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구 253석으로도 모자랄 판인데" 직권상정해도 부결 봉착할 듯
  • ▲ 선거구획정위가 2일, 지난해 10월 13일 이후로 82일 만에 전체회의를 열고, 정의화 국회의장의 담화대로 현행 지역구 의석 246석을 기준으로 선거구획정안을 마련해 5일까지 제출할 것에 합의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선거구획정위가 2일, 지난해 10월 13일 이후로 82일 만에 전체회의를 열고, 정의화 국회의장의 담화대로 현행 지역구 의석 246석을 기준으로 선거구획정안을 마련해 5일까지 제출할 것에 합의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독립기구인 선거구획정위원회(위원장 김대년 중선관위 사무차장)가 2일 전체회의를 열고 선거구 획정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선거구획정위의 전체회의가 소집된 것은 지난해 10월 13일 전체회의를 열고 "획정 불가"를 선언한지 82일 만의 일이다.

    선거구획정위원들은 이날 서울 사당역 인근의 중선관위 관악청사에 모여 전체회의를 가졌다. 김대년 위원장은 모두발언을 통해 국회의원 선거구가 모두 사라진 미증유의 위헌 사태를 가리켜 "이런 상황에 대해 위원장으로서 무거운 책무를 느낀다"며 "2016년 새해 벽두부터 개최되는 위원회 회의를 통해 합리적인 결과가 나오기를 기대하고 소망한다"고 밝혔다.

    이후 획정위원들은 7시간여에 걸쳐 의견을 교환했으나 결론을 도출하지 못했으며, 이후 전체회의 일정도 잡지 못했다. 다만 획정위원들은 획정안 논의를 정의화 국회의장이 제시한 지역구 246석·비례대표 54석과 자치구·시·군의 분할 금지 예외 사항에 기초해 전개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선거구획정위 관계자는 "획정위원 전원은 정의화 국회의장이 제시한 획정 기준에 따라 선거구획정안을 논의하기로 합의했다"며 "5일까지는 획정안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앞서 정의화 의장은 1일 0시가 되면서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결정에 따라 모든 국회의원 선거구가 사라지는 헌법적 공백 상황이 발생하자, 담화문을 통해 선거구획정위에 현행 의석 비율(지역구 246석·비례대표 54석)대로 선거구를 획정하되 5개 이상의 시·군·구가 합쳐져야 하는 경우 등은 시·군·구 분할 금지 원칙의 예외로 할 것을 요청한 바 있다.

    이날 비록 82일 만에 선거구획정위 전체회의가 열렸지만, 유의미한 결론이 도출될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선거구획정위는 지난해 지역구 의석 수 244~249석 사이에서 선거구를 획정하기로 하고서도 결국 갑론을박 끝에 "획정 포기"를 선언했었다. 이는 이 정도의 지역구 의석 수로는 농어촌 지역대표성을 실질적으로 확보하는 선거구 획정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었다.

    이 때문에 여야는 잠정적으로 253석까지 지역구 의석 수를 늘리기로 했던 것인데, 정의화 의장의 담화문에서는 다시 이것이 246석으로 환원됐다. 이래서는 선거구를 획정할 수 없었던 지난해의 상황으로 되돌아갔을 뿐이어서, 선거구획정위에서 유의미한 결론이 도출될지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날 전체회의에서도 획정위원들은 정의화 의장이 제시한 시·군·구 분할 예외를 수도권의 어느 지역구에 적용해야 할지와, 이를 통해 늘어날 농어촌 지역구를 영·호남 중 어디에 적용할지를 두고 극심한 이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설령 지역구 의석 수 246석에 기초해 선거구 획정안이 마련되더라도 문제는 남는다.

    여야가 잠정적으로 합의했던 지역구 의석 수 253석 안에 따르면, 경북(▽2)·전남(▽1)·전북(▽1)·강원(▽1) 지역의 지역구 의석 수가 조정돼 농어촌 지역구가 5석 줄어들게 된다. 반면 정의화 의장이 제시한 현행 지역구 246석 안으로 하게 되면, 광주(▽1)와 경남(▽1)에서 추가 의석 감소가 불가피하다. 농어촌 지역구가 7석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253석 안에 따라 5석이 줄어드는 것도 반대해왔던 농어촌 지역 의원들이 이를 순순히 받아들일 가능성은 전혀 없다. 여야와 신당을 가리지 않고 포진해 있는 농어촌 지역 의원들이 반대 운동을 전개하면, 여야 지도부도 압박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최고위원은 1일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정의화 의장이 제시한 246석 안은) 농촌 선거구가 너무 많이 줄기 때문에 옳지 못하다"며 "여야가 잠정 합의한 지역구 253석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원유철 원내대표도 "253석으로 지역구 선거를 치르자"며 "그것이 혼란을 가장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여야가) 묵시적 합의를 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표는 내심은 비례대표 의석의 축소를 가져오는 지역구 의석 확대에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내심이야 어찌됐든 호남을 중심으로 연쇄 탈당과 분당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호남 민심의 이반을 불러올 수 있는 농어촌 지역구 축소를 용인할 수 없는 상황에 몰려 있다.

    이 때문에 선거구획정위가 246석으로 획정안을 마련하고 정의화 의장이 이 안을 본회의에 직권상정하더라도, 본회의에서 가결될 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에 헌법적인 혼란 상황만 심화시킬 뿐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