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동남갑 위법 결선투표 무효 의결… 1차 투표 승리 장병완 공천
  • 국민의당 최고위원회의가 열린 21일 의원회관에서 전남 무안·영암·신안의 김재원 예비후보 지지자가 격렬한 항의 끝에 끌려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사진DB
    ▲ 국민의당 최고위원회의가 열린 21일 의원회관에서 전남 무안·영암·신안의 김재원 예비후보 지지자가 격렬한 항의 끝에 끌려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사진DB


    국회 의원회관에서 백주에 몸싸움이 벌어져 당직자가 복도에 나동그라지고, 멱살잡이와 함께 눈두덩이를 부여잡는 사람이 나오는 등 아수라장이 벌어졌다.

    이 와중에 국민의당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숙의배심원단 경선을 거쳐 이미 확정된 광주 서갑의 공천 결과를 뒤집는 의결이 이뤄지기도 했다. 새누리당·더불어민주당의 공천 내홍으로 반사 이익을 얻으며 탄력을 받는 듯 했던 국민의당도 뒤늦게 '공천 잡음'의 소용돌이에 휩쓸리는 모양새다.

    국민의당은 21일 오전 의원회관에서 '워킹맘' 은행원 2명을 국민대표로 참석시킨 가운데 최고위원회의를 시작했다. 그러나 국민대표의 발언이 채 끝나기도 전에, 광주 동남갑 서정성 예비후보의 지지자들이 회의장에 난입했다.

    이들은 회의 탁자를 손바닥으로 내리치며 전날 당규에 반해 진행된 경선 결선투표함 개봉을 요구했다. 고성이 오가며 소란이 벌어진 와중에 전남 고흥·보성·장흥·강진의 김승남 의원 지지자들도 회의장에 들어와 경선이 불공정했다는 항의문을 최고위원들에게 배포했다.

    소동이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자 당직자들이 달려들어 몸싸움 끝에 항의자들을 내몰고 철문을 잠근 채 회의를 속개했다. 그러나 공개 회의를 비공개 회의로 전환할 때 취재진을 내보내기 위해 부득이 철문을 다시 열 수밖에 없었다. 이 때 외부에서 기다리던 각 선거구별 항의자들이 전부 회의장에 진입하기 위해 몰려들면서 회의장 문 근처에서는 중세 시대 공성전을 방불케 하는 몸싸움이 벌어졌다.

  • 21일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당 최고위원회의장에 경선과 공천 결과에 항의하는 예비후보와 지지자들이 난입하려 하는 가운데, 양윤녕 사무부총장 등 당직자들이 몸싸움을 벌이며 이를 저지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진DB
    ▲ 21일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당 최고위원회의장에 경선과 공천 결과에 항의하는 예비후보와 지지자들이 난입하려 하는 가운데, 양윤녕 사무부총장 등 당직자들이 몸싸움을 벌이며 이를 저지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진DB

    이 과정에서 한 당직자는 주먹으로 얼굴을 얻어맞고 바닥에 나동그라지기도 했다. 다시 굳게 닫혀진 철문 밖에서 각 항의자들이 취재진을 상대로 목소리를 높이는 사이, 비공개로 전환된 최고위원회의장 내부에서는 다시 고성이 들려왔다.

    결국 문이 열리며 5선에 국회부의장까지 지낸 김봉호 전 의원이 문밖으로 쫓겨져 나온 뒤에 다시 문이 잠기고 회의가 속개됐다.

    이날 아수라장은 무려 6개 지역구의 예비후보 지지자들이 항의하기 위해 최고위원회의장으로 몰려들면서 벌어진 결과물이었다. 광주 동남갑, 광주 서갑, 전남 무안·영암·신안, 전남 해남·완도·진도, 전북 남원·임실·순창, 경기 안산단원갑 등에서 경선과 공천을 놓고 시비가 잇따르고 있어 후폭풍은 한동안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중 광주 서갑의 경우, 이날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실제로 공천 결과를 뒤집는 의결이 이뤄지기도 했다.

    19일 오전 치러진 광주 서갑 숙의배심원단 경선에서 정용화 예비후보가 41.3%의 득표율로 38.6%에 그친 송기석 예비후보를 앞섰는데, 뒤늦게 정용화 후보가 지난 2008년 서갑 지역구의 한나라당 당협위원장을 지냈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됐다. 사실이라면 정치 신인 20% 가산점을 받을 수 없게 되면서 정용화 후보와 송기석 후보의 등수가 뒤집히게 된다.

    이날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송기석 후보의 이의신청을 받아들여, 정용화 후보 대신 송기석 후보를 공천하는 의결이 이뤄졌다.

  • 21일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당 최고위원회의장에 경선과 공천 결과에 항의하는 예비후보와 지지자들이 난입하려 하는 가운데, 국민의당 당직자들이 몸싸움을 벌이며 이를 저지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진DB
    ▲ 21일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당 최고위원회의장에 경선과 공천 결과에 항의하는 예비후보와 지지자들이 난입하려 하는 가운데, 국민의당 당직자들이 몸싸움을 벌이며 이를 저지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진DB

    전북 남원·임실·순창에서도 비슷한 내용의 이의가 제기됐다. 김원종 예비후보는 경선에서 승리한 이용호 예비후보를 상대로 "이용호 후보가 2007~2008년 민주당 남원·순창 지역위원장을 지냈는데, 부당하게 신인 가산점 20%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전남 해남·완도·진도에서는 경선에서 승리한 윤영일 예비후보를 상대로 김영균 예비후보 측이 거세게 항의했다. 김영균 예비후보의 부친인 김봉호 전 국회부의장은 이러한 항의를 하는 과정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장에서 축출된 것으로 전해졌다.

    전남 무안·영암·신안은 민주당을 탈당해 국민의당에 입당한 박준영 전 전남도지사와 김재원 예비후보가 경선을 하는 것으로 발표됐으나, 이를 뒤집고 박준영 전 지사를 단수공천하는 논의가 진행되면서 김재원 예비후보 측의 지지자들이 복도에 드러눕는 등 격렬한 항의를 벌였다.

    이들 중 한 명은 단수공천안을 상정한 것으로 알려진 박선숙 사무총장을 향해 "네가 비례대표를 받으면 죽을 줄 알라"고 섬뜩한 경고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날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상정된대로 박준영 전 지사의 단수공천을 의결했다.

    다만 광주 동남갑의 경우, 당규에 어긋나게 진행됐던 결선투표의 진행을 무효화하고 공천 결과를 바로잡는 의결이 이뤄졌다. 사필귀정이라는 지적이다.

  • 21일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당 최고위원회의장 앞에서 경선과 공천 결과에 항의하는 예비후보 지지자들과 당직자들이 몸싸움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한 당직자가 예비후보 지지자의 주먹을 맞고 나동그라지고 있다. ⓒ연합뉴스 사진DB
    ▲ 21일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당 최고위원회의장 앞에서 경선과 공천 결과에 항의하는 예비후보 지지자들과 당직자들이 몸싸움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한 당직자가 예비후보 지지자의 주먹을 맞고 나동그라지고 있다. ⓒ연합뉴스 사진DB


    20일 오후 숙의배심원단 경선이 진행된 광주 동남갑의 경우, 장병완 의원이 1차 투표에서 167표 중 69표를 얻어 서정성 후보(64표)와 정진욱 후보(34표)를 제쳤다.

    167표 중 69표를 얻었다면 41.3%를 득표한 셈이 되므로 국민의당 당규 제47조("경선 결과 최다 득표자의 득표가 40%를 넘지 않을 경우에는 1위와 2위 득표자를 대상으로 결선투표를 실시해야 한다")에 따라 결선투표 없이 장병완 의원의 공천이 확정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현장에서 운영상의 미숙으로 인해 정진욱 후보에게 주어진 '정치 신인' 가산점 20%(6.8표)이 분모인 167표에도 이중 가산되는 오류가 발생했다. 이 때문에 장병완 의원 측의 두 차례에 걸친 이의제기에도 불구하고 결선투표가 잘못 진행되기에 이르렀다.

    뒤늦게 장병완 의원의 이의제기가 받아들여져 결선투표는 개표 직전에 중단됐으나, 서정성 후보 지지자들은 개표를 촉구하며 격렬히 항의했다. 이날 최고위원회의장에도 서정성 후보 지지자들이 난입해 거세게 항의했으나,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잘못 진행된 결선투표를 개표하지 않고 당규대로 장병완 의원을 공천 후보로 확정하기로 최종 의결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다른 정치를 보여주겠다던 제3당도 예외없이 공천 잡음의 소용돌이에 휩쓸렸다"며 "여야 3당에서 동시에 진행되는 '막장 공천' 사태를 보면서 국민의 정치 혐오증이 더욱 심화될까봐 걱정된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