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민진당 집권, 홍콩 ‘우산혁명’ 시위대의 지지, 美 ‘대만 지렛대論’ 확산까지
  • ▲ 중국 SNS 웨이보에 '쯔위'가 '청천백일기'를 흔드는 모습을 폭로하고 선동했던 대만의 친중파 가수 '황 안'. 그 또한 방송에서 '청천백일기'를 흔들며 노래한 적이 있다. 이 영상은 대만 네티즌들이 찾아낸 것이라고 한다. ⓒ유튜브 관련 영상 캡쳐
    ▲ 중국 SNS 웨이보에 '쯔위'가 '청천백일기'를 흔드는 모습을 폭로하고 선동했던 대만의 친중파 가수 '황 안'. 그 또한 방송에서 '청천백일기'를 흔들며 노래한 적이 있다. 이 영상은 대만 네티즌들이 찾아낸 것이라고 한다. ⓒ유튜브 관련 영상 캡쳐

    MBC의 생방송 ‘마이리틀 텔레비전’에 나와 대만 국기인 ‘청천백일기’를 들고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中공산당과 이를 따르는 중국인들에게 맹공격을 받은 16살 걸그룹 멤버 ‘쯔위’. ‘쯔위’를 향했던 비난의 화살은 이제 역으로 그를 비난했던 대만 출신 친중파 작곡가 겸 가수 ‘황 안’을 향하고 있다.

    20일 현재 대만, 한국, 中공산당 모두 ‘쯔위’에 대한 이야기는 자제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하지만 그 ‘나비효과’는 이제부터 일 수 있다. ‘쯔위 사태’로 시작된 동아시아의 반중 정서를 적극 활용하려는 ‘외부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어서다.

    지난 17일(현지시간) 美‘월스트리트저널’에는 존 볼턴 前유엔 대사의 기고문이 실렸다. 이 글에서 존 볼턴 前대사는 “미국은 이번에 출범한 차이잉원 민진당 주석의 새 정권을 中공산당에 대한 ‘지렛대’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우파 성향인 ‘미국기업연구소(AEI)’에서 연구원으로 지내고 있는 존 볼턴 前대사는 中공산당의 패권전략을 비판하며, “中공산당이 패권전략을 굽히지 않는다면, 다음 정부는 ‘단계적 확대라는 외교전략의 사다리’를 사용할 수 있다면서 ‘대만 지렛대’의 사용 수단을 설명했다.

    미국 정부가 대만에 공식적으로 외교관을 보내거나, 駐대만 미국 대표부를 공식 외교기관으로 격상시키는 것, 대만 신임 총통의 국빈 초청, 美공무원의 공무상 대만 방문 허용 등이 그것이었다. 마지막에는 미국과 대만 간의 국교 정상화를 ‘카드’로 내놓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존 볼턴 前대사는 대만에 ‘하나의 중국’ 정책에 동조하지 않는 차이잉원 정권이 들어서게 된 점을 거론하며 “미국에서 공화당 정권이 들어서게 되면 대중 정책에서 ‘빠진 부분’을 채우게 될 것”이라며 대만 민진당 정권을 中공산당에 대한 ‘지렛대’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주장은 존 볼턴 前대사 혼자만의 목소리가 아니다. 美공화당 대선 주자 가운데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텍사스)은 “이번 대만 총통 선거는 자유를 위한 신호”라며 “미국 정부는 대만의 안전을 보장해줘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또한 “中공산당에 맞서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대만에 우호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 ▲ 대만 총통선거에서 승리한 차이잉원 민진당 주석. 그를 향한 세계 각국의 러브콜이 쏟아지고 있다. 中공산당 때문이다. ⓒ대만 총통선거 경선판공실 화면 캡쳐
    ▲ 대만 총통선거에서 승리한 차이잉원 민진당 주석. 그를 향한 세계 각국의 러브콜이 쏟아지고 있다. 中공산당 때문이다. ⓒ대만 총통선거 경선판공실 화면 캡쳐

    오바마 정부도 이런 공화당의 지적을 의식해서인지 최근 윌리엄 번스 前국무부 부장관을 대만 타이페이로 보내 차이잉원 당선자와 만나도록 했다. 오바마 정부는 2015년 12월에는 中공산당의 반발을 무시하고 대만에게 18억 달러 상당의 무기를 판매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일본 또한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지난 18일 아베 신조 日총리는 참의원 예산위원회에 출석해 “차이잉원 주석의 당선으로 일본과 대만 간의 협력이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말하며, 새 대만 정권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스가 요시히데 日관방장관은 차이잉원 총통 당선자와 민진당이 대중 종속 일변도의 경제 전략을 수정해 미국, 일본과의 자유무역협정을 추진할 것이라는 공약을 내세웠던 점을 상기시키며, “대만의 TPP 가입은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안정에 번영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며 적극 환영한다는 뜻을 밝혔다고 한다.

    홍콩의 움직임도 특별하다. 2014년 7월 홍콩에서 ‘우산혁명’이라는 이름의 민주화 시위를 이끌었던 ‘조슈아 웡’은 지난 17일 대만 타이페이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中공산당으로부터 독립적인 목소리를 내려는 대만 사람들과 연합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슈아 웡’은 “대만의 주권 문제, 홍콩의 미래, 모두 ‘중국 요소’와 관련이 있다”고 지적하며 “더 많은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조슈아 웡’은 이번 대만 선거에서 제3정당이 된 ‘시대역량’은 물론 차이잉원 신임 총통의 민진당 정권과도 협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 ▲ 2014년 홍콩에서 일어난 민주화 운동 '우산혁명'의 모습. 中공산당은 다양한 비열한 방법으로 이들을 강제해산하려 했다는 정황이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당시 보도화면 캡쳐
    ▲ 2014년 홍콩에서 일어난 민주화 운동 '우산혁명'의 모습. 中공산당은 다양한 비열한 방법으로 이들을 강제해산하려 했다는 정황이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당시 보도화면 캡쳐

    ‘조슈아 웡’이 언급한 대만 정당 ‘시대역량’은 2014년 초 대만을 휩쓸었던 ‘해바라기 운동’을 통해 등장한 청년 정당이다. 당시 대만 여당인 국민당이 중국과의 ‘서비스 무역협정’을 날치기 통과 시키려 하자 이에 반대하는 2030세대들이 한국의 국회에 해당하는 입법원 본회의장을 점거하며 격렬히 항의했고, 이후 정당을 만든 것이다. 이들은 첫 총선에서 5석을 얻었다.

    홍콩의 ‘우산혁명’과 대만의 ‘딸기세대’가 만든 ‘시대역량’은 모두 中공산당의 ‘하나의 중국’ 정책에 강하게 반대한다. 中공산당이 ‘민족’이라는 명분으로 중화권 전체에 대해 독재국가를 세우려 한다고 비판한다. 실제 홍콩, 마카오, 대만 등에서는 갈수록 中공산당의 억압과 통제가 심해지고 있어 이들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조슈아 웡’과 함께 홍콩의 ‘우산혁명’을 주도했던 ‘알렉스 차우’는 “대만은 홍콩과 같은 (中공산당의) 위협에 직면하고 있다”며 “홍콩과 대만은 모든 분야에서 강력한 동맹을 맺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 ▲ 2014년 홍콩 '우산혁명' 당시 시위대는 中공산당을 옹호하는 괴한들로부터 습격받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 홍콩 경찰은 이 괴한들이 아니라 피해자들을 구금해 논란을 빚었다고 한다. ⓒ데일리 시그널 당시 보도화면 캡쳐
    ▲ 2014년 홍콩 '우산혁명' 당시 시위대는 中공산당을 옹호하는 괴한들로부터 습격받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 홍콩 경찰은 이 괴한들이 아니라 피해자들을 구금해 논란을 빚었다고 한다. ⓒ데일리 시그널 당시 보도화면 캡쳐

    차이잉원 민진당 주석의 대만 총통 당선 등 앞서 언급한 모든 이야기는 정치인 또는 정치세력들의 이야기다. 하지만 이런 감정이 폭발하게 된 계기가 ‘쯔위 사태’라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차이잉원과 민진당이 대만 총통 선거 및 입법원 선거에서 대승을 거두게 된 것도 ‘쯔위’ 때문에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은 대만의 젊은 세대 ‘딸기세대’의 집단 반발 덕분이었고, 비슷한 시기에 미국, 일본, 홍콩의 반중 진영이 나서기 시작한 것도 결국에는 中공산당과 이들의 명령에 따라 ‘쯔위’를 비난하고 저주했던 중국 ‘우마오당’들의 행패가 아니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대만 정세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지만, 한국 내에서도 ‘쯔위 사태’를 기점으로 반중정서가 서서히 표면으로 나오고 있다.

    中공산당은 대공방어 시스템인 ‘사드(THAAD)’ 미사일의 한국 배치 반대, 제주해군기지 건설 반대에서부터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강력한 제재에도 반대하면서, 공산당 관영 매체를 통해 한국을 업신여기고 비웃는 행태를 여러 차례 보인 것은 기억하고 있는 한국 국민들에게 16살 소녀가 아무런 의도 없이 한 행동을 놓고 中공산당의 조종 아래 수백만 명이 조직적으로 비난하고 압력을 가하는 모습에 실망과 함께 큰 분노를 느낀 것이다.

    지금까지 한국 언론들은 ‘쯔위 사태’를 촉발시킨, 대만의 친중파 가수 ‘황 안’과 ‘쯔위’의 소속사인 JYP, 그리고 ‘쯔위’가 생방송에 출연했을 때 ‘청천백일기’를 손에 들려준 공중파 MBC를 주로 비판하고 있다. 일부 ‘친중 성향’의 언론은 ‘쯔위 사태’의 책임이 한국에 있다는 식으로 ‘자학’까지 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 국민들 사이에서는 '쯔위'를 희생양으로 삼아 자기만 안전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친중 세력’은 물론, 항상 한국을 얕보며 거만하게 구는 中공산당과 한국 사회에 큰 민폐를 끼치는 조선족을 포함한 중국인에 대해 더 이상 ‘관용’을 베풀어서는 안 된다는 쪽으로 쏠리고 있다.

  • ▲ '쯔위'에 대한 中공산당과 중국인들의 온갖 저주와 비난, 협박이 쏟아지자, 결국 이렇게 공개사과를 했다. 이후 中공산당은 태도를 바꿔 '쯔위'를 옹호하고 있다. ⓒ'쯔위'의 공개사과 영상캡쳐
    ▲ '쯔위'에 대한 中공산당과 중국인들의 온갖 저주와 비난, 협박이 쏟아지자, 결국 이렇게 공개사과를 했다. 이후 中공산당은 태도를 바꿔 '쯔위'를 옹호하고 있다. ⓒ'쯔위'의 공개사과 영상캡쳐

    中공산당 소속 매체 ‘환구시보’가 ‘쯔위’가 중국어로 사과하는 영상이 올라온 뒤에서야 그를 ‘중국의 별’이라 부르며 옹호하면서, 이번 사태의 원인을 한국과 대만으로 지목하며, 자신들에게는 문제가 없다고 떠들어 대는 것 또한 한국 국민들의 분노를 자아내고 있다.

    中공산당이 이 같은 반중정서를 해결하고 싶다면, 지금처럼 관영매체를 내세워 남 탓이나 하며 얼렁뚱땅 넘어가려 하지 말고, '국제사회의 룰(Rule)'과 스스로가 했던 약속을 지키는 길밖에 없어 보인다.

    대만에 대한 압박을 철회하고, 홍콩 시민들에게는 약속했던 '일국양제'와 민주적 선거를 보장하며, 한국을 위해서는 "북한에 대한 강력한 제재에 동참하겠다"는 뜻을 밝히는 게 최선일 것이다.

    그렇지 않고, 中공산당 지도부만의 생각을 막무가내로 밀어붙인다면, 中공산당과 이들을 믿고 자국민을 비난하고 조롱했던 친중파들이 ‘쯔위 사태’를 제대로 수습하지 못한다면, 中공산당은 머지않은 시기에 아시아 전역에서 큰 어려움을 겪게 될 가능성이 높다.

    정치라는 것이 국제관계와 일반 국민들에게 하향식으로 영향을 주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때로는 일반 국민들의 감정과 여론이 정치와 국제관계에 큰 영향을 주는 사례도 있다는 사실을 떠올려 보면, ‘쯔위 사태’는 나중에 中공산당에 격렬히 반발하는 ‘동아시아 반중연대’를 만드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