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편향 행보 때마다 화해-상생-생명 수호 외쳐...누리꾼 반응 싸늘
  • ▲ 지난 2004년 한 식사자리에서 도법스님이 굴비를 먹고 있는 사진. ⓒ 중앙일보 김상진 기자 블로그 화면 캡처
    ▲ 지난 2004년 한 식사자리에서 도법스님이 굴비를 먹고 있는 사진. ⓒ 중앙일보 김상진 기자 블로그 화면 캡처

    조계종 화쟁(和爭)위원회 위원장인 도법스님이 과거 한 식사자리에서 ‘고기’를 먹는 모습을 촬영한 사진 한 장이, 인터넷 상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도법스님은, 지난해 5월부터 최근 일어난 ‘광화문 폭동’까지 여러 차례 폭력시위를 주도한 혐의를 받고 있는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을 비호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누리꾼들은, 한상균 위원장이 조계사로 숨어든 뒤에도, 민주노총 지도부를 통해 폭력시위를 미화하고, 공권력을 조롱하는가하면, 자신을 도와준 조계사를 공개적으로 비난하는 등 상식을 벗어난 행동을 잇따라 보이자, 그를 비호한 도법스님에 대해서도 곱지 않은 눈길을 보내고 있다.

    특히 누리꾼들은 도법스님이 ‘평화’와 ‘상생’이란 말을 즐겨 쓰면서도, 정부와 공권력을 경시하면서, 반정부-반국가 세력에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그의 편향적 행태를 지적하고 있다.

    실제 8일 도법스님이 대표해 발표한 조계종 화쟁위원회 입장문을 보면, 폭력시위에 참가했다가 부상당한 백남기씨의 쾌유를 비는 내용은 담겨 있지만, 광화문 폭동 당시 시위대의 폭력에 부상당한 113명의 경찰-의경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다. 이런 모습은 어느 한쪽에 기울어짐 없이 화해와 상생을 도모한다는 화쟁정신에도 맞지 않는다.

  • ▲ 3주가 넘게 조계사에 숨어있는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 ⓒ 조선닷컴
    ▲ 3주가 넘게 조계사에 숨어있는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 ⓒ 조선닷컴

    무엇보다 한상균 위원장이 조계종을 울타리 삼아 ‘중생 코스플레이’를 계속 할 태도를 보이면서, 도법스님의 행적이 누리꾼의 관심을 끌고 있다.

    도법스님이 ‘고기’를 먹는 사진이 인터넷 게시판에 올라온 것도 이런 분위기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화제의 사진은 도법스님이 동료스님과 함께 식사를 하면서, 직접 젓가락을 들고 생선 가시를 발라내는 모습을 담고 있다.

    이 사진은 지난 2004년 4월 ‘생명평화 탁발순례’에 나선 도법스님 일행을 취재한, 중앙일보의 한 기자가 촬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기자는 당시 도법스님이 생선을 먹는 모습을 바로 옆에서 촬영한 뒤 그 후일담을 블로그에 올렸다. 기자는 ‘도법스님이 고기 드시는 사연’이라는 제목으로 당시 상황을 간략히 소개했다.

    생명평화 탁발순례 중인 도법,수경스님의 이야기다.

    지금은 경남 거제도 일대를 걷고 계시는 순례단이 지난 4월 지리산 자락을 순례 중일 때 기자가  이틀간 함께 걸은 적이 있다.

    공개하는 사진은 산청 간디학교에 들러 학생들에게 강의를 한 뒤 식사 때 찍은 것이다.

    도법스님이 직접 젓가락으로 생선을 드시는 모습을 마침 맞은 편에 앉았던 기자가
    찍을 수 있었다.

    스님이 생선을 드시는 이유는 무엇일까?

    간디학교 학생들에게 한 강의 중에 스님의 마음이 드러난다. 학생들이 "식사와 잠자리를 탁발로 해결하다보면 고기가 나올 경우 어떻게 하느냐"고 질문을 던졌다.

    도법스님은 "지금은 불교수행 중이 아니다. 얻어먹는 주제에 음식을 가려먹으면 음식을 주는 사람의 성의를 무시하는 것이다. 주는 대로 맛있게 먹는다"고 말씀하셨다.

    스님의 말씀과 행동에서 식에 억매이지 않는 초연함이 느껴진다.

       - 조인스닷컴 김상진 기자 블로그


    블로그에 게시된 글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 사진을 촬영한 기자는 식에 얽매이지 않는 도법스님의 소탈한 품성을 드러내려는 뜻에서 사진을 찍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문제의 사진을 본 누리꾼들의 반응은 상당히 부정적이다.

    도법스님이 폭력시위 주동자인 한상균 위원장의 보호에 적극 나서면서, 그를 바라보는 교계 안팎의 시각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도법스님은 2004년 실상사 주지를 내려놓고 ‘생명 탁발순례’를 나서면서, 사회문제-환경문제 등에 눈길을 돌렸다.

    문제는 그의 기울어진 행보다.

  • ▲ 지난해 1월 27일, 경기도 수원지방법원 앞에서 '내란음모 정치공작 공안탄압규탄 대책위원회' 등 회원들이 내란음모사건 구속자 무죄석방 10만인 탄원서를 앞에 두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 지난해 1월 27일, 경기도 수원지방법원 앞에서 '내란음모 정치공작 공안탄압규탄 대책위원회' 등 회원들이 내란음모사건 구속자 무죄석방 10만인 탄원서를 앞에 두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 ▲ 지난해 12월 1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통합진보당 강제해산 반대와 민주주의 수호를 위한 2차 원탁회의. ⓒ 연합뉴스
    ▲ 지난해 12월 1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통합진보당 강제해산 반대와 민주주의 수호를 위한 2차 원탁회의. ⓒ 연합뉴스

    2004년 이후 그는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 무죄석방 탄원, 통합진보당 해산 반대 원탁회의, 제주해군기지 건설 반대 평화대행진 등에 참여하는 등, 뚜렷한 좌편향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런 그의 태도는 그가 강조해온 ‘화해와 상생’은 물론 ‘생명 존중 사상’과도 맞지 않는다.

    무자비한 폭력시위를 조장하고도 이에 대한 일체의 반성 없이 오히려 그 폭력을 정당화하는 현행범을, 맹목적으로 감싸 안는 그의 모습은 비판을 초래하고 있다.

    “모든 논쟁을 화합으로 바꾼다”는 뜻을 담고 있는 불교의 화쟁(和爭)사상은, 삼국통일시대 원효대사가 집대성했다.

    도법스님은 한상균 위원장의 중재요청을 받아들이면서 화쟁 정신을 앞세웠다. 한상균 위원장에 대한 법원의 영장 집행이나 국회의 노동개혁 법률안 처리와 같은 사안에 대해서도, 도법스님은 어김없이 화쟁사상을 내세워 사실상 반대의 뜻을 내비쳤다.

    그러나 그가 걸어온 행적이 과연 화쟁의 정신에 부합하는지는 의문이다.

    도법스님은 천주교 강우일 주교, 함세웅 신부 등과 함께 종교계를 대표하는 좌편향 인사로 꼽힌다.

  • ▲ 지난 7월 27일 오전 제주시청 앞에서 강정마을회, '제주군사기지 저지와 평화의 섬 실현을 위한 범도민 대책위' 등이 '2015 강정생명평화대행진' 출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뉴시스
    ▲ 지난 7월 27일 오전 제주시청 앞에서 강정마을회, '제주군사기지 저지와 평화의 섬 실현을 위한 범도민 대책위' 등이 '2015 강정생명평화대행진' 출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뉴시스

    내란선동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석기 전 통진당 의원 무죄석방, 통진당 해산 반대, 제주 해군기지 및 경남 밀양 송전탑 건설 반대 등, 그가 지금까지 보여준 행보는, ‘화쟁’과는 거리가 말다.

    특히 도법스님은 2009년 77일간 파업을 벌이고 있던 한상균 쌍용차 노조위원장과 개인면담을 한 뒤, 직접 농성장을 찾아가 노조원들을 격려하기도 했다.

     
  • ▲ 조계사 관음전에서 한상균 위원장(오른쪽)과 면담하고 있는 도법스님. ⓒ 뉴시스
    ▲ 조계사 관음전에서 한상균 위원장(오른쪽)과 면담하고 있는 도법스님. ⓒ 뉴시스

    불교의 역사를 보면, 불법(佛法)에 걸림이 없이, 파격적인 행동을 한 대덕고승들이 존재한다. 이른바 ‘무애행(無碍行)’으로 불리는 이 가르침은 원효대사가 해골에 담긴 썩은 물을 마신 뒤, ‘일체가 오직 마음의 작용’이라는 것을 깨닫고, 백성들과 어울리며 불법을 전한데서 유래됐다.

    수백년간 끊어진 한국 불교의 선맥을 이은 경허 대선사 역시 ‘무애행’으로 유명하다. 경허 선사가 계율을 뒤로 하고, 얼어 죽어가던 여성 나병 환자를 자신의 체온으로 녹여 살려낸 일화는 지금까지도 불자들에게 널리 회자되고 있다.

    도법스님이 옛 선사들과 견줄 수 있는 고승인지 여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법원이 발부한 구속영장을 집행하겠다는 경찰에 대해 유감을 표시하고, 국회와 정치권이 풀어야 할 사안인 노동입법 처리와 관련돼 정치적 발언을 하는 행태는, ‘무애행’이 아니라 종교의 정치개입이란 비판을 받고 있다.

    10년 동안 아무런 논란도 일으키지 않은, 도법스님의 생선 먹는 사진이 이제 와서 갑자기 문제가 된 이면에는, 정치적 발언과 정권 비판을 자신들만의 특권처럼 여기는, 일부 성직자들의 독선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이 있다.

    위 사진이 화제를 모으면서, 법정스님이 남긴 일화 한 토막이 누리꾼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일화 역시 ‘고기’가 소재로 나온다는 점에서, 도법스님의 사진 논란과 자연스럽게 대비된다.

    ‘법정스님과 고기 이야기’는 그와 인연을 맺은 18명의 회고담을 엮은 ‘가슴이 부르는 만남’이란 책에 나온다.

  • ▲ 생전의 법정스님. ⓒ 조선닷컴
    ▲ 생전의 법정스님. ⓒ 조선닷컴

    보림사 회주 지묵 스님이 들려준 이야기에서 법정스님은 ‘노처녀론‘을 설파하면서, 밥그릇 안에 숨겨 놓은 고기를 빼고 식사를 드셨다고 한다.

    한 처녀가 있었어. 신랑을 고르다가 혼기를 놓쳤어. 나이가 서른을 훌쩍 넘었을 때인데 이번에는 마음에 드는 신랑 후보가 나타났어.

    그런데 결정을 못 내리고 몇날 며칠을 고민하다가 혼자 살기로 마음을 굳혔다는구먼.

    왜냐하면...마음에 쏙 드는 신랑감이 나타났는데도 왜 노처녀가 결혼을 하지 않겠다고 한 줄 알아?

    지묵 스님과 도감 스님이 영문을 몰라 눈만 동그래가지고 멀뚱한 표정으로 바라보자, “이제껏 지켜 온 정조가 아깝다나.”

    말씀을 마친 법정스님은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음식을 들었다.

       - ‘가슴이 부르는 만남’ 113쪽.


    이 이야기는 지묵스님이 법정스님과 식사를 하면서 경험한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이야기에서 지묵스님은 법정스님이 손을 씻기 위해 자리를 뜨자, 스님이 드시는 밥그릇을 뒤집어 그 속에 볶은 고기 두어 점을 넣었다고 한다.

    오랜 수행생활에 지친 법정스님을 위하는 지묵스님의 마음을 담은 고기는 끝내, 법정스님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밥 속에 숨겨진 고기를 발견한 법정스님이 위와 같은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고기를 빼놓고 밥을 드신 것.

    누리꾼들은, 도법스님의 과거 행적을 예로 들면서, 그의 태도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는 댓글을 올리고 있다.

    “도법스님이라고 하지 말고, 차라리 범법자들 지켜주는 집단이라고 해라.”

    “도법스님, 불자로서 불교망신시키지 말고, 법을 존중하는 자세를 가졌으면 합니다. 벌써 23일이나 법집행을 안하고 있는데, 무엇을 인내심을 갖고 기다리라는 것인지? 진정한 불자라면 제발 나서지 말고 자중하세요.”

    “도법은 이석기 석방 탄원서 내는 정치에 관심많은 땡중이다. 스님도 아니다.”

    “사진 보니 소고기국에 굴비 X먹드만.. 그게 스님이 할 짓이냐? 이거 완전 사이비 아냐?”

    “스님! 정치판에 끼어들면 불교 망가집니다. 쟤네들(민노총)이 노리는 것이 바로 그것입니다. 정치와 종교의 다툼으로 몰고가는 수법입니다.”

    “종교가 법과 국민 위에 있는 더러운 세상이다. 참 스님들 할 일도 없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