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정치기사 댓글 '참여'해 '정화' 시키자? 인터넷 여론 패권주의?

  • 인터넷 커뮤니티 '오늘의 유머'의 사용자들이 네이버에서 서비스하는 정치기사의 댓글을 조직적으로 작성키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총선을 앞둔 시점에 노골적으로 누리꾼 여론을 선동하겠다는 논의가 불거지는 셈이어서 파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현재 '오늘의 유머'(이하 오유)에서 자행되고 있는 '코드명 [N]' 운동은 지난 2일, 오유의 한 사용자가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오유 사용자 '지수귀문도'는 "말머리를 [N]으로 하는 게 어떻겠냐"면서 "[N]말머리가 있으면 정화 글이라고 생각하기로 약속하자"고 제안했다.

    이어 "민주주의는 쟁취하는 것"이라며 "[N] 말머리가 붙은 글은 빠르게 베스트로 보내주고, 정화 글에는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의견을 개진하자"고 선동했다.

    그가 제안한 [N]은 네이버를 의미한다. 오유 게시판에 네이버에서 서비스하는 정치기사의 링크를 첨부해서 올리면, 누리꾼들이 단체로 댓글을 작성해 '정화'를 하자는 것이다.

    이후 오유 게시판에는 [N]이라는 말머리가 붙은 게시물이 적지 않게 올라오는 실정이다.

  • ▲ 지난 2일 이후 인터넷 커뮤니티 '오늘의유머'에는 제목 앞에 [N]이 붙은 글들이 자주 업로드 되고 있다. 대부분 네이버의 정치부문 기사의 주소가 첨부돼 있다. ⓒSNS 화면 캡처
    ▲ 지난 2일 이후 인터넷 커뮤니티 '오늘의유머'에는 제목 앞에 [N]이 붙은 글들이 자주 업로드 되고 있다. 대부분 네이버의 정치부문 기사의 주소가 첨부돼 있다. ⓒSNS 화면 캡처

    그러나 오유에서 말하는 '정화'는 흔히 생각하는 '선플'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오유에서 말하는 '정화'는 정부 여당에 대한 비판을 넘어, 분당 위기에 빠진 야당의 친노 세력을 옹호하고 비노계를 향한 악성 댓글으로까지 넘나든다.

    친노 성향의 누리꾼이 다수로 알려진 오유에서는 더불어민주당 가입 인증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오유는 나무위키 등 인터넷 백과사전에서도 친노성향 커뮤니티로 분류된다.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는 오유를 방문해 직접 인사글을 올리기도 했다.

    실제로 오유 사용자들은 지난 3일 더불어민주당을 김한길 전 대표의 탈당 기사를 첨부한 게시물에 "그래 꺼져, 그동안 XX 꼴 보기 싫었어", "오늘은 쓰레기 분리수거 하는 날"등의 댓글을 작성했다.

    같은 게시물에서 다른 사용자는 "위안부 문제로 정부가 곤경에 처했을 때 나타나(서 탈당하)는 이 절묘한 타이밍, 내가 판을 설계하는 사람이라면 이번 건으로 위안부 굴욕 협상은 묻힐 거라 예상한다"며 음모론도 제기했다.

    이들은 자신들의 의견과 반대되는 다수의 댓글을 목격하고는 "국정원과 일베들 총공격 중입니다"라고 적기도 했다. 자신과 반대되는 의견을 시민의 목소리로 보지 않고 국정원과 커뮤니티 일베 사용자로 치부한 셈이다.

  • ▲ 개방형 인터넷 사전인 '나무위키'는 '오늘의 유머'의 정치적 성향을 친노로 정의하고 있다. 나무위키는 별도 페이지에서 "이들은 말로는 독재와 민주주의 억압을 혐오한다고 표현하지만 정작 참여정부시절 노무현의 미군기지 반대시위를 강경진압한 것에 대해서 침묵한다"고 적었다. ⓒSNS 화면 캡처
    ▲ 개방형 인터넷 사전인 '나무위키'는 '오늘의 유머'의 정치적 성향을 친노로 정의하고 있다. 나무위키는 별도 페이지에서 "이들은 말로는 독재와 민주주의 억압을 혐오한다고 표현하지만 정작 참여정부시절 노무현의 미군기지 반대시위를 강경진압한 것에 대해서 침묵한다"고 적었다. ⓒSNS 화면 캡처

    코드명 [N]을 처음 제안한 누리꾼은 4일에도 "시민의 참여가 효과가 있는 모양입니다"라면서 "우리는 계속 갑시다.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들의 조직된 힘"이라는 글을 달며 누리꾼을 재차 선동했다.

    이같은 행태에 오유 내 일각에서조차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새벽반게이'라는 필명을 쓴 누리꾼은 "코드명[N]이건 좀 위험하지 않으냐"면서 일베 좌표 찍기와 다를 게 없다. 역공당하면 타격이 클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되레 다른 누리꾼들에게 "조직적으로 움직이지 않고 그저 개인의 참여를 독려 한 것 뿐", "사이버 전쟁에서 잠자코 당하는게 왜 미덕이냐, 왜란 때 선비들은 가만히 있지 않고 의병장이 됐다"는 비판만 들어야 했다.

    총선을 앞두고 예민해진 정치권도 조직적인 여론 조성 움직임이 포착되자 주목하는 분위기다.

    새누리당 한 재선 의원실 관계자는 "포털을 본인들의 생각으로만 도배하는 것이 그들이 그렇게 부르짖는 '민주주의'인지 의문스럽다"면서 "우리가 하는 건 조작이 아니고 그들이 하는 건 조작이라면 이중잣대가 아니겠냐"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