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민주는 '최후의 현역' 박혜자까지 낙천시켜… 광주會戰 승자는 누가 될까
  • ▲ 국민의당 김동철 의원(사진 왼쪽)이 19일 치러진 광주 광산갑 숙의배심원단 경선에서 압승을 확정짓자, 답례 인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 국민의당 김동철 의원(사진 왼쪽)이 19일 치러진 광주 광산갑 숙의배심원단 경선에서 압승을 확정짓자, 답례 인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국민의당이 광주광역시에만 적용되는 특수 경선 룰인 숙의배심원단에 의한 경선을 실시한 결과, 현역 국회의원인 김동철(광주 광산갑) 의원이 압승을 거두며 공천을 확정지었다.

    애당초 숙의배심원단 경선은 국민의당 천정배 대표가 '광주 현역 의원 물갈이'를 노리고 마련한 '덫'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현역 의원에게 불리한 경선 룰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의외의 결과다.

    숙의배심원단 경선은 휴대전화 안심번호에 의해 추출한 지역 유권자 50%에 학계 20%·시민사회단체 15%·직능단체 15%로 구성된 선거인단을 혼합해 숙의(熟議) 방식으로 경선을 치르는 것이다.

    선거인단의 절반이 각종 단체 추천 인사를 중앙당이 위촉하는 방식이라, 당권을 잡고 있는 특정인의 의도대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있었다. 지난달 9일 천정배 대표가 "광주 공천을 시민사회에 맡기면 좋겠다"고 말한 것도, 시민사회단체 추천 배심원단을 통한 '현역 의원 물갈이' 의도를 시사한 것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때문에, 경선 결과가 특정인의 의도대로 좌우되지 않기 위해서는 선거인단이 200명 이상의 규모가 돼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으나 18~20일 사흘간에 걸쳐 진행된 광주 숙의배심원단 경선은 실제로는 100명 미만의 배심원단에 의해 진행됐다.

    18일 치러진 광주 북갑 경선은 95명, 19일 치러진 광주 서갑과 광산갑 경선은 각각 85명과 81명이 참여했다. 예외적으로 20일 오전 치러진 광산을 경선은 56명만 참석한 반면 오후에 치러진 동남갑 경선은 170명이 참여했다.

    국민의당 소속 현역 국회의원이 있는 지역구만 여론조사를 원천 배제하고 숙의배심원단 100% 방식으로 진행하기로 한 것도 논란의 대상이 됐다.

    각각 김동철·장병완 의원의 지역구인 광산갑과 동남갑은 숙의배심원단 100% 방식으로 경선이 진행된 반면, 더민주 소속 강기정·박혜자 의원의 지역구인 북갑과 서갑은 숙의배심원단 70%에 여론조사 30%를 혼용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북갑·서갑 경선에 여론조사 30%가 혼용되는 이유는 "본선 경쟁력도 감안해야 하기 때문"이라는 게 국민의당의 설명이다. 그러나 모든 경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본선 경쟁력'이다. 본선에서 당선되지 못할 후보를 선출하는 경선은 존재 의의가 없다.

    결국 현역 국회의원이 있는 지역구만 여론조사를 전면 배제하는 것은 본선 경쟁력보다도 인지도에서 앞서가는 현역 의원에게 페널티를 줘서 '물갈이'를 용이하게 하겠다는 의도가 어느 정도 내포돼 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 ▲ 국민의당 김동철 의원(사진 가운데)과 김경록 대변인(왼쪽), 윤봉근 전 광주시의원(오른쪽) 등 국민의당 광주 광산갑 숙의배심원단 경선을 치른 예비후보들이 손을 맞잡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 국민의당 김동철 의원(사진 가운데)과 김경록 대변인(왼쪽), 윤봉근 전 광주시의원(오른쪽) 등 국민의당 광주 광산갑 숙의배심원단 경선을 치른 예비후보들이 손을 맞잡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말간 치러진 경선에서 현역 의원인 김동철 의원 등이 압승을 거뒀다. 애초의 의도와는 다른 결과가 나온 것이다.

    김동철 의원은 19일 치러진 광주 광산갑 숙의배심원단 경선에서 62.4%를 득표해 같은 당 예비후보인 윤봉근 전 시의원(20.4%)과 김경록 대변인(17.3%)을 압도했다.

    이같은 결과가 나온 것에 대해 지역 정가에서는 숙의배심원단 경선 특유의 정견발표·질의응답·정책토론·분과토의 등에서 현역 국회의원이 좋은 모습을 보여준 것을 원인으로 분석하고 있다.

    김동철 의원은 광주에서만 3선을 하며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장과 국토교통위원장을 지낸, 광주시민이 낳고 키운 정치인으로 4선 고지 등정에 도전하고 있다. 중앙정치와 지역구 현안에 대한 이해의 깊이가 정치신인과는 다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9명의 보좌진을 두고 국회 입법조사처의 지원을 받으며 십수 년간 지역을 대표해 의정활동을 해온 인물과 정치신인이 똑같은 토론 수준을 보여준다면 그게 이상한 일일 것"이라며 "국민이 새로운 머슴을 구하는데 경력 12년차 경력직원과 수습직원이 같은 세비(歲費)에 부려달라고 지원해서 면접을 보는 모양새"라고 평했다.

    당초 선거인단이 어떠한 의도를 띈 채 구성이 됐더라도 4시간에 달하는 숙의(熟議) 경선이 진행되는 동안 자연스레 경쟁력이 강한 인물에게 표심이 흐를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반면 국민의당과 광주 8석을 놓고 일전을 벌일 더불어민주당은 19일 치러진 여론조사 경선을 통해 서갑의 박혜자 의원을 탈락시켰다. 더민주는 연말연초에 벌어진 분당 사태에서 광주 지역구 의원들이 줄줄이 탈당하고 2개의 의석(강기정(북갑)·박혜자(서갑))이 남아 있었으나, 이들마저 각각 컷오프와 경선 패배로 공천을 받지 못했다.

    현역 의원 누구도 재도전의 기회를 얻지 못한 채, 광산을의 이용섭 전 의원 정도를 제외하고는 모조리 초선에 도전하는 정치신인들을 내세운 셈인데, 본선에서 어떠한 결과가 나올 것인지는 지켜볼 일이라는 지적이다.

    지역 정가의 관계자는 "광주에 막연한 '현역 물갈이' 여론이 있는 것은 사실이긴 한데, 막상 숙의배심원단으로 경선을 해보니 현역 의원이 다시 공천됐다"며 "실제로 선거운동이 시작되면 광주를 대표할만한 정치인을 키워내야 한다는 문제와, 지역 발전을 이끌 다선 의원이 필요하다는 현실적인 문제 등이 대두될 것이기 때문에 결과는 쉽게 예단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