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혹 제기를 비방으로 몰아...소송 남발 지적도
  • ▲ 박원순 서울시장. ⓒ뉴데일리 DB
    ▲ ▲ 박원순 서울시장. ⓒ뉴데일리 DB

    박원순 서울시장이, 아들 박주신씨 병역비리 의혹을 지속적으로 제기해 온 영상의학 전문의 양승오 박사 등 시민 7명을 상대로, 억대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시장 측 법률대리인을 자처한 이들은 관련 의혹을 보도한 뉴데일리 등 언론사를 상대로도 손해배상 및 정정보도 청구 소송을 내겠다고 밝히면서, 포털사이트 및 SNS 관계자들에 대해서도 관련 게시물의 삭제를 요구했다.

    조선일보,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박원순 시장 측 법률대리인인 ‘원순씨와 진실의 친구들’은 2일 서울시내 한 음식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거짓된 병역비리 의혹을 반복해 유포한 양승오 박사 등 7명을 상대로 손해배상 및 비방금지 청구 소송을 냈다”고 밝혔다.

    박 시장 측 법률대리인들이 밝힌 손해배상 청구 금액은 피고 1인당 5,000만원~1억원이다.

    박 시장 측 법률대리인들은, 관련 기사를 보도한 언론사를 상대로도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말했다. 이들은 “사실 확인절차도 없이 허위 사실을 기사화하며 박 시장 음해와 비방을 일삼은 뉴데일리 등에 대해서도 손해배상과 정정보도 청구 소송을 내겠다”고 전했다.

    박 시장 측 법률대리인들은 ‘허위사실 유포 및 음해-비방 즉각 중단’, ‘관련  내용이 포함된 게시글 삭제’ 등을 함께 요구하면서, “11일 이후에도 게시글이 남아있다면, 법률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박 시장 측 법률대리인들은 포털사이트와 SNS 관계자들에 대해서도, “온라인상에 만연한 음해와 비방 게시글을 적극 바로 잡아 줄 것”을 요구했다.

  • 양승오 박사와 차기환 변호사.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양승오 박사와 차기환 변호사.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박 시장 측 법률대리인들의 이런 행보는, 양승오 박사 등 시민 7명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에서, 재판부가 피고인 전부에 대해 유죄판결을 내린 사실을 전제로 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달 1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 합의 27부(재판장 심규홍 부장판사)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양승오 박사 등 시민 7명에게 700만~1,5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이날 재판부는 박 시장 아들 병역비리 의혹에 관한 피고인들의 주장을 전부 배척했다.

    아들 병역비리 의혹에 관한 박 시장 측의 대응은 판결 직후부터 이뤄졌다. 
    박원순 시장은 판결 직후인 22일, 안00 변호사를 통해 뉴데일리 본사로 ‘통고서’를 보내, 위 판결과 다른 내용을 담은 관련 기사의 삭제와 ‘명예회복을 위한 적절한 조치’를 요구했다.

    이어 안00 변호사는,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 그 내용을 지난달 26일까지 우편으로 회신해 줄 것을 요구하면서, 이를 어길 경우 뉴데일리 본사 및 취재기자들을 상대로 민형사상 법적인 조치를 취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박 시장 측은 기사 삭제를 요구하는 근거로, 위 재판부의 1심 판결을 앞세우고 있다. 특히 박 시장 측은 뉴데일리 등이 게재한 관련 기사에 대해 ‘허위-비방-음해’ 등의 표현을 사용해, 본지 등이 악의적으로 사실을 왜곡한 허위의 기사를 생산한 것처럼 주장하고 있다.

    박 시장 측의 이런 행보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표현의 자유를 강조하던 모습과 대조적이다. 박 시장은 2004년 9월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광화문광장에서 ‘김일성 만세’를 외치는 것은 표현의 자유”라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무엇보다 확정 판결도 아닌 1심 판결만을 가지고, 거액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고, 언론사를 상대로 같은 취지의 소제기를 예고한 것은, 고압적이란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 박원순 시장측이 아들 주신씨 병역의혹 관련 글을 신고받기 위해 개설한 '#원순씨와 진실의 친구들 신고센터' 웹페이지.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박원순 시장측이 아들 주신씨 병역의혹 관련 글을 신고받기 위해 개설한 '#원순씨와 진실의 친구들 신고센터' 웹페이지.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실제 양승오 박사 등 7명의 피고인들은 판결 직후 전원 항소장을 제출했다.

    양승오 박사 사건 피고인들과 변호인들은 “공인인 박 시장이 주신씨의 법원 출석 요구에는 불응하면서, 소송으로 의혹을 제기한 시민들의 입에 ‘재갈’을 물리려는 태도는 부당하다”고 말했다. 

    양승오 박사의 변론을 맡은 차기환 변호사는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자유지만, ‘허위사실’임을 입증하기 위해선 주신씨에 대한 공개재검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차 변호사는 “박 시장측이 1심 판결에 고무돼, 무리수를 두는 것 같다. 재판에서 과학적ㆍ의학적 증거들이 무시됐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다”며, 피고인들의 반응을 전했다.

    양승오 박사 역시 불복 의사를 분명하게 밝혔다. 양 박사는 “주신씨에 대한 공개재검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손해배상 소송은 어불성설”이라며, “박주신씨는 2014년 10월 영국으로 떠난 뒤 약 2년간 돌아오지 않고 있고, 법원의 증인출석 요구도 거부했다”고 설명했다.

    박진식 변호사는 “1심 판결 이후 손해배상 소송을 내는 것이 드물지는 않지만, 청구금액이 이례적으로 크다”며, “언론중재위 분석통계에 따르면, 1인당 1,000만~3,000만원이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박 시장측이 의혹을 제기한 사람들의 입에 재갈을 물려 여론의 ‘냉각효과’를 얻으려 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며, “소송보다는 영국에서 장기체류중인 주신씨가 의혹을 제기한 측과 함께, 적법한 공개검증에 참여하는 것이 가장 좋은 해결책”이라고 지적했다.

    법관출신인 이재교 세종대 교수(변호사)는 본지 기자와의 통화에서 “박 시장은 의혹제기 자체를 비방이라고 몰아 부당한 소송을 남발한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며, 박 시장 측의 행보에 우려를 나타냈다.

    이재교 교수는 “박근혜 대통령도 많은 모욕과 비난을 당하지만 일일이 소송을 걸지는 않는다”며, “정치인은 때로 오해나 비난을 받기도 한다. 그렇다고 해서 매번 소송으로 해결하는 것이 옳은 길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