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초 러시아 하원 국방위원장 ‘자원군 동원 파병’ 말했다 하루 만에 번복
  • 지난 12월 3일 英익스프레스가 러시아의 지상군 파병 이야기를 다시 끄집어 내며 눈길을 끌었다. ⓒ英익스프레스 해당보도 화면캡쳐
    ▲ 지난 12월 3일 英익스프레스가 러시아의 지상군 파병 이야기를 다시 끄집어 내며 눈길을 끌었다. ⓒ英익스프레스 해당보도 화면캡쳐

    시리아에서 알 아사드 정권과 함께 테러조직 ‘대쉬(ISIS)’와 온건 반군 소탕 작전을 펴고 있는 러시아. 러시아는 미국이나 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들과는 달리 전략 폭격기와 잠수함, 순양함까지 동원해 공격을 퍼붓고 있다.

    이런 모습을 본 해외 블로거와 군사전문매체들은 “러시아가 정말 15만 명의 지상군을 시리아에 보내는 게 아니냐”는 주장을 계속 제기하고 있다.

    러시아가 시리아에 지상군 15만 명을 파병할 것이라는 주장은 지난 10월 5일(현지시간) 세계 주요언론들이 러시아 인테르팍스 통신의 보도를 인용해 전하면서 나왔다.

    당시 러시아 인테르팍스 통신은 블라디미르 코모예도프 하원 국방위원장이 성명을 통해 “우크라이나 동부 사태 때 참전한 용사들이 시리아에 갈 것”이라며 “자발적으로 참전하겠다는 자원군을 정부가 막을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 같은 소식은 미국, 유럽 언론들에 의해 “하루 일당이 50달러” “시리아 락까를 점령, 인근의 유전을 장악하려는 의도”라는 이야기까지 더해지며 순식간에 확산됐지만, 이튿날 러시아 정부가 “시리아에 지상군 파병은 없을 것”이라고 공식발표하면서 잠잠해졌다.

    하지만 두 달이 넘게 지난 지금까지도 해외 블로거, 일부 군사전문매체들은 러시아의 지상군 파병 가능성을 진지하게 주장하고 있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불가리아의 예언자 ‘바바벤가’의 ‘십자군 전쟁 예언’이나 反무슬림 정서에 근거해 러시아 지상군의 시리아 파병설을 주장하지만, 일각에서는 러시아 내부 소식통 등을 인용해 러시아 정부가 ‘대규모 지상군 파병’을 준비 중이라고 보도하고 있다.

    英익스프레스가 지난 12월 3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와 만난 자리에서 ‘대쉬(ISIS)’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이들을 쓸어버릴 것”이라는 ‘힌트’를 줬다는 것도 러시아의 대규모 지상군 파병설이 나오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세계 주요 언론은 “대규모 지상군 파병이나 자원군 파병은 없을 것”이라는 러시아 정부의 공식 입장을 믿는 분위기다.

    현재 예멘 내전에 개입 중인 사우디아라비아와 GCC(걸프연안협력회의) 회원국들이 “러시아가 시리아에 지상군을 보내면 우리는 이를 ‘십자군 전쟁’으로 간주할 것”이라며 극렬히 반대하는 점, 미국과 NATO 회원국들 또한 지상군 파병에 반대하는 점 때문에 러시아가 대규모 지상군을 파병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러시아 정부 또한 우크라이나 사태 당시 ‘유용한 카드’로 사용했던 자원군을 파병할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특수부대의 파병은 충분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러시아는 북한, 미국, 중국 다음으로 많은 특수부대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 가운데서도 연방보안국(FSB) 산하의 알파, 빔펠, 해외정보국(SVR) 산하의 자슬론, 군총정보국(GRU) 산하 특수부대, 각 군별 특수부대 등은 체첸 내전 등에서 이미 실전 경험을 갖고 있는 병력들이어서 시리아에 파병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미국과 NATO 회원국들이 지상군 파병 대신 특수부대원들을 공습 및 공격 지원을 위해 시리아와 이라크에 파병 중이라는 사실도 러시아의 특수부대 파병설에 더욱 힘을 실어준다.

    세계 언론들은 미국과 러시아, NATO 회원국들이 이라크와 시리아에 지상군을 파병하지 않는 이유로 테러조직 ‘대쉬(ISIS)’가 ‘십자군과의 전쟁’을 통해 더 많은 조직원을 끌어들이겠다는 전략을 펴고 있는 점을 지적한다.

    테러조직 ‘대쉬(ISIS)’가 신봉하는 종교적 주장은 이슬람 교리에서 말하는 ‘최후의 날과 심판’보다 더욱 물질적인 ‘최후의 전쟁’을 설파하고 있고, 대쉬는 이를 조직원을 포섭하는데 매우 요긴하게 사용하고 있다. 이들은 유대교를 믿는 이스라엘은 물론 가톨릭, 동방정교회, 개신교 등을 모두 ‘이교도(Infidel)’이자 ‘십자군’이라고 부르며, ‘척살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

    이처럼 ‘대쉬(ISIS)’가 종교적 요소를 ‘심리전’에 활용하기 때문에 러시아와 미국, NATO 회원국들은 압도적인 군사력에도 불구하고 ‘대쉬(ISIS)’를 단번에 쓸어버리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