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지원받는 투르크멘 반군, 러시아 구조헬기 격추, 조종사 시신 조롱 영상 공개
  • ▲ 터키 공군 F-16 전투기가 러시아 Su-24 공격기를 격추한 뒤 인터뷰를 가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푸틴 대통령은 이 인터뷰에서 터키를 강하게 비난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투데이 보도화면 캡쳐
    ▲ 터키 공군 F-16 전투기가 러시아 Su-24 공격기를 격추한 뒤 인터뷰를 가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푸틴 대통령은 이 인터뷰에서 터키를 강하게 비난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투데이 보도화면 캡쳐


    지난 24일(현지시간) 터키 공군의 F-16 전투기 2대가 러시아 Su-24 공격기를 격추했다. 이후 지금까지 러시아와 터키 정부 간에 ‘무력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러시아 정부는 매우 화가 난 상태다.

    특히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아군이 뒤통수에다 칼을 꽂았다”며 터키 정부를 강하게 비난했다. 그런데 푸틴 대통령을 화나게 한 것은 러시아 공격기 격추보다 그 이후에 일어난 일이라고 한다.

    터키 공군의 F-16 전투기가 러시아 Su-24 공격기를 격추한 직후, 러시아 조종사 2명은 낙하산으로 비상 탈출했다. 이때 조종사들을 향해 기관총탄이 날아왔다.

    시리아 북부 소수민족인 투르크멘 반군의 제2해안여단 병력들이 낙하산으로 비상탈출 하는 조종사들을 향해 기관총 사격을 한 것이다. 이 사격으로 러시아 조종사 한 명이 사망했다.

    투르크멘 반군은 러시아 조종사를 구하기 위해 출동한 러시아 헬기에도 공격을 가했다. Su-24 공격기가 격추된 지점으로 날아오던 러시아 특수부대 헬기 2대 가운데 1대가 투르크멘 반군이 쏜 TOW 대전차 미사일을 맞고 비상착륙한다.

    이어 투르크멘 반군과 헬기에 타고 있던 러시아 육전대(해병대) 소속 부대원들 간의 교전이 벌어졌고, 투르크멘 반군은 TOW 미사일을 다시 한 번 더 쏘아 비상착륙한 헬기를 격파한다. 이 과정에서 러시아 육전대원 1명이 사망했고, 생존한 1명의 Su-24 조종사와 헬기에 타고 있던 다른 9명은 무사히 귀환했다고 한다.

  • ▲ 터키 에르도안 정권의 지원을 받는 투크르멘 반군이 찍어 공개한, 러시아 구조헬기 공격 장면. ⓒ유튜브 화면 캡쳐
    ▲ 터키 에르도안 정권의 지원을 받는 투크르멘 반군이 찍어 공개한, 러시아 구조헬기 공격 장면. ⓒ유튜브 화면 캡쳐


    푸틴 대통령과 러시아 군 당국을 더 분노하게 만든 것은 투르크멘 반군들이 찍어 SNS와 온라인에 게재한 사진과 영상이다.

    유튜브 등에 공개한 영상을 보면, 투르크멘 반군은 러시아 헬기를 쏘아 떨어뜨리면서 “알라후 아크바르”를 외친다. 다른 영상에서는 투르크멘 반군이 사망한 Su-24 조종사의 시신을 툭툭 건드리며 “알라후 아크바르”를 외치며 낄낄거리고 조롱한다.

    투르크멘 반군은 영상을 공개한 뒤 자신들이 Su-24 공격기에서 비상탈출 하던 러시아 조종사 2명을 사살했으며, 이들을 수색·구조하려던 러시아 헬기도 격추했다고 밝혔다. 투르크멘 반군은 또한 러시아 조종사의 시신 등을 찍은 사진을 트위터 등 SNS에 올리고 조롱했다.

    푸틴 대통령을 비롯한 러시아 정부, 군부 관계자들은 터키 정부의 지원을 받는 투르크멘 반군이 비상탈출 하는 조종사와 구조 헬기에까지 공격한 것, 숨진 사람을 조롱하는 모습을 보고 크게 분노했다.

  • ▲ 투크르멘 반군들이 자신들의 공격으로 사망한 러시아 조종사의 시신을 중앙에 두고 떠드는 모습. 실제 원본에는 숨진 러시아 조종사의 모습이 그대로 드러난다. ⓒ英데일리 메일 온라인이 유튜브에 공개한 관련 영상 캡쳐
    ▲ 투크르멘 반군들이 자신들의 공격으로 사망한 러시아 조종사의 시신을 중앙에 두고 떠드는 모습. 실제 원본에는 숨진 러시아 조종사의 모습이 그대로 드러난다. ⓒ英데일리 메일 온라인이 유튜브에 공개한 관련 영상 캡쳐


    때문에 러시아 정부는 터키 정부를 향해 “터키가 진정으로 ‘대쉬(ISIS)’ 소탕을 원하느냐” “NATO(북대서양 조약기구)는 ‘대쉬(ISIS)’의 편에 설 것이냐” “터키가 ‘대쉬(ISIS)’로부터 기름을 사들이는 것 아니냐”고 비난한 것이다.

    투르크멘 반군은 터키 정부로부터 많은 장비와 자금을 지원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터키 에르도안 정권은 지난 9월부터 러시아 군이 시리아 내에서 ‘대쉬(ISIS)’를 공격한다면서 알 아사드 정권에 반대하는 투르크멘 반군 장악 지역을 공습한 데 대해 반발해 왔다.

    터키의 수니파 무슬림들은 투르크멘 반군이 시리아 북부 지역을 장악하기를 희망한다. 터키와 이라크 접경 지역에 거주하는 쿠르드 민족을 전멸시키기를 원한다. 이들은 또한 18세기 투르크와 러시아 간의 전쟁 역사를 지금까지 기억하며, 러시아와 슬라브족을 적으로 생각한다.

    터키의 수니파 무슬림 극단주의자들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얻고 있는 에르도안 정권에도 문제가 있다. 테러조직 ‘대쉬(ISIS)’가 2014년 6월 접경 지역에서 발호했을 때 시리아, 이라크와의 국경을 제대로 봉쇄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터키 에르도안 정권이 ‘무슬림 형제단’과 긴밀한 관계여서 ‘대쉬(ISIS)’에게 동정적인 태도를 갖는 게 아니냐고 비판한다. 

    美일부 언론들의 보도 또한 터키 에르도안 정권을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美정부 관계자는 “러시아 공격기가 격추될 당시 열 감지를 한 결과 터키 영공을 침범한 것은 17초에 불과하며 나머지 시간에는 시리아 영공에 있었다”고 밝혔다.

    NATO의 한 관계자는 “러시아 공격기를 공격한 터키의 F-16 전투기는 운이 아주 좋았거나 아니면 러시아 공격기가 영공을 넘어올 것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다”며 터키가 러시아 공격기 격추를 의도했던 게 아니냐는 주장을 폈다고 한다.

    이런 문제를 파악한 러시아는 터키와 NATO를 분리해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보이며, 美정부는 표면적으로는 터키 정부의 손을 들어주되 ‘대쉬(ISIS)’ 공격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물밑 협상’을 벌일 것이라는 분석들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