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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내내 배우 김승우는 “죄송합니다”를 연발했다. 지난달 28일 영화 ‘잡아야 산다’(감독 오인천) 언론시사회에서의 사건이 이 정도의 논란을 일으키리라곤 예상치 못했다. 영화를 보기 일주일 전 재미를 보장했던 김승우는 영화를 본 후 “죄인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데뷔 때부터 줄곧 직설적인 화법을 고수했던 그는 이번에도 소신을 지켰다.


    “언론시사회를 하고서 가장 먼저 스태프들에게 미안했어요. 진심이라기보다 홧김에 한 발언이었던 것 같아요. 저도 배우이자 영화인이라 생각했고 저의 진의를 전달하고 싶었는데 이제야 말씀드리게 됐네요. 언론시사회 일주일 전에 함부로 그런 얘기를 해서 죄송합니다. 제가 너무 기대치가 높았나 봐요. 네티즌 반응 중에 ‘책임감 없는 발언 이었다’라는 말이 가장 아프게 다가왔어요. 이번에 새롭게 배운 부분이 많습니다.” 


    ‘돌직구’ 김승우 다운 솔직한 심경 고백이다. “영화를 볼 관객들에게 먼저 미안함을 표현했던 건데, 기자들이 펜을 들고 있는 걸 미처 인지하지 못하고 실언을 했어요.”라는 말을 덧붙였다. 김승우의 당시 발언은 논란을 야기했지만, 한편으론 ‘믿고 보는 배우’라는 수식이 붙는 계기가 됐다.


    “감독님은 좀 더 재밌게 만들 수 있었는데 미안하다고 하더라고요. 사실 모두가 만족할 영화가 얼마나 있겠나 싶기도 했어요. 저의 진의와 관계없는 얘기들이 나오는 게 안타까워요. 일부에선 ‘노이즈 마케팅 제대로 하고 있다’고도 하던데 그건 절대 아니고요. ‘신선하고 가식적이지 않은 발언이다’라는 반응도 있더라고요. 지금껏 저는 제 작품에 대해 장점과 단점을 얘기해왔거든요. 개인적인 자리였으면 더 친절하게 얘기했을 텐데 간단히 말씀드리느라 표현이 애매해진 것 같아요. 누구보다 저는 우리영화가 잘됐으면 하는 사람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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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잡아야 산다’는 김승우, 김정태 등이 소속된 더퀸 D&M(주)의 창립 작품이다. 언론시사회에서 밝혔듯이 한 가족들이 모인 촬영 현장이었기 때문에 워크샵 같은 즐거움과 훈훈함이 있었다. 그러기에 현장 분위기가 그대로 영화에 담길 거라 예상했고, 기대 또한 컸던 바다. 현장의 맏형 김승우가 안고 있던 책임감은 남달랐다.


    “아무래도 이전 작품들에 비해 책임감이 훨씬 컸죠. 누구보다 치열하게 열심히 촬영했어요. 시나리오를 받고서 가볍게 보고 웃을 수 있는 영화로는 손색없겠다 싶었어요. 감독이 ‘라이터를 켜라’(감독 장항준)를 재밌게 봤다고 하더라고요. 세대 간의 소통 단절을 다룬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고요. 액션스쿨에 나가서 여름에 한 달 동안 ‘크라브마가’라는 무술을 중점적으로 배웠어요. 덕분에 액션신들이 잘 나오긴 했지만 너무 액션이 도드라질 정도로 멋있게 나온 게 탈이라면 탈이겠네요. 감독이 말한 대로 추격신, 액션신은 스타일리시하게 잘 찍힌 것 같아요.”


    “처음엔 정태가 애드리브를 많이 해서 걱정하기도 했는데 현장에서 편집이 잘 되더라고요. 그걸 보고는 바로 걱정을 놓았죠. 애드리브를 주고받는 게 재즈의 잼 같기도 하고 재밌어서 저도 모르게 어느 순간 맞추고 있더라니깐요. ‘꽃고딩 4인방’ 신인들에게는 배우로서 현장에 임하는 자세를 중요하게 알려줬죠. 항상 경건한 마음으로 촬영해야 한다고 강조했어요. 호중(강실장 역)이는 연기를 유연하게 잘 하더라고요. 강우(신재권 역)는 하면 할수록 더욱 좋은 배우가 될 거라 생각해요.”


    ‘잡아야 산다’는 톤이 매끄럽진 않지만 킬링타임으로 즐기기엔 충분한 영화다. 화려한 액션과 캐릭터들의 쉼 없는 추격전으로 지루할 틈이 없는 것은 이 영화의 장점이다. “요즘 사회적으로 웃을 일 별로 없잖아요. 웃다가 쓰러지는 사람이 나왔으면 좋겠어요.”라며 영화의 장르를 강조하는 김승우다. 새삼 5년 만의 스크린 복귀작으로 코미디 액션 장르를 택한 이유가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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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회사의 첫 단추가 되는 작품으로 유쾌한 코미디가 하고 싶었어요. 다만 아무리 코미디라 하더라도 너무 막장으로 가지는 말자고 생각했죠. 코미디도 여러 종류가 있잖아요. 더티 무비나 슬래셔 무비를 표방하고 싶진 않았어요. 제가 그런 장르를 아예 못 봐요. 영화 ‘클래식’(감독 곽재용)처럼 속속들이 모든 걸 다 표현 안 해도 전달이 잘 되는 영화를 하고 싶어요.”


    배우를 넘어 제작자로서의 활동을 알린 김승우는 빠른 호흡이 아니더라도 울림이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은 게 앞으로의 목표다. 5~10년 후에 봐도 좋은 영화, 가슴 따뜻한 영화를 만들고 싶단다. ‘죽은 시인의 사회’(감독 피터 위어) ‘쇼생크 탈출’(감독 프랭크 다라본트) 같은 영화를 원한다. 사람 사는 이야기를 좋아하고 눈물도 많은 배우다. 힘든 처지의 일반인이 거액 기부한 사연을 뉴스로 보고는 곧잘 울컥한다는 그의 이면이 흥미롭다.


    “20대의 사랑 이야기라도 읽는 것 자체로 설레는 마음이 아직 있더라고요. 좋아하는 이야기의 영화에 배우가 참여할 수 없다면 제작으로라도 참여하고 싶은 마음에 많은 배우들이 제작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돈을 벌기 위해서 영화를 하는 건 아닌 것 같고요. 우리도 영화계의 현실을 아니까요. 체력만 뒷받침되면 배우로 계속 일할 수 있는 부분에 한해서는 그렇게 하고 싶어요. 앞으로는 신인 배우들이나 신인 감독들과 더 일하고 싶어요. ‘잡아야 산다’에서 그런 친구들과 채색하는 작업을 해봤더니 재밌더라고요.”
     

    김승우는 올 가을쯤 ‘두 번째 스물’(감독 박흥식)의 개봉을 앞두고 있다. 지난해 제 20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먼저 소개됐던 한국 이탈리아 합작의 장르영화다. 액션, 코미디를 주로 해왔던 그의 중년 멜로 도전이지만 결코 생경하지 않다. 오히려 제 옷을 입은 듯 중후한 매력이 돋보이리라. “3년 정도 쉬었으니 일단 3년 정도 열심히 일 하고 싶어요.”라고 말한 김승우의 다음 직구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