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리 美국무장관, 브루킹스 컨퍼런스에서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보호 안 하면 위험”
  • ▲ 존 케리 美국무장관이 팔레스타인 평화 협상에서 이스라엘의 일방적 양보를 요구해 또 한 번 설전이 일었다. ⓒ美브루킹스 연구소 영상 캡쳐
    ▲ 존 케리 美국무장관이 팔레스타인 평화 협상에서 이스라엘의 일방적 양보를 요구해 또 한 번 설전이 일었다. ⓒ美브루킹스 연구소 영상 캡쳐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를 놓고 美국무부와 이스라엘 정부가 또 입씨름을 하고 있다. 美국무부는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정부를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고,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의 평화는 오로지 팔레스타인의 의지에 달렸다”고 반박하고 나섰다.

    지난 5일(현지시간) 美브루킹스 연구소가 주최한 컨퍼런스에서 존 케리 美국무장관은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가 붕괴하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모두 큰 혼란과 위험에 빠지게 될 것”이라면서 “이스라엘 정부가 전력을 다해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를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존 케리 美국무장관은 이날 컨퍼런스에서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가 사라지면 이스라엘은 서안 지역을 단독으로 관리해야 하며, 이는 이스라엘이 유대인 단일 민족 국가라는 정체성을 지키기 어렵게 만들 것”이라며 이 같은 주장을 폈다.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가 이스라엘로 향하는 폭력과 공격을 막기 위한 역할을 맡고 있다는 것이 존 케리 美국무장관의 주장이었다.

    존 케리 美국무장관은 최근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이스라엘 도심 곳곳에서 ‘묻지마 테러’를 저지르고 있는 근본적인 책임도 이스라엘 정치권에 있다는 주장을 폈다. “이스라엘 정치권이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를 고사시키려는 작전을 펼치고 있는 것은 비생산적이고 이스라엘에게는 자해행위”라는 것이 존 케리 美국무장관의 주장이었다.

    존 케리 美국무장관은 또한 이스라엘 정부가 팔레스타인 거주지에 유대인 정착촌을 계속 건설하고 팔레스타인 주민들에게는 건설 허가를 내주지 않는 것이 ‘불안과 폭력을 증폭시키는 원인’이라면서 “갈등을 해소하려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평화 협상을 통해 2개 국가 체제를 정착시켜야만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존 케리 美국무장관의 주장이 언론을 통해 전해지자 이스라엘 정부는 곧 반박했다. 지난 6일(현지시간) 벤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주간 각료회의에서 “이스라엘의 목표는 ‘두 민족 한 나라’가 되는 게 아니다”라면서 “서안 지역의 평화를 유지하려면 팔레스타인 측이 평화를 지킬 의지를 갖고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반박했다.

  • ▲ 이스라엘 외무부가 밝힌, 지난 9월 이후 현재까지의 '묻지마 테러' 현황. ⓒ이스라엘 외교부 테러 동향 홈페이지 캡쳐
    ▲ 이스라엘 외무부가 밝힌, 지난 9월 이후 현재까지의 '묻지마 테러' 현황. ⓒ이스라엘 외교부 테러 동향 홈페이지 캡쳐


    벤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이처럼 존 케리 美국무장관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은 석 달 넘게 일어나고 있는,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이스라엘 주민 테러 때문이다.

    과거 이스라엘 주민들에 대한 팔레스타인 측의 ‘테러’는 무장단체 ‘하마스’를 중심으로 한 ‘군사적 공격’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지난 9월부터 일어난 ‘테러’는 10대 청소년이나 20대 여성, 어린이 등이 길을 묻는 척하거나 기자로 위장하거나 그냥 지나가는 척하다 돌연 흉기 등으로 습격을 하는 형태이다. 이로 인한 사망자 수는 19명이나 된다.

    때문에 이스라엘 주민들은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피하고 있는 상황이며, 이스라엘 경찰과 군은 이런 유형의 테러에 ‘현장 사살’ 등의 강력한 대응책을 펴고 있다.

    실제 지난 6일 밤(현지시간)에도 팔레스타인인 한 명이 예루살렘에서 승용차로 길 가던 젊은이 2명을 친 다음 차에서 내려 흉기로 경찰과 피해자를 공격했다. 마침 버스에서 내리던 이스라엘 군인 한 명이 팔레스타인인을 현장에서 사살, 더 이상의 피해를 막았다.

    이스라엘 정부는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이스라엘 땅에 자유롭게 통행할 수 있는 점을 악용, 예루살렘 등 도시로 들어와 ‘무차별 테러’를 가하는 것이 팔레스타인 이슬람 극단주의 지도자들이 SNS를 통해 “예루살렘 성지를 되찾으라”는 선동을 해서 일어나는 일로 보고 있다.

    하지만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와 이슬람 극단주의 지도자들은 이스라엘 땅에서 테러를 시도하다 사살된 팔레스타인 주민이 109명이라는 점을 부각시키며 “오랜 시간 동안 팔-이 평화 회담이 이뤄지지 않고, 팔레스타인이 국가 지위를 얻지 못할 것이라는 절망감 때문에 일어난 범죄”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의 반박은 존 케리 美국무장관이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는 물론 팔레스타인 이슬람 극단주의 지도자들의 주장을 옹호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나온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