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인권단체 ‘인민의 소리’, 11일 저녁 전단 살포 성공

우리 근로자 추방된 날, 대북전단 100만장은 평양行

사탕 등 간식거리, 중국 지폐도 넣어...“앞으론 공개적으로 작업 할 것”

유경표 기자 프로필 보기 | 최종편집 2016.02.14 15:15:00
▲ 북한인권단체 '인민의 소리' 회원들이 대북풍선에 수소를 주입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북한이 4차 핵실험에 이어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강행해 남북관계가 최악의 경색국면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정부도 북한의 도발에 맞서 지난 10일 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을 선언하고, 미국과 고고도 요격 미사일 사드(THAAD)의 한반도 배치를 논의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북한의 위협이 갈수록 커져가는 상황이지만, 북한인권단체 ‘인민의 소리’와 애국단체들은 여기에 굴하지 않고, 북한 주민에게 3대 세습 독재정권의 진실을 알리기 위한 대북전단 살포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뉴데일리>는 지난달에 이어 ‘인민의 소리’가 진행한 비공개 대북전단 살포 현장을 사전 동의를 얻어 현장취재했다.

'인민의 소리'는 지난달의 두배가 넘는 규모(대형풍선 68개, 대북전단 102만장)로, 대북전단 살포 작업을 진행했다.


11일 오후 경기도 파주 인근의 한 외진 논밭. 겨우 내 얼어붙은 땅이 채 풀리지도 않은 이곳에 부연 흙먼지와 함께 차량 몇 대가 속속 도착했다.

주변에 보이는 것이라곤 논과 산밖에 없는 외진 장소까지 먼 길을 달려 온 이는 북한인권운동가 강재천씨. 그는 수년째 ‘인민의 소리’ 유상준 단장과 함께 김정은 정권의 실체를 북 주민들에게 알리기 위한 전단을, 북녘 땅으로 날려 보내고 있다.

차량에서 내린 강재천씨는 본지 기자가 다가가 인사를 건네기 바쁘게 대북풍선을 띄우기 위한 준비작업에 분주했다. 다소 초췌한 모습으로 나타난 그는 이날 대북전단 살포 준비를 위해 새벽 4시부터 일어나 겨우 라면 하나로 끼니를 때웠다며, 기자를 향해 멋쩍게 웃음을 지었다.

▲ 대북전단은 전자타이머가 장착된 비닐뭉치에 담겨 있다. 전자타이머는 설정된 시간에 따라 15분 간격으로 대북전단을 살포하도록 만들어졌다.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오늘 풍속 12~15m/s, 풍향은 남동풍으로 정말 좋아요. 이렇게 조건이 좋은 날은 일년에 며칠 안됩니다. 지상 900m 상공으로 풍선을 띄워 올리면 약 4~5시간 후 평양 남쪽에 닿을 겁니다.”


‘인민의 소리’ 측이 준비한 대북전단은 총 102만장으로, 3.6kg짜리 전단뭉치로는 68개 분량이었다. 이들이 날려 보내는 것은 전단만이 아니었다. 사탕과 초코파이 등 간식거리와 중국 지폐(1위안) 등도 눈에 띠었다.

전단은 종이가 아닌, 비닐 재질이기 때문에 습기나 물에 의한 훼손에 강하다는 장점이 있다. 무게도 가벼워 종이 전단보다 더 많은 양을 날려 보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광범위한 지역에 살포가 가능하다.

전단 문구는 자유를 찾아 북한을 탈출한 탈북민들이 ‘대한민국 탈북자 통일의병대’의 이름으로 작성했다.

이들은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이어지는 3대 세습 독재의 피해 당사자이자, 목숨을 건 탈출을 통해 자유를 찾은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무자비한 학살과 살인, 고문을 일삼는 북한 독재정권의 붕괴를 누구보다도 바라고 있었다.

‘통일 의병대의 웨침(외침의 북한식 표기)’이라는 제목으로 적힌 전단에는, 북한 동포들이 ‘자유’의 소중함을 깨닫고 김정은 독재의 횡포에 맞서길 바라는 절절한 마음이 담겨 있었다. 북한에 남은 가족과 친구, 이웃이 아사(餓死)의 고통을 겪고 있음을 누구보다도 잘 알기 때문일 것이다.

▲ 북한에 뿌려질 대북전단의 모습.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지금 대한민국과 국제사회에는 여러분들의 친척, 친구, 형제들 3만여명이 북조선을 탈출해 살고 있습니다.

우리 한민족을 지금까지 노예처럼 착취하면서 자신들의 영달만을 위해 살고 있는 김씨가문과 몇놈 안 되는 잔당들의 횡포를 저지시키기 위해 결의합시다.

여러분들의 친 자식들을 위해, 누구나 독같이 행복하게 살아갈 통일된 한반도의 진정한 미래를 위해, ‘통일의병대’의 목숨을 건 의로운 투쟁과 함께 같이 나서준다면 독재자들을 비호하는 한줌도 안되는 반통일 세력들을 철저히 소탕할 수 있을 것입니다.

김정은 체제는 결코 강한 것이 아닙니다. 목숨을 버리겠다는 자각으로 다 함께 일어난다면 반드시 무너질 것입니다.“

   - 대북전단 ‘통일의병대의 웨침(외침)’ 中 일부


전단뭉치 68개를 차에서 모두 꺼낸 후 전자타이머에 전원을 넣자, 빨간불이 깜빡였다. 전단이 담긴 비닐 뭉치는 나일론 재질의 실로 묶여있고, 배터리를 이용한 전자타이머가 부착돼 있다. 전자타이머가 설정한 시간에 맞춰 나일론 실을 끊으면, 대북풍선 1개당 1만 여장이 넘는 전단이 북한 땅에 뿌려질 것이라고 한다.

‘인민의 소리’측은 이날 68개 대북풍선이 평양 남쪽부터 15분 간격으로 날아가며 총 102만장의 대북전단을 살포하도록 계획했다고 밝혔다.

전만뭉치 준비를 끝낸 이들은 대북풍선에 수소를 주입하기 시작했다. 수소는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헬륨가스에 비해 가격이 월등히 저렴하지만, 폭발의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특히 겨울철에는 정전기가 스파크를 일으켜 수소에 불이 옮겨 붙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수소 주입 작업은 극도의 긴장 속에 이뤄졌다.

▲ 대북전단 뭉치에는 라면과 사탕, 초코파이, 1위안 지폐 등 북한 주민의 실생활에 도움이 될 만한 물건도 함께 담겨 있다.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대북풍선 1개당 소요되는 비용은 어림잡아 10만원. 강재천씨는 “대북풍선 활동이 국민 한분 한분의 후원에 힘입은 만큼, 결코 허투루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사실, 후원으로 들어오는 금액의 규모가 크지는 않다. 전자타이머 제작도 상당부분 ‘인민의 소리’ 자비(自費)로 충당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대북풍선을 날리기 좋은 계절은 역시 남풍이 부는 봄입니다. 마음 같아서는 한 번에 대북풍선 200개를 날려 보내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아요.”


강재천씨가 대형풍선에 수소를 주입하면서 기자에게 말했다. ‘인민의 소리’는 대북전단을 실은 풍선이 평양인근까지 안전하게 도달할 수 있도록, 경기 김포에서 실험을 진행하는 등 데이터를 수집해왔다.

이 같은 과학적 데이터를 바탕으로 이뤄지는 대북전단 살포 작업은 기압에 따른 풍선의 팽창과 대북전단 뭉치의 무게, 풍향, 풍속, 기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뤄진다. 이 때문에 새벽부터 매일 바람을 체크해야 하는 수고스러움도 따른다.

기상청에서 풍향과 풍속을 예보하고는 있지만, 오전과 오후의 바람이 달라질 수도 있기 때문에 대북전단 살포 여부는 당일 결정할 수밖에 없다.
 

▲ 하늘로 떠오르는 대북풍선의 모습.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작업 시작 약 1시간여만에 수소 주입은 마무리됐다. 작업이 끝남과 동시에, 현장에 있던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대북풍선을 2~3개씩 손에 쥐었다.

민영기 자유민주수호국민연합 대표는 대북풍선을 동시에 띄워 올리기 위한 구호로 ‘자유 통일’, ‘북한 해방’을 제안했다.

“구호 3번 외치고 모두들 만세 하세요. 자유 통일! 북한 해방!”


구호와 함께 떠오른 대북풍선 30여개가 하늘로 날아오르자 모두의 입에선 탄성이 터져나왔다.

기자가 스마트폰 지도를 통해 풍선이 날아가는 방향을 확인해보니, 정확히 평양을 향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강채천씨는 경찰과 군이 해야 할 ‘대북전단 살포 활동’을 왜 민간에서 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이 작업에 나서는 이유는 “누군가가 나서지 않으면 아무도 하지 않는 일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북한이라면 일단 미소부터 짓고 보는 일부 야당과 속칭 진보진영 인사들이 대북전단 살포에 대해 보이는 ‘알레르기’ 반응은, 북한의 그것과 매우 흡사하다. 종북ㆍ친북주의자들은 대북전단이 남북한의 군사적 갈등을 고조시키고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심지어 이들은 지난 2014년 10월, 대북전단 살포 작업 현장을 기습해 흉기로 풍선과 대북전단을 찢어버리는 등 폭력을 휘둘렀다.

북한도 지난해 9월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을 통해 “대북 전단 살포 책동은 북한의 존엄과 체제를 헐뜯는 용납 못할 도발 행위”라며, “남북 사이의 불신과 대결, 긴장 격화를 부를 것”이라고 비난했다.

▲ '인민의 소리'는 이날 대북풍선이 지상 900미터에서 바람을 따라 4~5시간 후 평양에 도착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이런 방해에도 불구하고, 강재천씨는 대북전단 활동을 공개적인 장소에서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강씨는 “지금까지는 대북전단 활동을 은밀하게 진행했지만 앞으로는 공개적인 장소에서 실시할 계획"이라며, "동참하는 분들이 많아질수록 북한 정권의 붕괴는 더욱 앞당겨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씨는 정부가 북한의 장거리미사일 발사 등 도발행위에 맞서 ‘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을 결정한 사실에 대해서도 의견을 밝혔다. 그는 “개성공단을 통해 북으로 유입된 자금이 핵과 미사일 개발에 쓰였다는 점에서, 그동안 적국을 이롭게 한 행위를 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는 “정부가 개성공단 가동을 이제라도 중단한 것을 환영한다. 우리는 자금줄이 막힌 김정은을 위로하고자 대북풍선에 사탕 등 간식거리를 담았다”며, 북한 정권을 향해 조롱섞인 농담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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