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태경 "필리버스터서 주장한 인간의 기본권, 북한에도 나눠달라"호소
  • ▲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은 3일 새벽, 북한인권법 통과 표결에 앞서 찬성토론자로 나섰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은 3일 새벽, 북한인권법 통과 표결에 앞서 찬성토론자로 나섰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북한인권법이 우여곡절 끝에 국회의 문턱을 넘었다. 지난 2005년 17대 국회에서 한나라당 김문수 의원이 발의한 지 11년 만이다. 재석 의원 236명 중 찬성 212명, 기권 24명으로 통과됐다.

    그간 새누리당과 더민주의 끝없는 진통 속에 공전 상태를 거듭하던 법이 통과된 것이다. 지난 2일 밤 새누리당 나경원 의원은 국회 본회의장 연단에 올라 "북한 사람들의 자유권과 생존권을 위한 법적 제도적 장치로서 사회적 갈등을 해소할 수 있길 바란다"고 밝혔다.

    나경원 의원은 "북한 인권과 주민들의 보호를 위해 노력하고 이와 함께 남북관계와 한반도 평화를 위해 노력하도록 하는 문구가 포함돼 있다"며 "통일부 장관은 북한 인권 증진을 위한 계획을 매 3년 마다 수립해 국회에 보고하고, 북한 인권재단을 설립해 운영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겨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인권에 대한 국내외적 인식이 어느 때보다 높은 시점에 늦었지만 원만한 대안과 타협을 통해 북한인권법이 만들어진 것은 다행이라 생각한다"고 털어놨다.

    이날 북한인권법에 관해서는 찬성 토론자만 있었다.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이 찬성 토론자로 나섰다. 하태경 의원은 북한 주민들의 참상을 설명하면서 "필리버스터가 국민의 기본권을 크게 침해할 것"이라고 강변한 더민주 의원들의 말문을 막아버렸다.

    하태경 의원은 "지난달 23일부터 본회의가 시작된 지금까지 무려 190여 시간 이 본회의장에 울려 퍼졌던 절규가 무엇이었나. 그것은 인권이었다"라면서 "야당 의원님들은 테러방지법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할 여지가 있는지 추상같고 엄격한 잣대를 들이댔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북한 인권 문제는 조금 전까지 토론했던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최소한의 존엄과 가치를 지키는 문제"라며 "목숨이 위태로운 문제, 공포정치에서 살아남는 문제"라고 언급했다.

    나아가 "테러방지법을 보는 그 엄격한 기준으로 북한 사회도 보아달라. 인권과 존엄을 귀중하게 보는 시선을 휴전선 너머까지 보내달라"고 호소했다.

    더민주 소속 의원들이 테러방지법을 두고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할 것'이라며 눈물 흘리고 울분을 토하면서도 정작 김정은 정권의 공포정치와 굶주림에 시달리는 북한 주민들의 기본적 인권에는 눈을 감고 있다는 비판이다.

    하 의원은 "북한 주민에게 필리버스터를 한 관심의 10분의 1, 100분의 1만이라도 북한 동포에게 나눠달라"면서 "20년, 30년 전 안기부의 해묵은 과거보다 지금 이 시각 벌어지는 북한 인권 참상에 더 주목해달라. 더 분노해달라고"고 부르짖었다.

    그는 북한의 실체적 테러 위협에 시달린 황장엽 전 비서와 북한 공작원에 의해 암살당한 이한영 씨, 탈북자 출신 국회의원인 조명철 의원 등 탈북 운동가를 일일이 열거하면서 "이들을 우리 손으로 지키는 것이 북한과의 전쟁에서 최전선을 사수하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의 절절한 호소에 국회 본회의장은 쥐죽은 듯 조용해졌다. 필리버스터 정국에서 에서 인권을 부르짖었던 더민주 의원들은 북한인권법에 반대토론조차 신청하지 못하고 애써 휴대전화를 보거나 딴청을 피우고 있었다.

    하태경 의원의 호소에도 불구하고 결국 북한인권법 투표에서 야당 의원들의 기권표가 잇따랐다.

  • ▲ 이날 북한인권법에 기권한 의원은 총 24명이다. 이들 중 다수는 친노 강경파로 분류된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이날 북한인권법에 기권한 의원은 총 24명이다. 이들 중 다수는 친노 강경파로 분류된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김제남 서기호 정진후 강동원 김기준 김성곤 김용익 김종훈 김태년 도종환 박민수 박혜자 설훈 안민석 오영식 은수미 장하나 전순옥 정세균 정청래 정호준 최규성 추미애 홍영표(이상 24명) 의원은 끝내 북한인권법에 기권했다.

    헌법상 영토인 대한민국에 거주하는 인간의 기본권을 향한 절절한 호소에도 진짜 인권을 외면했다는 비판 쏟아진다.

    북한인권법 제정을 위해 노력해온 〈북한인권법 통과를 위한모임〉 인지연 대표는 북한 인권법 통과의 역사적 의미에 대해 "우리 헌법 제4조에 명시된 자유민주통일의 법적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과 북한 주민들도 인류 보편적 가치인 인권을 향유할 수 있는 시작점이 됐다는 점에서 상징적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다만, 북한 인권법의 내용에 대한 평가에 대해서는 "북한 주민들에게 희망이라는 삶과 생명의 메시지를 전달했다는 점에서 19대 국회의 성과라 할 수 있다"면서도 "야당이 제안했던 절충안 때문에 북한 인권법의 핵심 기능이 빠졌다"고 지적했다.

    북한과 직접 협상을 하는 통일부에서 인권기록을 해서는 북한 인권 참상을 제대로 기록하기 어렵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야당의 절충안은 북한 인권에 대해 침묵하는 반인권적 정당이라는 비난을 면하기 위한 신의 한 수"라면서 "북한 인권법에 반대도 하지 못하고 기권한 24명을 역사는 비겁자, 죄인으로 기억할 것"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