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생에너지 발전, 목표치의 절반 겨우 넘어...성과 홍보에만 치중
  • 11월 24일 박원순 서울시장이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지역에너지전환 공동선언식에 참석해, 서울시의 에너지 정책을 설명하고 있다. ⓒ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11월 24일 박원순 서울시장이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지역에너지전환 공동선언식에 참석해, 서울시의 에너지 정책을 설명하고 있다. ⓒ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서울시 산하기관 중 한곳인 에너지드림센터가 새해 초, 초등 5, 6학년생을 대상으로 ‘어린이 탈핵학교’를 운영한다고 한다. 방학을 맞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이 체험프로그램이 눈길을 끄는 이유는, 바로 ‘탈핵’(脫核)이란 명칭 때문이다.

    에너지드림센터는 2008년 공사를 시작해, 2012년 문을 연 에너지자립시설이다. 이 시설은 에너지자립율 100%를 목표로 지어진 최초의 공공건물이란 기록을 갖고 있다.

    이런 이력에서 알 수 있듯 이곳의 테마는 녹색-생태-친환경-신재생에너지 등으로 정리할 수 있다.

    기후변화와 지구온난화, 이산화탄소 배출 억제 등의 문제는 전 지구적 현안이란 점에서, 이곳과 비슷한 시설을 운영하는 지자체 혹은 공공기관은 많다.

    이곳을 찾은 청소년들이 에너지의 가치를 체감할 수 있다면, 여기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을 반대할 이유가 없다.

    시민들의 반응도 좋다.

    에너지드림센터는 어린이 탈핵학교 외에도 놀이와 교육을 결합한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시민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태양광 자동차 만들기’와 같이 가족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인상적이다.

    지난 여름 이곳에서 열린 어린이 탈핵학교 역시 참가자들의 많은 호응을 얻었다고 한다.

  • 어린이 탈핵학교 포스터. ⓒ 에너지드림센터
    ▲ 어린이 탈핵학교 포스터. ⓒ 에너지드림센터

    문제는 ‘탈핵’이란 두 글자의 이면에 정치적 요소가 놓여 있다는 점이다. ‘탈핵’이란 단어에는, 환경-생명-평화-생태를 앞세운 속칭 진보의 정치적 목적이 숨겨져 있다. 왜냐하면 ‘탈핵’은 결국 ‘원전(原電) 반대’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즉, ‘탈핵’은 ‘반핵 운동’의 다른 말인 셈이다. ‘반핵’이 갖는 전투적 이미지를 누그러트리고, 원전 반대에 대한 여론의 지지를 이끌어 낼 목적으로 ‘반(反)’을 ‘탈(脫)’로 바꿔 쓴 것이 바로 탈핵이다.

    ‘탈핵’은 원전 혹은 원자력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바탕으로 하지 않는 한 성립할 수가 없다. 때문에 ‘어린이 탈핵학교’의 세부 프로그램이 아무리 좋아도, “‘원전 반대’라는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이란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어린 학생들에게 정작 필요한 것은 ‘원전 반대’에 방점이 찍힌 탈핵이 아니라, 에너지에 대한 바른 이해다.

    만약 탈핵을 가르치려면, 이에 앞서 원전의 불가피성도 설명을 해야만 한다. 신재생에너지 발전만으로는 결코 원전이 생산하는 전력량을 충족할 수 없다는 진실도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

  • 발전원 별 이산화탄소 배출량. ⓒ 한국수력원자력 공식 블로그
    ▲ 발전원 별 이산화탄소 배출량. ⓒ 한국수력원자력 공식 블로그

    나아가 원자력 발전을 이산화탄소 증가의 주범처럼 각인시키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원전의 CO2 발생량이 석탄의 10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는 사실 또한 정확하게 알려야 한다.

    현재 우리가 운용 중인 원전은, 전력 공급이 차단된 상태에서도 원자로를 안정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피동 냉각’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여기에 전기가 아닌 중력의 차이를 이용해, 자동으로 원전가동을 정지시킬 수 있는 ‘피동 운전’ 기술도 적용하고 있다.

    따라서 동일본 대지진의 경우처럼 발전소에 전기가 공급되지 않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져도, 후쿠시마에서와 같은 방사능 유출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과연 어린이 탈핵학교가, 이런 사실을 가감 없이 전달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원자력 발전에 대한 객관적인 설명 없이, 선과 악이란 획일화된 이분법적 시각으로 ‘탈핵’을 강의한다면, 그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하다.

    원전에 대한 이해가 채 정립되지 않은 청소년들에게 탈핵을 이야기하는 것은, 학생들을 원전 반대 투쟁의 전사로 키우자는 말과 다를 것이 없다.

    초록빛 가득한 어린이 탈핵학교의 포스터를 가볍게 보고 지나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어린이 탈핵학교는 박원순 시장의 인식과도 맞닿아 있다.

    박원순 시장은 취임 초부터 ‘탈핵’을 주요 시정목표로 삼았다. 여기서 태어난 것이 ‘원전 하나 줄이기’ 정책이다.

    에너지드림센터는 박원순 시장이 추진하고 있는 ‘원전 하나 줄이기’ 정책을 홍보하는 구심점이기도 하다.

    박원순 시장은 ‘원전 하나 줄이기’를 통해, 원전 1기에 해당하는 200만TOE(석유 환산톤)를 절감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여기에는 허수가 포함돼 있다.

    ‘원전 하나 줄이기’ 자료를 보면, 서울시는 지난 3년간 총 204만TOE를 절감한 것으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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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시 원전 하나 줄이기 홈페이지. ⓒ 화면 캡처
    ▲ 서울시 원전 하나 줄이기 홈페이지. ⓒ 화면 캡처

    이를 항목별로 보면 에너지 생산 26만TOE, 에너지 효율화 86만9천TOE, 에너지 절약 91만1천TOE 등이다. 자료에서 볼 수 있듯 전체 목표치의 85% 이상은 에너지 절감 및 절약에 기인한 결과다.

    반면 신재생에너지 발전을 통한 실제 에너지 생산량은 26만TOE에 불과하다. 여기에는 서울시가 지난 3년 동안 추진한 폐열활용, 태양열 및 태양광 발전, 수소연료 등이 모두 포함된다.

    서울시는 신재생에너지 발전을 통해 41만TOE를 달성하고자 했으나, 실제 생산량은 목표치의 절반을 겨우 넘겼다.

    이런 결과는 신재생에너지 발전만으로 원자력 발전을 대체할 수 없다는 사실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에너지 효율화를 위한 LED 조명 교체사업이나 에너지 절약 캠페인은 서울시만의 전유물이 아닌, 범정부적 차원에서 이뤄지는 공공정책이다. 더구나 LED 조명 교체사업은 오세훈 전 시장 때부터 추진된 사업이다.

    이렇게 볼 때, 서울시의 ‘원전하나 줄이기’ 성과는 상당부분 부풀려져 있다.

    박원순 시장이 에너지 정책에 성공한 정치인으로 남고자 한다면, 그가 지금 해야 할 일은, 신재생에너지 발전의 한계와 원전에 대한 몰이해를 해소하는데 앞장서는 것이다.

    자신의 치적에 대한 홍보는 그 다음에 해도 늦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