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잉원 신임 총통 득표의 19.5%가 젊은 세대…‘경제’ 내세운 친중파에 강한 반감
  • 지난 16일 치러진 대만 총통 및 입법위원 선거(한국의 대선·총선에 해당)에서 차이잉원 민진당 주석이 총통에 당선됐고, 기존 여당인 국민당은 민진당에 다수당의 자리를 넘겨줬다.

    한국의 걸그룹 ‘트와이스’의 멤버인 ‘쯔위’가 대만 국기인 ‘청천백일기’를 흔들었다는 이유로 일어난 논란이 민진당의 승리를 주도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런데 이런 ‘흐름’을 주도한 사람들이 있다. 바로 대만의 2030세대, 일명 ‘딸기 세대’들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미국의 ‘뉴욕타임스’와 ‘월스트리트저널’ 등은 ‘딸기세대’의 움직임과 정서에 주목했다. 이들의 공통적인 정서가 차이잉원 총통을 만들어냈고, ‘쯔위’에 대한 中공산당의 무차별적 비난을 잠재웠다고 보고 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대만 양안정책협회의 온라인 조사 결과 ‘딸기세대’가 차이잉원 민진당 주석에게 134만 표라는 몰표를 던진 덕분에 정권 교체가 일어났다고 전했다. 이는 차이잉원이 득표한 689만 표 가운데 19.5%에 해당한다.

  • 2014년 초 '친중파'인 국민당 정권에 반발해 일어난, 젊은 세대들의 '해바라기 운동' 기념 영상. ⓒ유튜브 영상 캡쳐
    ▲ 2014년 초 '친중파'인 국민당 정권에 반발해 일어난, 젊은 세대들의 '해바라기 운동' 기념 영상. ⓒ유튜브 영상 캡쳐

    대만의 ‘딸기세대’가 ‘하나의 중국’ 정책을 내세워 16살 소녀의 별다른 뜻 없는 행동까지도 정치적으로 해석하고 탄압한 데 대해 분노한 결과라는 것이다.

    대만의 ‘딸기세대’는 1981년 이후 출생한 2030세대를 가리키는 말이다. 딸기처럼 보기에는 좋지만 살짝만 건드려도 물러터진다는 부정적인 의미를 담은 말이다. 대만의 기성사회와 정치권은 이들이 사회적 문제에는 별 관심이 없고 자기 이익만 추구한다고 비난해 왔다.

    하지만 ‘딸기세대’에 속하는 젊은이들이 그동안 해 왔던 사회활동이나 이들의 속내는 대만 정치권과 기성사회의 생각과 다르다는 것이 홍콩이나 미국 언론의 분석이다.

    ‘딸기세대’ 젊은이들은 대만 정치권이 ‘양안 관계 안정’을 내세워 15년 전부터 대만의 많은 공장을 중국 본토로 이전하고, 中공산당의 잘못된 정책이나 부조리에는 침묵하는 데 대해 큰 불만을 갖고 있다.

    1990년대까지 ‘아시아의 네 마리 용’ 가운데 하나로 급성장하던 대만이 친중 정권이 들어선 뒤 中공산당에 아부하며, 공장을 본토로 옮기면서 대기업은 물론 협력업체와 중소기업 일자리가 크게 줄어들었고, 그 결과 젊은 세대의 임금이 20년 째 제 자리인 반면 물가와 집값은 급상승했다는 주장을 펼친다.

    하지만 대만 정치권과 기성사회는 이들의 주장을 무시했다. 특히 정치권은 ‘친중파’가 득세를 하면서 ‘양안 관계 안정’을 명분으로 젊은 세대들의 요구를 묵살했다. 하지만 이제는 ‘딸기세대’가 이들 정치권과 기성사회의 숨통을 거머쥐게 된 것이다.

  • 대만 젊은이들은 中공산당의 눈치를 보며 '하나의 중국' 정책에 편승하는 정치권과 기성사회에 큰 반감을 갖고 있다. ⓒ프리덤헤럴드 org 화면 캡쳐
    ▲ 대만 젊은이들은 中공산당의 눈치를 보며 '하나의 중국' 정책에 편승하는 정치권과 기성사회에 큰 반감을 갖고 있다. ⓒ프리덤헤럴드 org 화면 캡쳐

    ‘딸기세대’가 여론을 주도하는 현실이 올 것이라는 징조는 이미 과거에도 있었다.

    ‘딸기세대’ 젊은이들은 2014년 3월 당시 여당이었던 국민당과 마잉주 총통이 中공산당과의 ‘FTA’ 비준안을 날치기 통과시키려는 것을 막기 위해 입법원(한국의 국회에 해당)을 점거하기도 했다. 이때 점거 시위자들이 가슴에 ‘해바라기’ 스티커를 붙이고 있었다고 해서 대만에서는 ‘해바라기 운동’이라고 부른다.

    이후 ‘해바라기 운동’을 주도했던 사람들은 정당을 만들었고, 현재는 대만 제3정당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차이잉원 총통의 당선과 민진당의 다수당 차지뿐만 아니라 ‘쯔위 사태’를 놓고 中공산당이 급히 수습에 나선 것 또한 “中공산당에 할 말은 해야 한다” “대만은 중공보다 더 정통성이 있는 나라이며, 中공산당의 지배를 받지 않아야 한다”는 ‘딸기세대’의 분노 때문이라는 분석이 갈수록 힘을 얻고 있다.

    ‘딸기세대’는 오는 24일 작곡가 겸 가수 ‘황 안’을 규탄하는 대규모 거리 시위를 추진하고 있다. 대만에서 대표적인 ‘친중파 연예인’으로 활동하는 ‘황 안’을 매장시키겠다고 벼르는 사람들도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홍콩의 자유주의자들 또한 대만 ‘딸기세대’를 지지하고 있다.

    ‘쯔위 사태’로 수면 위로 드러난 ‘딸기세대’가 자기 목소리를 더욱 크게 내기 시작하면, 15년 동안 잠잠하던 대만-中공산당 간의 관계는 다시 요동칠 것으로 보는 분석이 많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