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민의 소리' 유상준 단장·북한인권 운동가 강재천씨, 파주에서 대북풍선 띄워
  • ▲ 북쪽 하늘을 향해 날아갈 대북 풍선.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북쪽 하늘을 향해 날아갈 대북 풍선.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지난 6일 북한이 4차 핵실험을 감행하면서 남북 관계는 더욱 얼어붙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북한의 핵포기를 전제로 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강조해왔지만, 김정은 정권은 노골적인 남침 야욕을 드러내는 것으로 답변을 대신했다.

    이번 핵실험 이후, 우리 정부는 중단했던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했지만, 북한측도 지난 12일부터 대남 전단을 살포하는 등 맞불을 놓으면서, 이에 대한 우리 군의 추가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군은 이동식 대북 확성기 추가 배치와 대형 전광판 설치 등을 검토하고 있을 뿐, 지난 2000년 남북 정상회담 이후 중단된 대북전단 살포 재개에 관해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반면, 국내 북한인권 단체들은 정부를 대신해, 민간 차원에서의 대북전단 살포 활동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대북전단 살포 활동은 휴전선을 마주하고 있는 인근 주민의 반발과 종북·좌파 단체들의 반대 시위, 북한의 도발 위협 등으로 인해 대부분 비공개로 이뤄지고 있다. 장소와 시간 등이 철저히 비밀에 붙여지기 때문에 일반 독자들은 언론을 통해 자세한 내용을 알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 

    이에 뉴데일리 취재진은 북한인권단체 '인민의 소리'측의 사전 협조를 받아, 대북 전단 살포 현장을 직접 취재했다. 

    대북풍선은 북한 주민들에게 진실을 알리는 것이 목적입니다. 북한은 독재정권이 들어선 그날부터 주민들에게 거짓말을 해왔습니다. 이제 민족의 공영(共榮)을 위해 북한 정권을 뒤집어 엎어야 합니다.

  • ▲ 대북 전단이 1만여장씩이 들어있는 대북전단 뭉치.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대북 전단이 1만여장씩이 들어있는 대북전단 뭉치.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16일 밤 경기도 파주시 인근의 한 들판. 어둠 속에서 '인민의 소리' 유상준 단장과 북한인권운동가 강재천씨 등 보수단체 관계자들이 무엇인가를 부지런히 나르기 시작했다. 이윽고 강재천씨가 휴대용 발전기에 시동을 걸어 불빛을 환하게 밝히자, 대북 전단 1만여장이 담긴 비닐뭉치 30여개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들이 이날 준비한 대북전단은 총 40여만장. 각각의 비닐뭉치에는 사탕, 중국 위안화 등과 함께 북한주민에게 진실을 알릴 전단지 1만여장이 담겼다. 전단 비닐뭉치의 무게는 3.5kg에 달한다.

    전단은 종이가 아닌 '비닐' 재질로, 물이나 습기에 의한 훼손이 적도록 만들어졌다. 각각의 전단에는 다음과같은 내용이 적혀 있었다.

    해방 후부터 이밥에 고기국. 아직도 거짓말. 개혁개방만이 살길이다.

    하나가 열, 백이 되어 김정은 타도의 깃발아래 뭉치자. 백만을 가둘 감옥은 없다. 천만을 가둘 감옥은 더욱더 없다.

    우리에게 쌀을 달라. 굶어죽기 직전이다. 쌀 못주면 차라리 자유를 달라.

    우리도 사람이다. 말할 권리, 들을 권리, 볼 권리 없는 것은 이 세상에 우리뿐이다. 정치범 수용소 웬말이냐.

    늑대보다 못한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이 외에도 장문의 글의 적힌 전단에는 수백만이 아사(餓死)했던 고난의 행군 시기에 김정일이 8억달러를 들여 금수산태양궁전에 김일성의 시신을 안치한 사실. 나아가 김정일의 첩인 홍일천(김혜경의 생모), 성혜림(김정남의 생모),  김영숙(김설송의 생모), 고영희(김정은과 김여정의 생모), 김옥 등의 존재를 소개하는 내용도 담겨 있다.

  • ▲ 비닐재질에 인쇄된 대북전단.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비닐재질에 인쇄된 대북전단.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대북 풍선은 과학..10시간 후 평양 상공에 전단 뿌려질 것

    오늘은 풍속이 5m/s로 바람이 비교적 약해요. 대북풍선이 휴전선까지 도착하는데는 1시간이 걸리고, 평양까지는 9~10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합니다.


    강재천씨가 영하의 기온 속에서 하얀 입김을 내뿜으며 기자에게 말했다. 그는 이날 풍선이 날아갈 고도가 지상 800미터 상공으로, 현재 남풍이 불고 있으며, 비닐뭉치에 장착된 전자 타이머가 15분 간격으로 전단을 평양에 쏟아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단 뭉치들이 모두 준비되자, 유상준 단장과 강재천씨 등 3~4명이 대형 비닐에 일제히 수소를 담기 시작했다. 대형 풍선은 ‘쏴-’ 소리를 내며 눈 깜짝할새 부풀어 올랐다.

    헬륨가스는 수소보다 가격이 10배나 비싸다고 한다. 때문에 재정형편이 어려운 시민단체 입장에선 약간의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수소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 물론, 수소 주입 작업이 시작되는 순간부터 흡연을 하거나, 라이터를 켜는 행동은 일절 금물이다.

    대푹 풍선은 과학입니다. 기압 층별로 1km씩 올라갈때마다 온도차가 7도에서 9도나 차이가 나고 풍향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순조롭게 전단이 북한으로 갈 수 있도록 풍선이 올라갈 고도를 기상 상황에 따라 800m 또는 1500m 범위 내에서 조정해야합니다.

     

  • ▲ 대북풍선은 지상 800미터 상공에서 북한으로 날아가게 된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대북풍선은 지상 800미터 상공에서 북한으로 날아가게 된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유상준 단장은 풍선에 넣는 수소의 양은 당일 기상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이날은 대형풍선 전체 크기의 2/3 정도만 수소를 담았다. 아울러 기압 차이로 풍선이 팽창해 터지지 않도록, 풍선 밑부분에 송곳으로 3~4군데 구멍을 뚫었다.

    기자는 부풀어오른 대북 풍선을 손으로 직접 잡아봤다. 중력을 거슬러 떠오르려는 묵직한 힘이 팔에 전해졌다. 기자가 "겉보기와 다르게 풍선이 꽤나 묵직하다"고 말하자 강재천씨는 "이 대형풍선 하나에 매달 수 있는 무게가 최대 4.5kg"이라고 뀌띔했다.

    작업을 시작한지 30여분이 지난 뒤, 드디어 기둥 모양으로 기체가 차오른 대북풍선 6개가 모였다. 강재천씨는 풍선을 잡고 있는 사람들에게 “제가 ‘자유’하면 여러분들이 ‘통일’하고 날립시다”라고 제안했다.

    “자유!” “통일!” 북한 주민들이 진실을 깨닫고 김정은 독재정권의 압제에서 벗어나길 바라는 마음이 별빛을 따라 밤하늘로 솟구쳐 올랐다. 떠오른 풍선이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현장에 있던 모두는 말없이 고개를 들어 그 모습을 응시했다.

    “(전단 뭉치에) 사탕을 담았는데, 북한에서 다음날 남한이 보낸 ‘사탕폭탄’이 떨어졌다고 날뛰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네” 강재천씨가 던진 농담에,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폭소를 터뜨렸다.

  • ▲ 대북 전단 뭉치에 들어있는 사탕. 북한인권운동가 강재천씨는 이를 '사탕 폭탄'이라고 표현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대북 전단 뭉치에 들어있는 사탕. 북한인권운동가 강재천씨는 이를 '사탕 폭탄'이라고 표현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북한 주민에게 진실 알려 '자유 통일' 이뤄야.."정부에서도 대북전단 나서달라"

     
    풍선은 6개를 먼저 날려보낸 다음 순차적으로 2~3개씩 하늘로 날아올랐다. 작업은 시작 2시간만에 29번째 풍선을 끝으로 마무리됐다. 마지막 30번째 풍선은 수소가 새는 것이 확인돼, 아쉽지만 다음을 기약해야 했다.

    영하의 날씨 속에 현장에 있던 '인민의 소리' 회원들의 손과 발은 꽁꽁 얼어붙었지만, 한가득 미소를 띈 얼굴에서는 희망이 뭍어났다. 

    대북전단 살포 등 북한인권활동에 나서고 있는 ‘인민의 소리’ 회원들이 겪는 어려움은 재정 형편이나 추운 날씨 등에 있지 않다. 강재천씨는 대북 전단 활동을 ‘군사적 긴장을 조성하는 행위’로 매도하며 극렬 반대하는 종북·좌파단체의 어깃장이 제일 안타깝다고 했다.

    강씨는 “대북전단 살포는 주간ㆍ야간 구분없이 어디서든 할 수 있어야 한다”며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찬성해야 할 일임에도 일부 종북·좌파들이 반대한다고 해서, 공개적으로 날릴 수 없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 ▲ 하늘로 날아오르는 대북풍선의 모습.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하늘로 날아오르는 대북풍선의 모습.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그러면서 강씨는 “(대북전단은)정부나 군에서 해야할 일인데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민간에서 나설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앞으로는 대북전단 활동을 공개적으로 할 수 있도록 추진해 나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작업에 함께 참여한 탈북자 A씨도 대북전단이 북한 주민들에게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1988년 북한에 있을 때, 대북 전단을 직접 본 일이 있는데, 그 전단을 보고서야 서울에서 올림픽이 열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회고했다.

    그는 “북한은 철저히 정보를 통제하기 때문에, 주민들은 외부 세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기 어렵다”며 “대북전단을 통해 북한 김정은 독재정권의 진실을 깨닫는 주민들이 반드시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