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인권센터 통일부에 설치하면 인권침해 가해자 추후 형사처벌 어려워"
  • ▲ 2일 오후 1시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북한인권법통과를위한모임' 주최로 '북한인권법의 나아갈 방향 및 과제'를 주제로 세미나가 열렸다.  ⓒ정상윤 기자
    ▲ 2일 오후 1시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북한인권법통과를위한모임' 주최로 '북한인권법의 나아갈 방향 및 과제'를 주제로 세미나가 열렸다. ⓒ정상윤 기자

11년 동안 제정되지 못했던 북한인권법이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시민사회가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그러나 법안의 핵심 기능인 북한인권기록센터가 야당의 반대로 법무부에 설치·운영되는 것이 아닌, 통일부 소관으로 결정된 것은 이 법이 가진 본래의 취지를 훼손한 것이란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북한인권법통과를위한모임(이하 북통모)'은 2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북한인권법의 나아갈 방향 및 과제'를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사회를 맡은 '북통모' 인지연 대표는 "곧 본회의가 열려 '북한인권법'이 제정 될 것으로 보고있지만 상황이 급변하기 때문에 아직은 장담 할 수 없다"고 말문을 연뒤, "북한인권법이 제정되지 못했던 시간이 만으로 11년 째, 햇수로 12년 째"라고 밝히며 북한인권법의 제정을 위해 공헌한 이들에게 감사인사를 전했다.

인 대표는 "2500만 북한 주민들에게 희망을 선물하는, 오늘 이 시점에 북한인권법이 제정된다면 그 나아갈 방향과 과제에 대하여 고민하기 위해 본 세미나를 개최했다"고 취지를 밝혔다.

세미나의 주제 발표를 맡은 중앙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제성호 교수는 "관련 법안이 처음 국회에 상정된 지 11년만의 일로서 때늦은 감이 있지만, 이제라도 북한인권법이 처리 되는 것은 환영 할 만하다"고 먼저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 "세계사적 관점에서 보면 소위 말하는 반전, 반핵 등의  인권문제는 소위 좌파진영이 선점해왔던 의제들인데 대한민국 진보라는 사람들은 북한핵에도 침묵하고 그동안 북한인권문제에도 침묵했다"고 좌파 진영을 향해 일침을 놓았다.

  • ▲ 2일 오후 1시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북한인권법통과를위한모임' 주최로 '북한인권법의 나아갈 방향 및 과제'를 주제로 세미나가 열렸다.  ⓒ정상윤 기자
    제 교수는 "북한인권법에서 북한인권기록센터 설치가 이 법률의 핵심"이라고 운을 뗀뒤, "북한인권기록센터는 북한인권 침해정보를 수집·조사·기록함으로써 북한 정권의 인권침해를 경고하고 또 억제하는 기능을 담당하게 된다"고 밝혔다.
    인권기록센터에서 생산·축적한 자료가 통일 후 반(反) 인도범죄를 저지른 핵심 가해자의 처벌, 공무원 재임용 등에 활용 할 수 있는 만큼, 김정은 정권을 압박하는 중요한 카드가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한편으로 제 교수는 북한인권법이 가지는 한계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그는 "사법체계상 통일부 관리들이 작성한 기록은 그 자체가 형사적 증거로 활용 될 수 없고, 통일 이후 북한주민의 인권을 침해한 가해자를 처벌하기에 한계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제 교수는 '통일부 북한인권기록센터가 북한인권침해정보를 수집·기록하도록 하고, 이 자료를 3개월마다 법무부에 이관해 보존·관리한 것이 대표적인 예'라고 언급하면서, "북한인권침해 기록이 사법적으로 유의미 해지기 위해서는 조사·기록과정에서 수사권을 가진 검사가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 ▲ 2일 오후 1시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북한인권법통과를위한모임' 주최로 '북한인권법의 나아갈 방향 및 과제'를 주제로 세미나가 열렸다.  ⓒ정상윤 기자
    이번 국회의 북한인권법 입법 과정에서, 새누리당은 북한인권기록센터의 설치·관리를 법무부의 소관으로 하자고 주장했다. 반면, 더민주는 통일부의 소관으로 할 것을 요구했다. 결국 여·야는 절충안으로 통일부가 수집·기록하고 자료를, 3개월마다 법무부에 이관키로 합의했다. 이로인해, '반쪽'짜리 북한인권법으로 전락한 것이 아니냐는 시민사회의 비판이 이어져 왔다.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조정현 교수는 "통일부가 자체센터를 관리·운영하는 경우, 그간 자체적인 관련 DB(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온 통일연구원 및 민간단체인 북한인권정보센터(NKDB)와 어떤 관계를 설정할 것인지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며, 2015년 6월 개소된 UN북한인권 현장사무소와의 협조와 조율 문제도 검토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통일연구원 이규창 박사는 "북한인권 문제와 관련하여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전환기 정의(남북이 자유통일로 들어서는 과도기)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와 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박사는 "우리의 전환기 정의는 북한주민을 탄압한 가해자처벌이 중심이 되어 논의되고 있다"며 "가해자 처벌 외에 피해자보상과 복권, 진실화해, 기관개혁 등에 다른나라와 과거의 사례를 통해 더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자유와통일을 향한 변호사연대' 홍세욱 변호사는 북한인권기록보존소의 설치에 대해 "북한 인권침해자료수집 기록·보관을 통해, 반인륜적인 범죄들을 처벌 할 수 있음을 경고할 수 있다" 며 "기록센터에 보존되는 기록들로 인해, 형사처벌이 가능하다는 것을 가해자들이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홍 변호사는 "수사권과 형사소추능력이 있는 법무부가 아닌 통일부에 기록센터가 설치 될 경우 이러한 기록센터의 설치 목적을 달성하기 힘들다"고 우려했다.
    나아가 홍 변호사는 법무부가 인권기록을 담당해야만 하는 당위성에 대해 "형사소추의 기능은 대한민국에서 오직 검사만이 지닌다"며 "이러한 이유로 북한인권법이 실효성을 가지기 위해서는 반드시 법무부의 검사가 담당해야 한다"고 밝혔다.
    세미나를 마치면서 사회를 맡은 북통모 인지연 대표는 "이제야 북한인권법이 제정되는 것은 환영 할만 하지만, 여야의 줄다리기 속에 한계가 명확한 입법이 됐다"면서 "시행령을 통해 한계를 개선하고 반드시 20대 국회에 올바른 방향으로 개정해 북한 주민들에게 자유와 인권을 선물하자"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