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섭단체 연설 대부분 朴 대통령 비판만

이종걸, 통진당 뺨치는 공세…"안보가 경제 망쳐"

적(敵)이란 단어 대신 위협으로 바꿔 읽기도… 연설문 속 '자가 모순' 곳곳에서 드러나

임재섭 기자 프로필 보기 | 최종편집 2016.02.18 15:39:40


▲ 더불어민주당 이종걸 원내대표는 17일 열린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정책에 대한 비판으로 연설 시간 대부분을 채웠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종걸 원내대표가 지난 2014년 해산이 선고된 전 통합진보당에 뺨치는 평화공세로 박근혜 대통령에 맞섰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전날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 연설을 조목조목 반박하듯 박 대통령에 대한 비난으로 연설 대부분을 채웠다.

#1.

이 원내대표는 17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개성공단은 한국 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희망이었다"면서 "개성공단 폐쇄라는 무모하고 무리한 정책에 대해 누군가는 반드시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연설의 포문을 열었다.

그는 당장 북한의 핵미사일이 떨어질 판에 개성공단 타령에만 초점을 맞췄다. 그는 "경제 없이는 안보가 없다"면서 "안보가 경제를 망치고 있다면, 안보의 가치는 어디에 있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나 개성공단 중단에 찬성하는 여론이 상당하고, 국제사회가 초강경 대북조치를 준비하고 있는데도 이에 발맞춘 우리 정부만 비난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정부의 개성공단 전면 가동중단에 대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개성공단의 수익이 북한의 무기개발로 이어지기에 잘한 결정이다"라는 응답이 47.5%로 "북한의 제재 수단으로 효과적이지 않고 오히려 개성공단 입주 기업에 피해가 돌아가기 때문에 잘못한 결정이다"라고 응답한 44.3%보다 더 높았다.

그가 연설문에서 언급한 "개성공단을 왜 폐쇄해야 하는지, 왜 지금이어야 하는지, 향후 어떻게 운영을 재개할 것인지, 효과를 달성할 수 있을지 의문만이 남아있을 뿐"이라는 주장과는 정면으로 배치된다.


▲ 더불어민주당 이종걸 원내대표는 "개성공단을 왜 폐쇄해야하는지 의문만이 남아있다"고 했지만, 정작 여론조사에서는 개성공단 중단 조치에 찬성하는 여론이 앞섰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2.

특히 이종걸 원내대표는 사전에 준비한 연설문을 그대로 읽지 않고 몇 군데를 바꿔 읽었다. 준비한 연설문에는 북한에 대한 적대적 늬앙스가 강했지만, 막상 이 원내대표가 이를 읽어 내려가면서 몇몇 단어를 바꾸면서 수위가 낮아졌다.

이 원내대표는 "휴전선의 북쪽에는 그 이름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있다"면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서는 평화와 선린을 높이 여겼던 역사적 전통의 '조선'도 없고, '민주주의·인민·공화국'도 없는 '유격대 국가'이자 '극장 국가'"라는 말로 북한을 강도높게 비판하는 듯 했다.

더불어민주당에서 미리 배포한 연설문에는 이 원내대표의 다음 말로 "그럼에도 북한은 적인 동시에 평화통일의 상대"라는 문구와 "평화 통일의 촉진과 북한 인민의 실질적 생존과 보장이 이뤄지는 진정한 북한 인권법을 마련하고자 한다"는 내용이 적혀있었다.

그러나 그는 은근슬쩍 바꿔 읽어나갔다. 그는 "그럼에도 북한은 위협인 동시에 평화통일의 대상, 상대였다"라고 했다. 북한이 '적'임을 명시하는 문구 대신 '위협'이라고 톤을 낮춰 읽어 내려간 것이다.

북한인권법에 대해서도 이 원내대표는 "더불어민주당은 평화통일의 촉진과 북한의 실질적 생존권 보장이 이뤄지는 진정한 북한 인권법을 마련하고자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 인민의 실질적 생존 보장이라는 말 대신 북한의 실질적 생존권 보장을 이루겠다고 한 셈이다. '북한'의 실질적 생존권 보장과 '북한 인민'의 실질적 생존권 보장 사이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나아가 이 원내대표는 "사드 없이도 한반도 평화를 지켜왔다. 사드 없이도 한반도 평화를 지킬 수 있다"며 북한과 중국의 대변인을 연상케 했다.

앞서 이명박, 박근혜 정권은 물론 노무현, 김대중 정권에 이르기까지 두 차례의 연평해전과 4차례에 이어진 핵실험, 미사일 발사 등으로 평화가 지켜진 적이 없었다는 점을 미뤄볼 때 안보 불감증이 극에 달한 발언을 내뱉은 셈이다.

급기야는 "대한민국의 이익을 지키는 것인지 외국의 이익을 지키는 것인 의심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면서 위안부 협상을 그 예시로 제시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 더불어민주당 이종걸 원내대표는 연설문의 두 군데를 바꿔 읽으며 북한에 대한 비판의 수위를 낮췄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3.

이종걸 원내대표는 연설에서 국내 경제 관련 법안에 대해서도 어깃장으로 일관했다.

그는 한국경제에 대해 언급하면서 "천 200조 원에 이르는 사상 최악의 가계부채 폭탄과 전·월세 가격 폭등에 서민들이 내지르는 온갖 비명이 정녕 들리지 않느냐"면서 "'부채 주도형 거품경제 구조'에 대한 처절한 성찰과 정책 노선의 과감한 수정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이 원내대표는 같은 자리에서 엉뚱하게도 우리 경제의 해법을 제시하면서 "노동 환경 조성을 통해 2천만 노동자들의 소비심리를 우선 개선해야 경제가 일어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소비심리 확대를 위한 금리 인하 정책에 등에는 '부채 주도형 거품경제'라 비난했던 그가 해법으로 여태 비판해온 '소비심리 개선'을 지목한 셈이다.

나아가 이 원내대표는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 원 인상, 최저임금 하한선을 전체 노동자 평균임금의 50% 이상으로 법제화하는 안 등을 주장하기도 했다.

또한, 그는 재벌을 비난하면서 중소기업과의 상생 정책의 필요성에 열변을 토했다. "재벌과 중소기업이 더불어 성장하는 희망의 사다리를 (정치가) 놓아주어야 한다"고도 했다.

하지만 이는 이종걸 원내대표가 경제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해 나온 발언이라는 분석이 뒤따른다. 되레 중소기업조차 경제 활성화 입법을 요구하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은 지난 3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경제 활성화 입법을 빠르게 추진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대기업 없이 중소기업이 있을 수 있느냐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대기업의 경제사정이 악화되면 하청업체들이 저절로 고통받는다는 의미다. 이종걸 원내대표가 언급한 개성공단 역시 대부분 중소기업임에도 불구하고 폐쇄되자마자 하청업체들이 함께 직격탄을 맞았다.


▲ 더불어민주당 이종걸 원내대표가 연설을 마치고 내려오자 야당 소속 의원들은 몰려나와 그에게 찬사를 보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4.

이종걸 원내대표는 대선 출마 선언이라도 하는 듯 "새누리당이 반대하더라도 반드시 법안을 만들어 통과시키겠다"는 둥 여러 약속을 내놓았다.

연설 후에는 전날과는 달리 박수를 치고 "잘했다"는 응원의 목소리로 본회의장을 가득 메웠다.

전날 박근혜 대통령의 연설 후에 새누리당 의원들이 나가 긴 띠를 만들고 악수를 청한 것처럼, 더불어민주당 역시 이종걸 원내대표가 나가는 길을 둘러싸고 그에게 찬사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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