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영상의학회 감정 효력 사실상 부정...뉴스1, 중요사실 누락 보도
  • ▲ 대한의사협회 산하 영상의학회가 박원순 시장 아들 주신씨의 영상자료를 판독한 결과, 피사체를 동일인으로 결론 내렸다는 ‘뉴스 1’ 보도. ⓒ 기사 화면 캡처
    ▲ 대한의사협회 산하 영상의학회가 박원순 시장 아들 주신씨의 영상자료를 판독한 결과, 피사체를 동일인으로 결론 내렸다는 ‘뉴스 1’ 보도. ⓒ 기사 화면 캡처

    박원순 서울시장 아들 박주신씨 병역비리 의혹을 핵심쟁점으로 하는 양승오 박사(동남권원자력의학원 암센터 핵의학과 주임과장)등 시민 7명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과 관련돼, 일부 언론이 “대한의사협회가 주신씨 명의의 MRI를 비교·판독한 결과 피사체를 모두 동일인으로 감정했다”고 보도하면서, 논란을 빚고 있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런 내용의 보도는 사실과 전혀 다르다. 대한영상의학회가 위와 같은 내용의 회신을 양승오 박사 사건 재판부(서울중앙지법 형사 합의 27부, 재판장 심규홍 부장판사)에 보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영상의학회의 회신이 도달하기 전에, 감정을 ‘중지’시키는 등 회신의 효력을 사실상 무효화했다.

    앞서 피고인 측 변호인들은 “영상의학회가 보낸 회신은 학회장의 직인이 날인돼 있지 않고, 감정에 참여한 의사들의 실명도 기재돼 있지 않아 공문서로서의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현재 재판부는 주신씨의 법정 출석을 전제로 신체검증을 추진하고 있으며, 주신씨가 법정에 출석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영상자료 외부감정을 위한 절차도 진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14일 열린 이 사건 9차 공판에서는, 주신씨의 신체를 촬영한 것으로 알려진 MRI 및 엑스레이 외부감정을 위한 구체적인 기준과 절차가 논의됐다.

    검사와 변호인 측은 주신씨 명의의 영상자료 외부감정을 위해, 각각 3명씩 모두 6명의 의사를 추천해 감정단을 구성키로 합의한 상황이다.

    이런 사실을 종합할 때, 영상의학회 회신이 적법한 효력을 갖고 있는 것처럼 보도한 위 기사는 사실상 오보에 가깝다.

    무엇보다 위 기사는, 재판부가 영상의학회의 감정을 중지시키고, 외부감정기관을 다시 선정하기로 결정한 사실을 누락했다.

    양승오 박사 사건 재판부가, 주신씨 명의의 MRI 및 엑스레이 등 영상자료를 대한의사협회로 보낸 것은 사실이다.

    앞서 이 사건 검사와 변호인 측은, 박주신씨 명의의 MRI 및 엑스레이에 대한 비교판독을 위해 외부감정기관을 선정하기로 하고, 우선 자료를 대한의사협회로 보냈다.

    검찰은 외부감정을 맡을 곳으로 의사협회 산하의 대한영상의학회를 선호했으며, 변호인은 병역비리를 적발한 경험이 있는 개인 전문의나, 학계의 신망을 받고 있는 저명한 교수에게 감정을 의뢰할 것을 제안했다.

  • ▲ 양승오 박사의 변호인인 차기환 변호사. TV조선에 출연해 박주신씨 병역비리 의혹과 관련돼, 피고인들이 주장의 근거로 제시하고 있는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 TV조선 화면 캡처
    ▲ 양승오 박사의 변호인인 차기환 변호사. TV조선에 출연해 박주신씨 병역비리 의혹과 관련돼, 피고인들이 주장의 근거로 제시하고 있는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 TV조선 화면 캡처

    양승오 박사의 변호인인 차기환 변호사는, 국내 학회의 경우 감정결과에 대한 책임소재가 불명확할 뿐만 아니라, 학연이나 지연·혈연 기타 박원순 시장과의 친소관계에 따라 감정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감정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그러나 검사와 변호인 측이 외부감정기관 선정에 합의하기도 전에, 대한의사협회가 일방적으로 주신씨 명의의 영상자료를 영상의학회에 보낸 사실이 알려지면서, 피고인 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차기환 변호사는 지난 9월 22일 재판부에 ‘외부감정기관 선정 관련 의견서’를 보내, “감정을 의뢰한 자생(병원)엑스레이와 공군 엑스레이·비자발급 엑스레이 피사체가 다를 경우, 세브란스병원은 그 신뢰도와 명성에 결정적인 타격을 입는 등 심각한 이해관계가 걸려있다”며, “주신씨의 공개신검에 참여한 교수가 임원으로 있는 대한영상의학회에 감정을 맡긴다는 것은 도저히 수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차 변호사는 “해외 유명학회에 감정을 촉탁하는 것이 가장 올바른 방법이지만, 그것이 어렵다면 대한의사협회가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근골격·영상의학 분야의 실력 있고 인품을 인정받는 교수나 의사를 참여시켜 주시길 바란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 ▲ 2012년 2월 22일, 이른바 ‘박주신씨 공개신검’을 실시했던 서울 신촌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앞에서, 엄마부대봉사단을 비롯한 애국단체 회원들이, 당시 ‘부실 신검’의 책임을 지고, 병원이 의혹의 진상규명에 앞장서 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 ⓒ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2012년 2월 22일, 이른바 ‘박주신씨 공개신검’을 실시했던 서울 신촌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앞에서, 엄마부대봉사단을 비롯한 애국단체 회원들이, 당시 ‘부실 신검’의 책임을 지고, 병원이 의혹의 진상규명에 앞장서 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 ⓒ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앞서 차기환 변호사는 9월 21일 열린 이 사건 5차 공판에서, 피고인과 변호인들이 대한영상의학회를 기피하는 이유를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차 변호사는 “영상의학회 임원 가운데 세브란스병원 이승구 교수가 있다. 그 분이 임원으로 있는 영상의학회는 감정의 투명성과 공정성에 있어 문제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서울 신촌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은 2012년 2월 22일 박주신씨에 대한 공개신검을 진행한 곳으로, 이승구 교수는 박주신씨 공개신검 당시 MRI 판독에 참여한 의료진 중 한명이다.

    양승오 박사와 치과의사 김우현씨 등 이 사건 피고인들이 제기하고 있는 ‘박주신씨 병역비리 의혹’의 출발점은, 2012년 2월 세브란스병원에서 이뤄진 ‘박주신씨 공개신검’이다.

  • ▲ 2012년 2월부터 ‘박주신씨 병역비리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영상의학전문의 양승오 박사. ⓒ 뉴스데스크 화면 캡처
    ▲ 2012년 2월부터 ‘박주신씨 병역비리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영상의학전문의 양승오 박사. ⓒ 뉴스데스크 화면 캡처

    당시 공개신검은 피검자에 대한 본인 여부 확인도 없이 졸속으로 진행됐으며, 그마저도 서울시공무원과 병원 보안요원들의 철저한 통제 속에 이뤄져, 공개신검으로 볼 수 없다는 지적이 많다.

    세브란스병원의 부실한 공개신검이 의혹을 해소하기는커녕 오히려 증폭시켰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이런 사실을 고려할 때, 당시 공개신검에 참여했던 이 병원 의료진이 주요 임원으로 있는 학회가, 주신씨 명의의 영상자료에 대한 감정을 맡는다는 건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 양승오 박사 등 이 사건 피고인들의 공통된 견해다.

    경기고 69회 출신으로, 박원순 시장의 1년 선배인 김승협 교수(서울대 의대)가 대한영상의학회 회장이란 사실도, 감정의 공정성에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이 많다.

    재판부는 같은 달 24일 열린 이 사건 6차 공판에서, 대한의사협회가 일방적으로 감정을 진행한 사실을 인정하고, 대한영상의학회의 감정을 중지시키는 한편, 주신씨 명의의 영상자료 감정을 다시 추진할 것을 결정했다.

    “감정과 관련돼 피고인 측 견해를 존중해 (대한영상의학회)감정을 중지하고, 특별위원회 구성 또는 피고인 측 추천 의사를 포함하는 방안을 강구하겠다.”

       - 심규홍 부장판사, 9월24일 양승오 박사 공직선거법 위반 6차 공판에서


    이후 검사와 변호인 측은 재판부의 소송지휘에 따라, 박주신씨 명의의 영상자료 감정을 위해 각각 3명씩의 의사를 추천키로 하는데 합의했다. 모두 6명으로 구성되는 감정단은 주신씨 명의의 영상자료 비교판독을 통해, 피사체의 동일인 여부 등을 확인할 방침이다.

    한편 <뉴스1>은 18일, 의협 산하 영상의학회가 주신씨의 척추 MRI 6건을 비교·판독한 결과, 피사체가 모두 동일인물이라는 최종 판단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뉴스1>은 “그동안 국가기관에 의해 6번에 걸쳐 주신씨의 병역비리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고 결론 난 데 이어 영상의학 분야 최고전문기관인 대한영상의학회에서 다시 한 번 주신씨의 병역비리 의혹이 허위라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나아가 <뉴스1>은, 의협이 주신씨 명의의 엑스레이 3장을 비교·판독한 결과, “어느 정도 다른 모양을 보이고 있지만, 그것만으로 동일인이 아니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밝혔다.

  • ▲ 박원순 서울시장. ⓒ 뉴데일리DB
    ▲ 박원순 서울시장. ⓒ 뉴데일리DB

    특히 <뉴스1>은 박원순 시장의 법률대리인인 황희석 변호사의 발언을 인용해, 박 시장 측의 주장을 충실하게 전달했다.

    <뉴스1>에 따르면 황희석 변호사는 “이번 감정을 통해 양승오씨 등이 박 시장과 주신씨를 음해하고 괴롭히기 위해 의도적으로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는 사실이 다시 한 번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양승오 박사 등 시민 7명에 대한 공직선거법 위반 10차 공판은 20일 오전 10시, 서울중앙지법 311호 법정에서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