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방지법·북한인권법도 부정적 "연휴에 국회 열 정도의 일인가… 美日은 평일이라 여는 것"
  • ▲ 북한 미사일 발사 도발에 대해 초당적 협력을 다짐했던 더불어민주당이 7일 오후 들어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29일 열린 의원총회에 앞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는 더민주 이종걸 원내대표(왼쪽)와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북한 미사일 발사 도발에 대해 초당적 협력을 다짐했던 더불어민주당이 7일 오후 들어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29일 열린 의원총회에 앞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는 더민주 이종걸 원내대표(왼쪽)와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북한의 미사일 발사 도발에 "초당적 협조"를 다짐했던 정치권이 채 반나절을 견디지 못하고, 같은 날 오후 들어 다시금 균열음을 내고 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테러방지법 처리' '북한인권법 처리' 문제를 놓고 여야 간에 이견이 노출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의 미사일 위협이 더욱 노골화됨에 따라 한미 국방 당국은 이날 사드 배치에 대한 공식 협의를 시작하기로 했다. 같은날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소집한 박근혜 대통령도 "지금의 비상 상황에서 북한이 어떤 방식으로 어떤 테러를 할지 아무도 예측 가능하지 않다"며, 테러방지법을 긴급히 처리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최고위원은 "사드는 공격용이 아니라 방어용이고, 우리의 생사가 걸린 사안에 대비하는 것"이라며, 사드 배치 공식 협의 시작은 당연한 일이라고 거들었다. 동시에 "예측을 불허하는 위험한 (북한) 정권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테러방지법을 빨리 통과시켜야 하며 북한인권법도 마찬가지"라며 "연휴 중에라도 본회의를 열어 테러방지법·북한인권법을 통과시키겠다"고 맞장구를 쳤다.

    그러자 이날 오전 중에 "안보에는 여야가 없다"며 초당적 협력을 다짐했던 더불어민주당이 선을 긋고 나섰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규탄하는 것과, 사드 배치·테러방지법·북한인권법 등 이른바 쟁점 사안은 별개라는 것이다.

    더민주 김성수 대변인은 이날 오후 현안 브리핑을 통해 "마치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기다렸다는 듯이 국방부가 사드 배치를 위한 협의를 시작한다고 발표한 것은 유감"이라며 "사드 배치는 동북아에 새로운 긴장을 조성하고, 특히 중국의 반발을 불러 대중 외교에 심각한 균열을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테러방지법 처리 촉구에 관해서도 "대통령이 뜬금없이 국회에 대해 테러방지법 통과를 압박하고 나선 것은 유감"이라며 "테러방지법이 미사일 발사와 어떤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지 의아하다"고 비난했다.

    나아가 "여야 간의 협의가 진행 중인 입법 사안에 대해 행정부의 수반인 대통령이 때를 가리지 않고 개입하는 것은 국회에 대한 월권 행위로 매우 부적절"하다며 "대통령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그동안 취해온 우리 정부의 외교안보정책이 과연 실효성이 있었는지 되돌아보라"고 되레 훈계하는 듯한 자세를 취했다.

    국회 정보위의 더민주 간사인 신경민 의원도 이날 정보위 도중에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우리의 입장은 (북한 미사일 도발과) 테러방지법을 자꾸 섞어찌개로 만들지 말자는 입장"이라고 선을 그었다.

    제1야당의 원내사령탑인 더민주 이종걸 원내대표는 테러방지법·북한인권법 처리에 대해 부정적인 소신을 드러낸 것은 물론 설 연휴 기간 중에는 대북규탄결의안 채택을 위한 국회 본회의 소집마저 불필요하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국회가 북한 미사일 발사를 규탄한다고 해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저지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국민들 보기에 보여주기식 정치에 그칠 수 있다"며, 설 연휴 기간 중인 9일 본회의를 열어 대북규탄결의안과 테러방지법·북한인권법을 처리하자는 새누리당의 제안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아울러 "연휴에 국회를 열 정도의 일인지는 생각해보겠다고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에게) 말했다"며 "미국과 일본은 국회를 열어서 북한 미사일 발사를 규탄한다고 하지만, 그 나라는 휴일이 아니고 원래 (평일이라) 국회가 열려서 하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이에 대해서는 국회가 그동안 평일이라고 해서 이렇다하게 열심히 일한 것도 아닌데, 새삼 설 연휴라는 점을 따져가며 국회를 열지 말지 결정해야 할 일인지 국민정서상 의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들은 설 연휴 동안 국회의원들이 '민생 행보'라며 전통시장이나 경로당을 들쑤시고 다니는 것보다는, 간만에 '일하는 국회'의 모습을 보여주기를 바라고 있다는 것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더민주)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말한 초당적 협조가 반나절만에 빛이 바랬다"며 "이대로라면 이종걸 원내대표가 말한대로 별다른 실효성도 없는 대북규탄결의안만, 그나마 연휴가 끝난 뒤에 처리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한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7일 오전 11시(현지시간) 긴급회의를 소집하고, "안보리 이사국들은 북한의 이번 발사를 강력히 규탄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북한 미사일 발사가 이뤄진 후 불과 몇시간 만이다. 긴급한 상황인 만큼 일요일에 긴급회의가 소집된 것도 이례적이었다.

    이에 따라 결국 더민주도 여당의 요청에 따라 설연휴 마지막 날인 10일 오후 2시 국회 본회의를 열어 북한 도발 행위를 규탄하는 공동 결의안을 채택키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