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함마드의 후계자 놓고 일어난 갈등이 시발…실상은 무슬림 세계 권력 쟁탈전
  • ▲ 지난 4일 사우디아라비아가 이란과의 국교 단절을 선언한 뒤 러시아 투데이가 내보낸 영상 제목. 누구의 지옥인지는 지켜봐야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투데이 보도화면 캡쳐
    ▲ 지난 4일 사우디아라비아가 이란과의 국교 단절을 선언한 뒤 러시아 투데이가 내보낸 영상 제목. 누구의 지옥인지는 지켜봐야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투데이 보도화면 캡쳐

    지난 1월 3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시아파 성직자 등 47명을 집단 처형하자 이란에서는 시위대가 테헤란 주재 사우디아라비아 대사관과 총영사관을 습격, 불을 질렀다.

    이후 사우디아라비아를 포함한 수니파 무슬림 국가들이 이란과 ‘단교(斷交)’를 선언했고,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란과의 항공편은 물론 모든 교역까지 끊었다.

    언론에서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간의 갈등과 대립이 쉽게 끝나지 않는 것은 물론 ‘전쟁’까지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수니파와 시아파라는 종교적 갈등이 바탕에 있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대체 수니파와 시아파가 뭐길래 국가 간의 극단적인 대립까지 초래한 걸까.

    수니파와 시아파 대립 계기, 무함마드의 후계자 선정 문제


    수니파와 시아파가 대립하게 된 계기는 간단히 말하자면 이슬람을 창시한 무함마드의 ‘후계자’ 선정에 대한 기준이 달라서다.

    국내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이슬람과 유대교, 기독교의 뿌리가 같기 때문에 비슷할 것이라고 착각한다. 하지만 아니다. 유대교와 개신교에는 ‘성직자’는 있지만 ‘교주’는 없다. 반면 가톨릭과 이슬람에는 ‘교주’가 있다. 가톨릭의 교주는 베드로의 뒤를 잇는다는 교황이다. 이슬람의 ‘초대 교주’는 바로 무함마드였다.

    632년 무함마드가 죽었다. 이때 그는 후계자를 지정하지 않았다. 슬하에는 아들도 없었다. 이때 무슬림들은 무함마드의 조력자인 ‘아부 바크르’를 2대 교주로 추대한다. 교주의 명칭은 ‘칼리프’로 현재 테러조직 ‘대쉬(ISIS)’가 그들의 두목을 부르는 이름이기도 하다.

    ‘아부 바크르’를 추대한 사람들은 “무슬림은 ‘순나(꾸란에 명시된 내용과 무함마드가 살아 있을 때 내린 명령)’를 철저히 지키며 살면 된다”는 주장을 편다. 이 ‘순나’를 따르며 살아야 한다는 사람들이 바로 수니파다.

    반면 무함마드의 사촌이자 사위인 ‘시아트 알리’를 추종하던 세력들은 무함마드의 혈통만이 이슬람의 교주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하며 ‘시아트 알리’를 ‘칼리프’로 추대해야 한다고 맞섰다. 이때 ‘시아트 알리’는 ‘칼리프’의 추대를 지지했다고 한다.

    ‘칼리프’ 선출에 대한 시아파의 반발은 극렬했던 것으로 보인다. 2대 교주인 ‘아부 바크르’가 양 계파 사이의 암투 과정에서 암살을 당한 것이다. 이후 2명의 ‘칼리프’가 추대됐지만 얼마 못가 암살당했다. 무함마드의 사촌이자 사위인 알리는 5대 교주가 된다.

    수니파는 종교지도자인 ‘칼리프’라고 잘못하면 탄핵이 가능하고, ‘이맘(무슬림 성직자)’은 종교적 안내자일 뿐으로, 누구나 될 수 있는 ‘임무’에 불과하다고 여긴 반면, 시아파는 무함마드의 혈통만이 ‘칼리프’와 ‘이맘’이 될 수 있으며, 이는 ‘신의 선택’이라고 주장했다. 시아파는 한걸음 더 나아가 ‘이맘은 오류가 없다’거나 이미 사망한 ‘알리’가 나중에 세상을 구할 구세주(마디)로 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수니파는 기도를 할 때 “알라 이외에 신은 없고 무함마드는 그의 사도이다”라는 문구만 읊지만, 시아파는 “또한 알리는 신의 벗이다”라는 구절을 추가하는 점에서도 양측의 차이를 알 수 있다.

    수니파는 현실적, 시아파는 종교적?


  • ▲ 무슬림 종파별 세계 분포도. 세계 16억 무슬림 인구 가운데 90% 가량이 수니파다. ⓒ이슬림 위키 공개사진
    ▲ 무슬림 종파별 세계 분포도. 세계 16억 무슬림 인구 가운데 90% 가량이 수니파다. ⓒ이슬림 위키 공개사진

    세계 16억 명의 무슬림 인구 가운데 90% 가량이 수니파, 9% 가량이 시아파로 알려져 있다.

    수니파 무슬림 국가로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인도네시아를 필두로, 이집트, 수단, 리비아, 차드, 오만, 아랍에미리트연합, 터키, 파키스탄, 말레이시아, 나이지리아(북부), 소말리아 등이 있다.

    시아파 무슬림 국가로는 이란이 대표적이며, 아프가니스탄, 이라크(남부), 예멘, 시리아, 아제르바이잔, 레바논 등이 있다. 걸프협력회의(GCC) 회원국인 바레인이나 이라크의 경우 집권 왕족은 수니파이지만, 국민들 70% 이상이 시아파다.

    이 가운데서도 이라크의 경우 독립 이후 오랜 기간 동안 소수세력인 수니파가 후세인 정권에 부역하며, 시아파 국민들을 탄압했고,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 이후 수니파가 주축은 바트당과 공화국 수비대를 해체하면서 시아파가 정권을 잡았다.

    2014년 테러조직 ‘대쉬(ISIS)’가 이라크에서 준동할 당시 이라크 보안군이 무기를 버리고 집단으로 투항한 것도 과거 공화국 수비대 출신 가운데 수니파가 많아서라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수니파 무슬림 국가는 선거에 따라 지도자를 뽑는 곳이 많고, 이란 등은 종교 지도자가 실제 최고권력자라는 점을 들어 “수니파는 현실적이며, 시아파는 종교적”이라는 해석을 내놓기도 한다. 하지만 이슬람의 역사를 보면 ‘권력쟁탈’을 위해 내세우는 명분의 차이일 뿐이다.

    수니파 무슬림 국가 가운데는 터키와 같이 17세기 베스트팔렌 조약 이후 세계적으로 굳어진 ‘신정분리 원칙’에 따라 선거로 지도자를 뽑는 곳들이 많지만, 이를 곧 수니파 무슬림 전체와 결부시키기에는 무리가 있다.

    예를 들어 사우디아라비아를 지배하는 사우드 왕가는 18세기 주창된 ‘와하비즘’을 통치이념으로 내세운다. ‘와하비즘’이란 “이슬람 초기의 순수한 무슬림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무함마드 이븐 압둘 와합’의 주장을 발전시킨 교리다. 사우드 왕가는 당시 자신의 주장 때문에 고향에서 쫓겨난 ‘무함마드 이븐 압둘 와합’을 거둬들여 그를 후원해 준 다리아 지역의 족장 ‘무함마드 이븐 사우드’에서부터 시작됐다.

    눈여겨 볼 점은 이런 ‘와하비즘’이 사우디아라비아 왕조의 통치이념이기도 하지만, 테러조직 ‘알 카에다’와 ‘대쉬’, ‘무슬림 형제단’이 주장하는 내용과도 일맥상통한다는 점이다.

    수니파 무슬림 가운데 의외로 많은 수가 이런 주장에 동조한다. 꾸란과 함께 무함마드의 언행록(하디스), 무슬림의 전통 율법(샤리아), 이슬람 성직자의 유권해석(파트와)만을 믿고 따라야 하며, 서방 국가에서 나온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체제, 천부인권, 자유, 평등을 모두 물리쳐야 한다는 주장 또한 이런 ‘와하비즘’이 퍼지면서 나온 것이다.

    한편 ‘종교적’으로 알려져 있는 시아파의 경우, 이들이 떠받드는 무함마드의 사위 ‘시아트 알리’의 생전 행적과는 다른 행태로 발전해 왔다. 내세우는 명분만으로는 수니파보다 ‘종교적 가치’를 더욱 중시하고, ‘순교’를 권장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수니파와 끊이지 않는 ‘권력투쟁’을 해 왔다. ‘알라’의 이름을 내세워서.

    5대 칼리프인 ‘시아트 알리’가 죽은 뒤 무슬림 세계에서는 ‘우마이야 왕조’가 발생했다. 수니파가 ‘칼리프’를 세습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반대하는 시아파 진영은 결사반대를 외치며 반란을 일으켰지만 번번이 패배했다.

    이후 수니파와 시아파 사이의 ‘투쟁’을 통해 수니파, 시아파는 내부적으로 다양한 파벌을 만들게 됐다. 하지만 이들 대부분이 무함마드의 자손 또는 칼리프의 자손들을 앞세워, ‘교리 해석의 차이를 명분으로 한 권력투쟁’에 집중했다.

    20세기 들어 수니파와 시아파의 갈등은 여전하다. 수니파는 서방적인 ‘신정분리’ 원칙을 지키는 것처럼 보이고, 시아파 국가인 이란은 ‘신정일치’ 국가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속살을 들여다보면, 수니파 무슬림 국가에서는 민주주의, 시장경제, 천부인권, 양성평등 등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반면 시아파 무슬림 국가 또는 조직에서는 오히려 천부인권과 양성평등이 잘 보장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우디-이란 갈등, 수니 vs. 시아 전쟁으로 번질까?


    다시 2016년 1월로 돌아와 보면,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갈등은 점점 더 커지는 모양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이란과의 ‘단교’에 이어 항공편 왕래를 취소하고, 교역까지 중단하면서 양국은 극단적인 대립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란 정부가 “지난 6일, 사우디아라비아 공군기가 예멘의 수도 사나에 있는 이란 대사관을 폭격했다”고 주장하면서, 외신들은 양국 사이에 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관측까지 내놨다.

  • ▲ 세계 언론이 우려하는 것은 사우디와 이란 간의 전쟁이 아니라 양국이 선봉에 선 대리전이다. 자칫하면 세계대전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유튜브 시사만평 설명화면 캡쳐
    ▲ 세계 언론이 우려하는 것은 사우디와 이란 간의 전쟁이 아니라 양국이 선봉에 선 대리전이다. 자칫하면 세계대전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유튜브 시사만평 설명화면 캡쳐

    하지만 양국 간의 직접적인 전쟁 가능성 보다는 ‘대리전(Proxy War)’이 치열해질 것이라는 분석이 더 우세하다. 이미 양국은 예멘에서 ‘대리전’을 치르고 있기 때문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같은 수니파 무슬림 국가들을 규합해 예멘 내전에 적극 개입하고 있다. 수니파인 기존 예멘 정부를 돕기 위해 시아파인 후티 반군을 공격 중이다.

    국제사회가 우려하는 부분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예멘 내전 개입이 아니다. 이란의 뒤에 러시아가 있고, 이란의 앞에는 레바논에 근거지를 둔 헤즈볼라가 있다는 점, 이란이 시리아 내전에서도 러시아와 함께 알 아사드 정권을 돕고 있다는 점, 미국과 EU 등 서방국가들은 사우디아라비아, 터키 등 수니파 무슬림을 지원하고 있다는 점들이다.

    만약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간의 ‘대리전’이 예멘을 넘어 이라크와 시리아에까지 번질 경우 수니파와 시아파 간의 1,400년 갈등으로 불거지는 양측 간의 전쟁이 미국, EU와 러시아 간의 갈등과 전쟁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적지 않기 때문에 국제사회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대립 상황을 주의 깊게 들여다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