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섭단체 연설 하루 미뤄, "외교안보 정책 진지한 자성 담겨야"
  • ▲ 더불어민주당 이종걸 원내대표가 1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우리당은 대통령을 존중해드리는 차원에서 일정을 양보했다"고 주장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종걸 원내대표가 1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우리당은 대통령을 존중해드리는 차원에서 일정을 양보했다"고 주장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종걸 원내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연설을 환영한다"면서 "우리 당은 대통령을 존중해드리는 차원에서 일정도 양보하면서 연설 일정도 바꿨다"고 애써 생색을 냈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15일 비상대책회의에 참석해 "대통령의 국회연설이 안보위기의 극복과 단합의 계기가 될지 아니면 또 다른 갈등과 논쟁의 소지가 될지는 전적으로 대통령에게 달려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원내대표는 "어제 16일을 못 박아서 대통령께서 국회를 찾아서 대국민 연설을 하시겠다고 했다"면서 "우리당은 일관되게 안보에는 여야가 없다는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이번 국회 연설도 국방 안보 이슈에 대한 초당적인 협력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수용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당초 여야는 15일에는 원유철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연설이, 16일에는 이종걸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연설이 예정돼 있었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3일 헌법 제81조에 따라 국회 연설 입장을 국회 측에 전달하면서 일정이 조정됐다.

    청와대 김성우 홍보수석은 "국가안보와 국민안전을 위해 국회 차원의 협조를 요청하게 됐다"며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 UN 결의를 위반하고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는 도발과 관련해 발언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가 산적한 쟁점법안과 선거구 획정과 상관없는 '개성공단 전면 중단 조치'를 두고 대립하는 모습이 연출되는 것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이종걸 원내대표로서는 사실상 박 대통령에 밀려 다음날 교섭단체 연설을 하게 된 셈이다. 애써 더민주가 양보했다고 주장했지만, 그의 불쾌감은 발언 곳곳에서 드러났다.

    특히 이종걸 원내대표는 대통령에게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는 같은 자리에서 "대통령의 메시지에는 외교·안보정책 전반에 대한 진지한 자성이 담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박근혜 대통령의)메시지가 개성공단 폐쇄 조치에 대한 견강부회적 변명과 일방적인 南南갈등 중단 촉구에 머문다면 국민과 정치권은 크게 실망할 것"이라며 "저희들이 적극적으로 양보한 보람도 없어질 것"이라고 압박했다.

    나아가 "대통령의 외교는 '컨셉이 없는 것이 유일한 컨셉'처럼 보이는 냉·온탕외교"라면서 "중국 전승절 참석 등 중국 중시 외교에서 사드 배치 강행 등 미국 중시 외교로 급선회 돼 있고, 대일외교도 철저한 원칙 외교에서 급작스럽게 굴욕적인 위안부 협상 타결로 전환했다"며 비판을 쏟아부었다.

    더불어민주당은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전승절 기념행사에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지난해 8월 17일 더민주 추미애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 전승절 행사에 참여하셔도 좋은데, 그 목표는 '동북아 긴장 관리가 되지 않으면, 우리 통일 환경 조성이 없다'는 명확한 인식을 하고 가면 좋겠다"고 언급했다.

    같은 자리에서 당시 당대표였던 문재인도 "끌려가는 외교가 아니라 주도하는 외교를 해야 한다"며 "저는 중국 전승절 기념행사에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하실 것을 권유한다"고 했다.

    추 의원이 지적한 대로 중국을 통해 동북아 긴장 관리가 되지 않자 정부가 독자 제재에 나선 것임에도 이종걸 원내대표가 비판을 쏟아낸 것이다.

    이날 이종걸 원내대표는 "개성공단 폐쇄로 우리 기업들이 하루에만 16억 원 손실을 보고 있다"면서 "액수는 대기업에 비해선 크지 않다고 하지만 대기업이 전적으로 여기에 투자했다면 이렇게 못했을 거다. 중소기업이기 때문에 이런 거 아니겠나"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