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꾼에서 공순이까지..닥치는 대로 일하고 저축한 전재산 쾌척,"'평생 모든 돈 사회에 돌려주겠다' 생각하니 가슴에 맺힌 恨 풀리는 것 같아"
  • ▲ 평생 모은 12억원이 입금된 박수년씨의 예금 계좌(위)와 수성인재육성장학재단에 이체한 영수증. ⓒ대구 수성구 제공
    ▲ 평생 모은 12억원이 입금된 박수년씨의 예금 계좌(위)와 수성인재육성장학재단에 이체한 영수증. ⓒ대구 수성구 제공


    6·25전쟁으로 남편을 잃고, 한 평생 어렵게 모은 전 재산 12억을 사회에 환원한 80대 할머니가 눈길을 끌고 있다.

    대구시 수성구에 사는 박수년(85) 할머니는 지난 7일 수성구청을 방문해 장학금 12억원을 전달했다. 장학금은 수청인재육성장학재단의 계좌로 이체됐다.

    박씨는 장학금 전달 당시 "남편 김용만씨의 이름으로 써달라"는 말만 남린 채 자신의 이름도 밝히지 않으려 했다. 대구 수성 구청장의 끈질긴 권유로 사연을 공개했지만 끝내 얼굴 사진 촬영은 거부했다.

    박씨는 1948년, 17세의 꽃다운 나이에 김용만씨와 결혼했다. 신혼생활 1년만에 발발한 6.25전쟁으로 남편을 전쟁터로 떠나보냈다. 그후 2년이 지나 박씨에게 돌아온 건 남편의 사망통지서 뿐이었다.

    홀로 남겨진 박씨는 아들 하나를 키우며 억척스럽게 돈을 벌기 시작했다. 농사부터 양말공장 일까지 60세가 되도록 안해본 일이 없었다. 번 돈의 대부분은 쓰지않고 저축했다.

    박씨는 "생활이 나아질수록 남편을 향한 그리움이 커졌고 마지막으로 남편을 위해 좋은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장학금을 전달하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평생을 너무 가난하고 힘들게 살았습니다. 평생 모은 재산을 사회에 돌려주겠다고 생각하니 가슴에 맺힌 한이 풀리는 것 같습니다.


    대구 이진훈 수성 구청장은 "생활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김만용·박수년 장학금'으로 장학금을 전달할 예정"이라며 "구립 범어 도서관에 두 분의 이름과 장학금 기증 사연을 적은 기념 공간도 만들 계획"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