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탄불 최대 관광지 술탄 아흐메드 광장에서 20대 시리아 남성 자살폭탄 테러
  • ▲ 지난 12일(현지시간) 터키 최대도시 이스탄불의 유명 관광지 '술탄 아흐메드 광장'에서 자살폭탄테러가 발생했다. ⓒ美폭스뉴스 보도화면 캡쳐
    ▲ 지난 12일(현지시간) 터키 최대도시 이스탄불의 유명 관광지 '술탄 아흐메드 광장'에서 자살폭탄테러가 발생했다. ⓒ美폭스뉴스 보도화면 캡쳐

    지난 12일(현지시간) 터키 최대 도시 이스탄불에서 외국인이 가장 많이 찾는 관광지인 ‘술탄 아흐메드 광장’에서 자살폭탄 테러가 일어났다. 이 테러로 10명이 숨지고 15명이 부상을 입었다. 대부분 외국인이었다.

    터키 당국은 범인이 1988년생 시리아 국적 남성 ‘나빌 파들리’라고 지목했다. 이 남성이 태어난 곳은 사우디아라비아이며 시리아 국경을 통해 터키로 건너왔다고 한다.

    터키는 서구화되기는 했지만 무슬림 국가다. 그것도 테러조직 ‘대쉬(ISIS)’와 같은 수니파다. 터키 내에는 ‘대쉬’를 지원하는 조직들도 있다. 터키 정부는 ‘대쉬’와 싸우는 쿠르드족을 탄압하고 있다. 그런데 왜 터키를 공격한 걸까. 2015년 터키에서 일어난 테러들과 이번 테러를 동시에 살펴보면 실마리가 보인다.

    2015년 7월 20일 터키 남부 수루츠의 문화회관에서 테러가 일어났다. 테러 목표는 시리아의 쿠르드족 거주지 코바니로 가려던 쿠르드족 지지단체 ‘사회주의청년연합(SGDF)’ 회원들, 자폭 테러를 저지른 사람은 터키 국적 대학생 ‘압두라흐만 알라교즈’였다. 이 테러로 쿠르드족 청년 33명이 숨졌다.

    2015년 10월 10일에는 수도 앙카라 기차역 앞 광장에서 자살폭탄테러가 일어났다. 테러범은 당시 사망자는 100여 명. 숨진 사람 대부분은 쿠르드족이었다고 한다. 테러범은 ‘유누스 알라교즈’로 ‘압두라흐만 알라교즈’의 형이었다. 그를 도운 공범은 시리아 국적이었다고 한다.

    이후 터키 정부는 테러를 저지른 ‘대쉬(ISIS)’ 지지 세력이 아니라 쿠르드족 지지 세력을 탄압하기 시작했다. 수십여 명의 쿠르드족 독립운동 단체 회원들이 터키 당국에 검거됐다.

    터키 정부는 서방 진영의 시선 때문에 ‘대쉬(ISIS)’ 소탕작전도 벌였다. 용의자 수십여 명을 검거하기도 했다. 하지만 터키 정부는 자국민의 대부분인 수니파가 지지하는 ‘대쉬’ 소탕 보다는 터키 영토에서 독립국을 만들려는 쿠르드족 단체들을 탄압하는 데 더욱 열을 올렸다.

    즉, 쿠르드족은 터키 정부와 이라크 정부, 테러조직 ‘대쉬’에게 모두 미움을 받는 세력이다. 이 가운데서도 시리아 코바니에 근거지를 둔 민병대 YPG는 ‘대쉬’에게 큰 타격을 안겨준 조직으로 서방 국가들이 지원하기도 한다. 터키 정부 입장에서는 이런 쿠르드족 민병대 세력이 더욱 커지는 데 불편하다.

    지난 12일(현지시간) 일어난 자살폭탄테러가 쿠르드계 조직이 아니라 외국인을 대상으로 했다는 점은 ‘대쉬’와 그 지지 세력들이 터키 정부에 보내는 ‘경고’로 볼 수 있다.

    러시아 공격기 Su-24를 터키 공군의 F-16 전투기가 격추한 뒤 서방 진영의 압력에 의해 ‘대쉬’에 대한 공격을 강화하려는 터키 정부에 “시리아-이라크 상황에 더 이상 개입하지 말고 쿠르드족 소탕을 더욱 활발히 벌이라는 메시지”라는 것이다.

    이번 이스탄불 술탄 아흐메드 광장 폭탄 테러의 피해자가 거의 외국인 관광객이라는 점은 이를 뒷받침한다. 이번 테러로 인한 사망자 10명 가운데 8명이 독일인으로 밝혀졌으며, 2명은 아직 신원이 파악되지 않았다. 부상자 15명 가운데 12명이 독일인이었으며, 페루인, 노르웨이인도 1명씩 있었다. 터키인 부상자도 1명이 발생했다.

    한국인들의 시각에서는 “무슬림 난민을 100만 명 이상이나 받아들이고 무슬림에 관대한 독일인을 왜 공격하겠느냐”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테러조직 ‘대쉬’의 눈에 독일의 관대함은 ‘배교도에 대한 관대함’으로 해석될 뿐이다.

    ‘대쉬’의 주장을 지지하는 무슬림들은 최근 독일 쾰른, 함부르크, 슈투트가르트 등에서 길 가는 여성들을 집단 성폭행하거나 강도짓을 저지르고 현지 경찰을 희롱해 독일 국민들의 큰 분노를 사고 있다.

    사실 이런 일은 매우 흔했지만, 독일 정부가 그동안 쉬쉬하고 있어 잘 드러나지 않았다. ‘유튜브’ 등에서는 독일에 유입된 무슬림 난민들이 지나가는 독일인들을 향해 “너희 땅은 곧 우리 땅이 될 것이며, 너희는 곧 우리의 노예가 될 것”이라고 공공연히 협박할 정도로 적개심을 드러내는 영상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런 시각을 가진 무슬림 근본주의 세력들에게 외국인 관광객이 가장 많이 모이는 술탄 아흐메드 광장은 좋은 표적이 되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테러 이후 터키 정부의 대응도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자국 언론들에게 테러와 관련된 보도를 금지한 것이다. 터키 야당 측은 “정부가 테러 현장에 구급차가 도착하기도 전에 보도통제부터 했다”며 현 정부를 강하게 비난하기도 했다.

    이를 보는 서방 진영의 시선은 매우 불안하다. 터키 정부가 ‘수니파 무슬림’이라는 데 집착, ‘대쉬(ISIS)’와의 싸움을 건성으로 하거나, ‘대쉬’ 조직원이 터키 국경을 통해 유럽으로 침투하는 것을 제대로 막지 않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 터키 언론들은 “2015년 12월 美CIA가 폭탄테러 정보를 입수, 터키 정보 당국에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누만 쿠르툴무시 터키 부총리가 “이번 테러범은 감시대상이 아니었다”고 해명하자 외신들은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최근 ‘대쉬’가 쿠르드 민병대와 서방 연합군, 이라크군, 러시아-시리아 연합군에 패퇴하는 양상을 보이면서, 최후의 발악으로 인근 국가로 숨어들어가 다시 테러를 벌이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터키 정부 등의 미온적인 태도 때문에 나오는 것이다.

    한편 터키 이스탄불 테러로 한국인 부상자가 발생했다는 보도는 현지 언론의 오보인 것으로 확인됐다. 자살폭탄테러 현장 주변에 있던 한국인 단체 관광객 1명이 손가락에 경미한 부상을 입었으며, 병원 입원이 필요한 수준은 아니라고 외교부가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