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핵(核) 터지고 미사일 쏘며 '평화협정' 맺자고(?)"

    이도형 前 <한국논단> 발행인,
     "미국은 독일통일에 관심이 깊었다. 하지만 한국의 통일에는 전혀 관심이 없어 보인다"

    김필재   

    이도형(사진) 前 <한국논단> 발행인은 월간 <현상과 진단> 최신호(3월호)에서 최근 국내외 조야에서 제기되고 있는 ‘평화협정’ 문제에 대해 북한에게 있어 “평화협정 체결은 오매불망 잠시도 잊지 못할 정책과제요 최대의 정책목표”라고 말했다.

이 前 발행인은 <미국의 ‘평화와 안정’ 추구가 북핵과 미사일 거리 키웠다>는 제목의 칼럼에서 “김정은이 1월6일 수소폭탄 실험에 성공한 직후부터 미국에 대고 평화협정을 맺자며 대화제의를 하고 있다”며 “이에 언제나 무대책인 한국과 한국인이 불안한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미국에서는 김정은의 제스처에 매우 긍정적인 반응이 보이기 시작했다” 비판했다.

이 前 발행인은 “한반도에서 다시는 미국인의 피를 흘리고 싶지 않은 미국은 이 지역에서 그들의 궁극 목표인 ‘평화와 안정’을 위해 이제는 북한의 핵보유를 인정하고 대화를 할 때라는 소리가 워싱턴에서 나오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그는 “미국은 늘 그랬다. 1905년 미국은 아시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일본과 밀약을 맺었다. 한국에 대한 일본의 지배권과 필리핀에 대한 미국의 기득권을 서로 인정하는. 1953년 전사자 3만5000여 명을 낸 미국은 전쟁에 지친 나머지 휴전을 강행했다. 1973년 역시 전쟁에 지친 미국은 적과 화합했다. 이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서였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지난 1월6일 “일본 도쿄에서 한미일 3국 외무차관회의를 마치고 A.J. 블린켄 부차관은 짤막한 성명서에서 ‘이 지역의 안정’이라는 단어를 5번이나 썼다. 미국은 독일통일에 관심이 깊었다. 하지만 한국의 통일에는 전혀 관심이 없어 보인다”면서 아래와 같이 말했다.

“미국은 군사-외교적으로는 북한에 대해 언제나 초강수를 쓸 것처럼 쇼를 한다. 1976년 8월18일의 판문점 미루나무 절단작업 때 B-52가 날아와 휴전선을 월경할 것처럼 쇼를 했다. 이번 북한의 제4차 핵실험 직후에도 B-52는 날아왔다...(중략) 이것은 따지고 보면 블러핑(Bluffing·허세) 이다.”

이 前 발행인은 “한국은 늘 이 블러핑에 속아왔다. 북한은 늘 이 블러핑에 속지 않는다. 대신 미국의 블러핑을 잘 아는 북한은 미국이 블러프 할 때마다 핵과 미사일의 거리를 키워왔다. 미국의 양호이환(養虎貽患)이랄까? 자주성 없는 한국의 자업자득이라고 할까”라고 비판했다.

[참고] 養虎貽患의 의미

출처: 《史記(사기)·項羽本紀(항우본기)》
뜻: 호랑이를 길러 재앙을 남기다. 즉 나쁜 사람을 방임해 스스로 화근을 남긴다는 의미이다.

진나라 말기에, 진나라의 통치는 매우 잔혹하여, 백성들의 반항을 야기하였다. 그중 유방과 항우가 의병군의 대표였다. 유방이 항우보다 먼저 진나라의 도성 함양을 공격하자, 항우는 내키지 않아 유방을 공격하기로 결정하였다. 당시 항우의 세력은 매우 강대하였으므로, 유방은 감히 응전하지 못하고 후퇴하여 한중에서 수세를 취했다. 나중에, 유방이 어진 신하들을 임용하고, 널리 어진 정치를 펼쳐, 세력이 점차 강대해졌다.

그러나 항우는 유방과는 달리 독단적이어서, 날로 고립되었다. 이때 유방은 결코 항우를 공격하지 않고, 항우와 협의를 위해 사람을 파견, 홍구 운하를 경계선으로 삼기를 희망하여, 두 사람이 각자 한쪽을 점령, 상호 불가침조약을 체결하였다. 항우는 자기의 역량으로는 유방을 물리치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부득이 이 건의를 받아들였다. 쌍방은 조약을 체결한 이후에, 항우는 군사를 거느리고, 동으로 물러나므로, 유방은 매우 만족하여, 군대를 철수하여 서쪽의 자기 근거지로 돌아가고자 하였다.

그러나 대신 장량 등이 거절하며 유방에게 말하기를, “주군께서는 국토의 대부분을 점령하였고, 제후들 또한 모두 주군에게 의탁하고 있습니다. 항우의 군대는 이미 한 번의 공격으로도 감당할 수 없는 지경인데, 만약 지금 그를 멸망시키지 않으면, 장차 후환을 남기게 되며, 정말이지 호랑이를 길러 재난을 남기는 꼴이 될 것입니다!” 유방은 그들이 하는 말이 매우 일리 있다 여겨 군대를 동원하여 항우를 멸망시키고, 한나라 왕조를 건립하였다. 

정리/김필재(조갑제닷컴) spooner1@hanmail.net

[관련기사] '核폐기'에서 '核군축'으로 넘어가는 北核 문제

밴 잭슨(사진, 前 미국 국방장관실 자문역) 新미국안보센터(Center for a New American Security) 객원연구원은 2015년 2월25일 美 의회에 제출한 서면 증언에서 “북한이 사실상 핵보유국”이라고 밝힌 바 있다.
  • 잭슨 연구원은 “북한의 핵보유국화를 막겠다는 목표는 명확하고 가시적으로 실패했다”며 “북한은 사실상의 핵보유국으로서 핵무기 재고가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없는 상태이며, (선제적 핵공격에 대응하는) 생존가능한(survivable) 핵타격 능력을 확보하는 쪽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평가했다(the regime is moving in the direction of establishing a 'survivable' nuclear capacity).
    잭슨 연구원은 “이동식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KN-08은 장소를 옮겨가며 발사할 수 있어 미국 정보자산들이 물리적으로 이를 찾아내 선제타격하기 힘들다”며 “이것은 미국의 기지들과 미국 영토를 잠재적으로 취약하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그는 “만일 한국이 2010년 천안함·연평도 사건 때와는 달리 지속적인 위협행위를 용납할 수 없는 것으로 간주한다면 미국은 한반도에서 전쟁을 막을 능력을 잃을 것”이라고 밝혔다.

    잭슨 연구원은 이어 “북한의 핵위협을 관리하려면 우리는 ‘제한적 전쟁’과 그에 따른 계획을 준비해야 한다”며 “미국은 북한의 요구에 굴복할 수도 없으며 북한의 핵능력을 불능화하기 위해 예방적인 전쟁에 착수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공식이든 非공식이든 북한이 핵보유국 지위를 얻게 되면 향후 북한의 의무는 ‘核 폐기’가 아니라 ‘核 군축’이 된다. 현재 상황에서는 북한의 핵개발 자체가 NPT를 포함한 국제체제를 위반한 것이라는 논리로 핵시설 폐기를 압박할 수 있지만, 보유국으로 인정하고 나면 국제법상 핵무기 수량을 줄이라는 요구가 최대치가 된다. 2010년 이후 북한이 미국을 향해 줄기차게 “핵군축 협상을 하자”고 주장하는 것도 이러한 논리적 맥락에서다.

    북한 핵문제를 원점으로 돌리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게 되고, 그 대신 중동 등 다른 국가로 확산되는 것을 막는 데 주력해야 한다는 인식이 국제사회에서 화두가 될 개연성이 높아진다. 문제는 미국 역시 암묵적으로 이러한 노선을 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이다.
    실제로 北의 외무성 부상 박길연은 2013년 10월1일 UN총회 기조연설에서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를 유지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미국의 적대시 정책을 청산하는 것이며, 핵군축 협상을 조속히 개시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朴은 같은 해 9월26일 UN본부에서 열린 비동맹운동(NAM) 회원국들 간 UN고위급회의에서도 “전제조건 없는 대화와 협상을 통해 조선반도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지향하는 것은 우리의 변함없는 입장”이라면서 “핵군축을 실현하는 데 있어 세계 최초의 핵무기 사용국이며 최대의 핵보유국인 미국이 앞장서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었다.

    UN주재 북한대사 신선호도 같은 해 6월 기자회견을 자청한 자리에서 “미국의 적대적 위협이 계속되는 한 핵포기는 불가하다”면서 美北 대화를 통한 평화협정 논의 및 미·중·러를 포괄한 ‘핵군축’ 회담 등을 제안했다.

    북한은 2011년 3월 제네바 군축회의에서도 “조선반도 비핵화(주: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하고 세계적인 핵군축과 종국적인 핵무기 철폐를 추동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정리/김필재(조갑제닷컴) spooner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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