

    하지만 장흥과 보성에서 만난 택시기사와 시민들은 정작 선거에 대해 유보적 시각들을 많이 보이고 있어, 향후 선거전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표심이 어느 쪽으로 흐를지가 관건이다.

    선거전의 양상은 더민주나 국민의당 등 당풍(黨風)에 힘입거나 지도부의 지원 유세에 기대기보다는, 후보의 개인 브랜드로 맞붙는 각개전투의 양상이 될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두 사람 다 현역 의원이기 때문에 재선(再選)을 놓고 겨루는 이번 선거에서는 자신만의 브랜드를 보여줘야 한다는 지적이다.

  • ▲ 보성읍내에 위치한 전남 고흥·보성·장흥·강진 선거구의 국민의당 황주홍 의원 선거사무소. ⓒ보성(전남)=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 보성읍내에 위치한 전남 고흥·보성·장흥·강진 선거구의 국민의당 황주홍 의원 선거사무소. ⓒ보성(전남)=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이와 관련해, 두 사람 모두 선거에 있어서는 일가견이 있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어 흥미로운 본선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신문식 의원은 1987년 평민당 DJ의 대선에 뛰어든 이래 이듬해 총선에서는 전남 목포와 고흥에서 각각 권노갑 상임고문과 박상천 전 대표의 승리를 이끌어내는 등 최근 30년 내내 선거만 치르고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선거 전문가'다.

    황주홍 의원도 만만치 않다. 2004년 총선에서는 강진·완도에서 민주당 후보로 나서 '탄핵 광풍' 속에서도 45.8%를 득표, 열우당 이영호 후보(52.2%)에게 근소한 표차로 패배한 게 알려진 유일한 선거 패배 사례다. 이후로는 군수 선거면 군수 선거, 국회의원 선거면 국회의원 선거, 져본 적이 없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황주홍 의원과 당내 경선을 치러본 적이 있는 야권의 한 국회의원은 "황주홍 의원과는 다시는 선거에서 맞붙고 싶지 않다"고 혀를 내둘렀다는 후문이다.

    정책 측면에 있어서는 두 후보 모두 농어민이 많은 지역 특성에 맞는 '맞춤형 공약'을 내세우고 있다. 다만 주안점에 있어서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 해양 전문가 신문식 의원은 어(魚)에 방점을 찍고 있는 반면, 국민의당 농어민위원장인 황주홍 의원은 농(農)에 강조점을 두고 있는 모습이다.

    신문식 의원은 23일 보성읍내에 있는 선거사무소에서 본지 취재진과 만나 "3면이 바다인 나라에서 말그대로 '블루 오션'인 해양 시대가 곧 도래할 것"이라며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인 천혜의 조건을 갖고 있는데, 경쟁력 있는 대양 해양 국가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구체적으로 어민을 위해 "득량만·강진만의 청정해역에서 나는 수산물을 직접 지원할 수 있는 '친환경 수산물 직불제'를 추진할 것"이라며 "실현된다면 청정해역특구에 실질적인 수혜가 제공된다"고 설명했다.

    또, 만(灣)을 끼고 있는 지역구 4군의 입지조건을 살리기 위한 '남도 4군 체험·체류형 순환관광벨트 조성'을 공약으로 제시하고 △보성~임성리간 철도 조기 완공 △장흥~고흥간 연륙교 건설 △고흥~보성간 연륙교 건설 △마리나 항만 유치·개발 등을 세부 사항으로 열거했다.

    반면 황주홍 의원은 24일 본지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쌀값 안정 △5대 민간 농산품목인 배추·무·고추·마늘·양파의 시세 안정을 강조했다.

    황주홍 의원은 "지난 4년간 국회 농해수위원으로, 또 국민의당 전국농어민위원장으로, 쌀값이 안정되고 우리 전남쌀이 제값을 찾을 수 있도록 심혈을 기울이겠다"며 "해외원조협약 가입을 통해 일본 수준으로 매해 20만 톤의 쌀을 해외 원조할 수 있도록 해서, 1년 생산량의 5% 정도를 해외로 내보냄으로써 쌀값 인상의 효과를 내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전남쌀이 제값을 받지 못하고 있는데, 옳지 못한 시장질서 왜곡을 정부가 방치하고 있다"며 "농협 수매물량을 같은 품종 같은 등급인데도 지역별로 (경기미를 비싸게) 차등 매입하고 있는데 이것을 시정하도록 농식품부와 농협중앙회에 질의했고 긍정적인 답변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쌀과 함께 가장 중요한 5대 민간 농산품목(배추·무·고추·마늘·양파)을 가리켜 "매해 가격이 널뛰고 있어 도시소비자와 농촌생산자 모두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며 "매해 수급안정비용으로 들어가는 국비를 절반 수준으로 절감하면서도 수요와 공급을 안정시키는 지역균형생산할당제를 지난 4년 동안 국회에서 촉구했고, 연구용역을 거쳐 빠르면 올해부터 시범사업에 들어갈텐데 이는 한국농정사에 한 획을 긋는 일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