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진=방송화면캡처
    ▲ 사진=방송화면캡처
    백발 송일국과 그의 어린 시절을 연기한 정윤석의 연기가 빛을 발했다. 두 장영실의 존재감이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첫인상을 남겼다,
    지난 2일 대망의 포문을 연 KBS 1TV 대하드라마 ‘장영실’(극본 이명희, 마창준 연출 김영조)이 시청률 11.6%(AGB 닐슨 코리아, 전국 기준)를 기록하며 순조로운 출발을 알렸다. 이 기록은 전작인 ‘징비록’의 첫 방송 시청률(10.5%) 보다 높은 수치며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있는 ‘정도전’의 첫 방송 시청률과 동일하다.
    온통 하얗게 센 머리털의 노인 장영실(송일국 분)이 등장했던 오프닝은 강렬했다. 휘몰아치는 바람을 뚫고 광활한 평원을 내딛은 장영실. 무한히 변하는 천문이치를 깨닫기 위해 평생을 바쳤던 그는 영원히 진리를 알 수 없을지라도 우주의 무한함에 도전하는 무모함을 감내하는 것이 자신의 숙명이라 믿은 인물이었다. 해를 삼키는 달의 모습을 바라보며 흐뭇하고 평온한 표정을 짓던 장영실의 주름에는 그가 묵묵히 견뎌온 인고의 세월이 고스란히 새겨져 있었다. 
    ‘장영실’ 1회분은 어린 시절 장영실의 모습이 그려졌다. 관노가 될 노비 영실(정윤석 분)은 손재주가 유별난 아이였다. 호기심이 많았고 하늘의 별보기를 좋아하는 아이기도 했다. 하지만 노비였기에 아버지 장성휘(김명수 분)가 지어준 영실의 이름처럼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으며 살 수 없었다. 천대와 멸시를 받았고 인간 이하의 대접을 받아야만 했다. 
    하지만 어린 장영실이 고려왕조 서운관 판사 출신의 아버지 장성휘와 나란히 앉아 밤하늘의 별자리를 그리며 훈훈한 부자애를 그려낸 장면은 안방극장을 감동의 물결로 몰아넣었다. 견우별이 들어있는 우수 별자리, 우수 옆에 놓인 여수 별자리 등은 두 부자의 손끝을 따라 밤하늘에 밝게 새겨졌다. 모래바닥에서 활활 타오르던 모닥불처럼 밝았던 두 부자의 얼굴은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해 보였다. 
    해시계를 바라보다 상상에 빠진, 호기심 가득한 영실의 모습을 그려낸 장면에서도 과학 사극의 진면모가 드러났다. 계절에 따라 그림자의 길이가 달라지는 이유에 대해서 특수효과와 영실의 내레이션을 사용, 어린 연령대 시청자들의 눈높이에 맞추며 알기 쉽게 그려낸 것이다. 역사적인 지식과 교훈 이외에도 아동과 청소년들의 호기심을 유발하는 과학 사극다운 장면이었다. 
    3일에는 본격적으로 송일국이 성인 장영실로 등장했다. 장영실은 아버지 장성휘가 남기고 떠난 편지에서 "그 아이가 노비라는 신분으로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절망을 볼 수 없다. 홀연히 떠난 제 아비를 찾지 않겠지만 모자의 생사를 가르는 중차대한 일이 있을 때는 꼭 살펴봐달라"는 내용을 통해 노비의 삶 한계를 깨달았다. 그리고 비로소 어른으로 성장한 장영실은 노비로서 눈치를 보면서 일하지만, 신념은 잃지 않은 장영실의 모습을 표현해냈다.
    장영실은 자신의 공간을 만들고 별자리를 관측하고 발명품을 만들면서 아직 펼치지 못한 재능을 쌓고 있었다. 노비 신세로는 별을 관측하고 싶다는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없다며 조선을 떠나 명나라로 가고 싶다는 소망을 드러냈다. 
    장영실의 현실과 조선의 현실은 달라진 것이 없었다. 세자 충녕(김상경 분)은 한양의 참담한 풍경을 확인하고 장성휘를 찾기에 이르렀다.
    장영실은 노비 출신이었지만 세종대왕에게 발탁되어 조선의 과학 발전을 일궈낸 인물로 그의 재능을 인정받기까지 온갖 수모를 겪어야하는 역사적 배경을 안고 있다. 단 2회만의 방송으로도 시청자들의 뜨거운 반응을 얻어낸 대하드라마 ‘장영실’ 속 고난과 좌절의 인생역정이지만 조선의 희망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배우 송일국이 어떻게 그려낼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장영실’은 대하드라마 최초의 과학 사극으로, 노비였던 장영실이 세종대왕을 만나 15세기 조선의 과학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발전시키기까지의 과정을 담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