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억 원에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그룹 전체 인수…反공산당 성향 일간지
  • ▲ 홍콩의 유력 영자신문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의 1면. 113년 전통의 홍콩 영자신문이 中상거래 업체 '알리바바'에게 넘어갔다. ⓒSCMP 홈페이지 캡쳐.
    ▲ 홍콩의 유력 영자신문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의 1면. 113년 전통의 홍콩 영자신문이 中상거래 업체 '알리바바'에게 넘어갔다. ⓒSCMP 홈페이지 캡쳐.

    이제 홍콩은 ‘언론의 자유’가 사라지게 되는 걸까. 중국의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의 오너 ‘마윈’이 홍콩 영자신문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그룹을 20억 6,000만 홍콩달러(한화 약 3,000억 원)에 인수했다.

    ‘알리바바’ 측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인수를 “콘텐츠 분야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서방 언론들은 “中공산당에 반대하던 SCMP의 논조가 바뀔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보고 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이하 SCMP)’는 1903년 알프레드 커닝햄과 ‘츠샨차이’가 세운 영자 신문으로 현재 홍콩에서 10만 4,000여 명의 유료 독자를 확보하고 있다. 홍콩에서 ‘에스콰이어’, ‘엘르’ 등의 잡지도 펴내고 있다. 1971년 홍콩 증시에 상장했으며, 1987년에는 호주 언론재벌 루퍼트 머독의 소유로 넘어갔다. 1993년 10월 말레이시아의 화교 재벌 ‘로버트 쿽’이 인수한 뒤 지금까지 운영해 왔다. 하지만 운영 문제로 2013년 2월 증시 거래가 중단됐다.

    SCMP는 1997년 홍콩이 中공산당에 반환된 뒤에도 서방적인 시각에서 보도, 中공산당에게는 눈엣가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2014년과 2015년 홍콩 민주화 시위(일명 우산혁명) 당시에도 시위대의 주장과 평화적인 시위 태도를 구체적으로 전달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하지만 ‘알리바바’의 오너 ‘마윈’이 SCMP를 인수하면서, 이제는 ‘논조’에 상당 부분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에 ‘알리바바’ 측은 “SCMP의 인수는 정치와는 무관하다”는 해명을 내놓기도 했다.

    차이충신 알리바바 부회장은 SCMP 인수 소식이 전해진 뒤 중국 언론들을 통해 “인터넷에서 ‘알리바바’의 장점과 미디어 분야에서 SCMP의 장점을 결합해 국제 사회에 중국을 제대로 알리기 위한 창구를 만드는 게 인수 목적”이라면서 “신문의 논조에 대해서는 내부 편집진들의 의견을 수렴 중”이라고 밝혔다.

    ‘알리바바’ 측은 SCMP의 독자를 늘린다는 명분을 앞에서 유료 콘텐츠를 모두 무료로 전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알리바바’의 고객층을 활용, 더 많은 사람들이 SCMP를 볼 수 있도록 인터넷, 모바일 플랫폼을 통한 기사 보기도 수월하게 만들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드물다.

    ‘알리바바’의 오너인 ‘마윈’은 SCMP만 인수한 것이 아니다. 지난 6월에는 중국 최대 경제 일간지 ‘제일재경’의 지분 30%를 12억 위안(한화 약 2,170억 원)에 사들여 2대 주주가 됐고, 지난 11월에는 중국 동영상 사이트 ‘유쿠투더우’를 48억 달러를 들여 인수했다.

    마윈은 이 밖에도 IT전문매체 ‘후슈망’, 창업 전문지 ‘36kr’, IPTV 전문매체 ‘화수미디어’, 인터넷 경제포털 ‘차이신’, 온라인 매체 ‘북경청년보’ 등과 사업 제휴를 맺기도 했다. 최근에는 중국 최대의 SNS인 ‘웨이보’의 모기업 ‘시나닷컴’ 인수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마윈의 ‘미디어 업체’ 사들이기를 보고, 중국 매체와 일부 한국 매체들은 “마윈이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가 ‘워싱턴 포스트’를 사들여 키운 것처럼 SCMP를 아시아 최대의 영자 매체로 만들려는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마윈과 ‘알리바바’의 성장 배경을 잘 아는 반공 성향의 중화권 매체들은 SCMP를 사들인 것이 현재의 中공산당 지도부를 돕기 위한 방안이라고 분석한다.

  • ▲ '알리바바 그룹'의 오너 마윈. 중화권 매체들은 마윈이 장쩌민 前공산당 총서기 측근들의 비호 아래 성장했다고 보고 있다. 사진은 지난 5월 방한 당시 기자간담회 때의 모습.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알리바바 그룹'의 오너 마윈. 중화권 매체들은 마윈이 장쩌민 前공산당 총서기 측근들의 비호 아래 성장했다고 보고 있다. 사진은 지난 5월 방한 당시 기자간담회 때의 모습.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뉴욕타임스’는 “중국에서 ‘알리바바’가 누리는 시장 지위는 中공산당 정부의 호의에 의존하고 있다”면서 “마윈의 SCMP 인수는 신문 편집의 독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서방 언론들도 마윈과 中공산당 지도부 간의 관계를 들어 “SCMP가 中공산당과 본토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中공산당이 홍콩의 언론과 ‘유착’ 관계를 가진 것은 사실 SCMP가 처음은 아니다. 1991년 출범, 아시아 지역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스타TV’라는 채널이 있다. 호주 언론재벌 루퍼트 머독이 만든 채널이었다.

    ‘스타TV’가 큰 인기를 얻은 뒤 1996년 中인민해방군 출신 류청러는 루퍼트 머독의 회사 ‘뉴스 코퍼레이션’에 합작회사 설립을 제안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방송국이 ‘봉황위성TV’다.

    ‘봉황위성TV’ 설립 후 아시아 지역 화교들에게 인기를 얻으면서 류청러는 등소평의 자녀들과 친분을 맺게 된다. 장쩌민이 中공산당 총서기를 맡게 되었을 때 류청러는 ‘봉황위성TV’의 지분 10%를 中공산당에게 갖다 바친다. 이 지분은 현재 中공산당 관영 CCTV가 보유하고 있다.

    이후 ‘봉황위성TV’는 홍콩 방송사이면서도 中공산당을 옹호하고, 중국 본토의 편을 드는 방송과 보도 논조를 지켜왔다. 지금도 中공산당에 반대하는 중국인들은 ‘봉황위성TV’를 관영매체로 취급한다.

    이 같은 전례가 있기 때문에, 서방 국가와 中공산당에 반대하는 중국인들, 홍콩 시민들은 SCMP 또한 ‘봉황위성TV’의 전철을 밟게 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마윈이 올초 ‘알리바바’의 美뉴욕 증시 상장에 성공한 직후 中공산당이 ‘알리바바’에 대한 감사보고서를 공개하고, 압박을 가한 뒤 마윈이 中공산당 지도부에 적극 협력하는 태도를 보인 점도 서방 언론들의 이 같은 우려를 뒷받침하고 있다.

    앞서 ‘대기원시보’ 등 반공 중화권 매체들은 ‘알리바바’와 마윈의 성장 뒤에는 장쩌민 前서기의 측근들이 개입돼 있으며, 이로 인해 시진핑 中공산당 총서기의 견제를 받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