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추진 항공모함 ‘시어도어 루스벨트’와 ‘로널드 레이건’, 인근서 초계임무 중
  • 지난 며칠 동안 남중국해에서의 美-中 대립을 다룬 언론 보도가 잦아들었다. 대신 지난 9일에는 미국과 中인민해방군이 대서양에서 연합훈련을 했다는 소식이 날아들었다. 그렇다면 남중국해에서의 긴장은 이제 끝이 난 걸까.

    지난 9일 中공산당 관영 CCTV는 “지난 7일 오전 10시부터 미사일 구축함 지난호, 호위암 이양호 등으로 구성된 中인민해방군 제152함대가 美해군 미사일 구축함 메이슨호 등과 함께 대서양에서 2시간 동안 연합훈련을 벌였다”고 전했다.

    中인민해방군 전투함이 대서양에서 미군과 연합훈련을 한 것은 처음이라는 설명도 곁들였다.

    中관영 CCTV에 따르면 美中 양국 해군은 해상연락체계 운용, 편대 항행, 해상구조 등의 훈련을 펼쳤다고 한다.

    이 훈련에 참가한 中인민해방군 제152함대는 지난 11월 3일(현지시간) 美플로리다州 잭슨빌에 있는 메이포트 기지에 입항했다. 이후 닷새 동안 친선 활동을 가진 뒤 연합훈련을 벌였다고 한다.

     

  • ▲ 中인민해방군의 '곤륜산급(071급)' 신형 상륙함. 美해군의 '샌안토니오'를 카피했다는 소문도 있다. 中인민해방군은 이 상륙함 4척을 남해 함대에 배치했다. ⓒ위키피디아 공개사진.
    ▲ 中인민해방군의 '곤륜산급(071급)' 신형 상륙함. 美해군의 '샌안토니오'를 카피했다는 소문도 있다. 中인민해방군은 이 상륙함 4척을 남해 함대에 배치했다. ⓒ위키피디아 공개사진.


    같은 시간 지구 반대편의 남중국해에서는 여전히 긴장감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中인민해방군은 지난 9일 남중국해의 스프래틀리 군도 주변에 J-11 전투기를 배치했고, 이 지역을 관할하는 남해 함대 소속 전투함들도 대기시켜 놓고 있다.

    中인민해방군이 처음으로 도입한 강습상륙함(LPD) ‘071급(일명 곤륜산 클래스)’ 3척도 해상육전대(해병대)와 함께 남해함대 기지에서 대기 중이다.  

    미국은 핵추진 항공모함 ‘시어도어 루스벨트’ 호에게 남중국해 인근의 초계임무를 맡기는 한편 P-8A 포세이돈 대잠 초계기와 최신 ‘연안전투함’도 싱가포르와 필리핀, 괌 일대를 오가며 中인민해방군을 감시하도록 지시했다.

    日요코즈카에 주둔 중인 핵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 호와 오키나와에 주둔 중인 美해병 제31원정대, 강습상륙함 ‘본햄 리처드’도 여차하면 출동할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 중에 ‘협박’에 가까운 발언을 계속 내놓은 것은 중국이었다. 하지만 남중국해 일대에 전개한 전력으로 보면, 中해군 전력의 3분의 1 이상이 몰려 있는 남해 함대로도 美해군의 남중국해 일대 전력을 이기기 어렵다는 것이 세간의 평가다.

    애슈턴 카터 美국방장관이 말레이시아 국방장관과 함께 올라 세 시간 동안 순시를 했다는 핵추진 항공모함 ‘시어도어 루스벨트(CVN-71)’는 美해군의 주력 항공모함 ‘니미츠’급 가운데 네 번째로 건조한 것이다.

  • ▲ 남중국해의 중국 인공섬 인근을 순찰하고 온 美해군 이지스 구축함 '라센'호의 함장 로버트 프랜시스 중령이 핵추진 항모 '시어도어 루스벨트'에서 만난 애슈턴 카터 美국방장관에게 뭔가를 설명하는 모습. ⓒ美국방부 관영 성조지 캡쳐
    ▲ 남중국해의 중국 인공섬 인근을 순찰하고 온 美해군 이지스 구축함 '라센'호의 함장 로버트 프랜시스 중령이 핵추진 항모 '시어도어 루스벨트'에서 만난 애슈턴 카터 美국방장관에게 뭔가를 설명하는 모습. ⓒ美국방부 관영 성조지 캡쳐


    1984년 10월 27일 진수, 1986년 10월 25일 실전배치 된 ‘시어도어 루스벨트’ 호는 길이 332m, 비행갑판 폭 76.8m, 배수량 11만 7,200톤의 거대 함선이다. 항공단 병력 2,480명과 승무원 3,200명을 태우고, 평균 6개월 동안 보급 없이 전 세계에서 전투를 벌일 수 있다. 이 기간이 6개월인 이유는 승무원들의 식량과 탑재한 항공기 등의 연료, 무기 때문이다.

    26만 마력의 힘을 내는 터빈 엔진은 2개의 핵반응로에서 만들어내는 힘으로 움직인다. 그 덕분에 수십만 톤짜리 쇳덩어리는 바다 위에서 56km/h 이상의 속도로 움직일 수 있다.

    자체 무장으로는 시스패로우 함대공 미사일 2기, RIM-116 회전식 함대공 미사일 발사기 2기, 분당 최대 6,000발의 총탄을 퍼부을 수 있는 ‘팰랭크스’ 근접방어시스템(CIWS) 2기를 곳곳에 장착하고 있다. 하지만 항공모함의 실제 ‘무력’은 바로 함재기에 있다.

    ‘시어도어 루스벨트’ 호에는 제1항모비행단(CVW 1)이 배치돼 있다. 1938년 7월 창설된 제1항모비행단은 대통령 표창까지 받은 베테랑 부대다. 제2차 세계대전부터 파나마 운하 위기, 베트남 전쟁, 걸프전쟁, 아프가니스탄 전쟁, 이라크 전쟁 등 굵직한 전쟁에는 모두 참전했다.

    제1항모비행단에는 제11공격비행대, 제136공격비행대, 제211공격비행대, 제251해병공격비행대, 제125항모조기경보비행대, 제137전자전비행대, 제40해상군수비행대, 제11대잠헬기비행대, 제46해상타격헬기비행대 등 9개 비행대대 소속 90여 대의 전술기가 배치돼 있다.

  • ▲ 핵추진 항공모함 '시어도어 루스벨트'호가 휘하의 항모전투단 소속 이지스 순양함, 이지스 구축함과 이동 중인 모습. ⓒ美해군 제공사진.
    ▲ 핵추진 항공모함 '시어도어 루스벨트'호가 휘하의 항모전투단 소속 이지스 순양함, 이지스 구축함과 이동 중인 모습. ⓒ美해군 제공사진.


    이 가운데 제11공격비행대 등 4개 비행대는 F/A-18 슈퍼 호넷 전투기를 운용하는 주 전력이다. 이들은 제137전자전비행대의 EA-18G 그라울러 전자전기를 선봉에 세워 적의 레이더망을 마비시킨 뒤 무차별 타격을 가한다. 

    이 항공기들의 공격은 ‘시어도어 루스벨트’호와 함께 다니는 이지스 순양함, 이지스 구축함들의 대공방어 엄호 속에서 이뤄진다.

    ‘시어도어 루스벨트 항모전투단(CSG 12, 제12항모전투단)’에는 원래 이지스 순양함 ‘노르망디’호와 이지스 구축함 ‘파라것’호, ‘포레스트 셔먼’호, ‘윈스턴 처칠’호가 배치돼 있지만, 이번 남중국해 인근 초계임무에는 이지스 순양함 ‘노르망디’호와 제7함대 소속 이지스 구축함 ‘라센’호가 함께 하고 있다. 이들의 대공방어망만으로도 中인민해방군 남해 함대가 거느린 각종 전투함과 전투기들의 공격을 상당 부분 막아낼 수 있다.

    남중국해보다는 동중국해를 방어하기 위해 배치한 핵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는 현재 핵연료 재공급을 위해 본국으로 귀환한 ‘조지 워싱턴’호를 대신해 제7함대로 배치됐다.

    ‘로널드 레이건(CVN-76)’호은 ‘시어도어 루스벨트’호와 같은 ‘니미츠’급 항공모함이기는 하나 8번째로 건조한, 비교적 신형이다. ‘로널드 레이건’호는 1998년 2월 12일 건조를 시작, 2003년 7월 12일 실전배치 돼 ‘시어도어 루스벨트’호 보다 17살 어리다. 美해군은 2052년까지 ‘로널드 레이건’호를 운용할 예정이라고 한다.

    ‘로널드 레이건’호의 제원이나 탑재한 무장이나 탑재기는 ‘시어도어 루스벨트’호와 거의 차이가 없다. 하지만 항모전투단에는 차이가 있다.

  • ▲ 2010년 여름, 핵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가 림팩(RIMPAC) 훈련에 참가한 동맹국 해군 함대를 이끄는 모습. ⓒ위키피디아 공개 사진.
    ▲ 2010년 여름, 핵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가 림팩(RIMPAC) 훈련에 참가한 동맹국 해군 함대를 이끄는 모습. ⓒ위키피디아 공개 사진.


    ‘로널드 레이건’호는 ‘조지 워싱턴’호가 맡았던 ‘제5항모전투단’을 이끌고 있다. 여기에는 이지스 순양함 ‘앤티텀’호, ‘챈슬러스빌’호, ‘샤일로’호와 이지스 구축함 ‘커티스 윌버’호, ‘존 S.맥케인’호, ‘피츠제럴드’호, ‘스테덤’호, ‘라센’호, ‘맥캠벨리’호, ‘머스틴’호가 배속돼 있다.

    즉 ‘시어도어 루스벨트’호가 남중국해 초계임무를 수행하는 데 ‘로널드 레이건’호의 항모전투단 소속 이지스 구축함이 ‘지원’을 나왔다는 것으로, 이는 남중국해에서 유사 상황 발생 시 ‘로널드 레이건’호가 이끄는 제5항모전투단이 즉각 지원에 나설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는 中해군 전력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인민해방군 남해 함대 입장에서 볼 때 ‘시어도어 루스벨트’호와 이지스 순양함만으로도 버거운데 자칫하면 ‘로널드 레이건’호와 그 호위함 10척까지 상대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美해군이 배치한 ‘창’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美해군은 中공산당이 인민해방군을 동원해 베트남과 필리핀 소유의 암초를 빼앗을 때부터 싱가포르항에 최신무기인 ‘연안전투함(LCS)’을 배치하기로 결정했다.

    한국에서는 생소한 ‘연안전투함(Littoral Combat Ship)’은 美해군이 90년대부터 개념을 구상해 오다 2000년 12월 예멘에 정박 중이던 이지스 구축함 ‘콜(Cole)’호가 소형 고무보트의 자살폭탄테러를 당해 17명이 사망하고 40여 명이 부상을 입는 사건이 일어난 뒤부터 본격적으로 개발한 전투함이다.

  • ▲ 2010년 12월 예멘에서 알 카에다 조직원의 자살보트테러 공격을 받은 美이지스 구축함 '콜'호의 모습. ⓒ당시 美정부 공개 사진.
    ▲ 2010년 12월 예멘에서 알 카에다 조직원의 자살보트테러 공격을 받은 美이지스 구축함 '콜'호의 모습. ⓒ당시 美정부 공개 사진.


    ‘연안전투함’은 록히드 마틴이 만든 ‘프리덤’급(LCS-1)과 제네널 다이나믹스가 만든 ‘인디펜던스’급(LCS-2)로 나뉜다.

    프리덤급의 경우 길이 115m, 폭 17.6m 가량으로 50명 내외의 승무원이 탄다. 모양은 일반 전투함과 비슷하다. 대공방어용 무기로 RAM(회전형 단거리 대공미사일)을 탑재하고 있고, 30mm MK2 부쉬마스터 기관포를 장착하고 있다.

    인디펜던스급의 경우 길이 선체가 세 갈래로 나뉜 ‘삼동선(Trimaran)’으로 길이 127.6m, 폭 31.6m다. 승무원은 40명 내외다. 무장으로는 보포스社의 57mm 함포와 대공미사일 발사기 등을 갖추고 있다.

    배수량 3,000톤 안팎에다 승무원도 적고 무기도 빈약한 편이어서 얼핏 생각하면 타격력이 매우 약한 게 아닌가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美해군이 연안전투함을 앞으로 32척이나 건조하겠다고 결정한 이유는 다른 데 있다. 바로 기동성, 확장성, 생존성이다.

    ‘프리덤’급과 ‘인디펜던스’급은 공히 최고속도가 80km/h를 넘는다. 이는 소형 고속정이나 공기부양정과 맞먹는 속도다. 배가 물에 잠기는 흘수선 또한 4m 안팎이어서 대형 전투함이 접근하기 어려운 해안에서도 작전이 가능하다.

  • ▲ 美해군이 남중국해 일대 동맹국을 위해 배치한 연안전투함 1번함 프리덤호(뒤)와 2번함 인디펜던스호(앞) ⓒ위키피디아 공개사진.
    ▲ 美해군이 남중국해 일대 동맹국을 위해 배치한 연안전투함 1번함 프리덤호(뒤)와 2번함 인디펜던스호(앞) ⓒ위키피디아 공개사진.


    연안전투함의 기본 무장은 매우 빈약해 보이지만, 다양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SH-60 헬기 2대와 무인헬기 4대를 실을 수 있다는 점, 임무에 따라 다양한 무장을 실을 수 있다는 점, 이 모든 것이 거의 자동화되어 있다는 점 또한 매우 획기적이다. 이런 이유로 승무원이 기존 호위함의 절반도 채 되지 않는 것이다.

    선체 또한 스텔스성을 강화해 레이더에 작은 선박처럼 보이도록 한다. 적의 입장에서 연안전투함은 소형 고속정 크기로 비춰지기에 제대로 된 대응을 못할 수도 있다.

    현재 美해군이 건조해 실전배치한 연안전투함은 모두 4척으로 1번함 ‘프리덤’호, 2번함 ‘인디펜던스’호, 3번함 ‘포트워스’호다. 4번함 ‘코로나도’호다.

    그런데 미국은 이들 모두를 美본토 연안이 아니라 싱가포르를 중심으로 배치해 놓고 있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이들 연안전투함은 괌의 해군기지와 싱가포르를 오가며 남중국해 일대에서 초계 임무를 벌이는 것으로 보인다.

    美국방부는 “연안전투함이 3~4개월 주기로 순환하면서 남중국해 지역을 순찰한다”고 하지만, 그 기동성을 따지면 언제든지 남중국해로 출동할 수 있다. 美해군 수뇌부가 “남중국해에 연안전투함을 4척 이상 배치할 것”이라고 밝힌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 ▲ 美해군의 연안전투함 가운데 '인디펜던스'급은 독특하게도 선체가 3중으로 돼 있다. ⓒ위키피디아 공개사진.
    ▲ 美해군의 연안전투함 가운데 '인디펜던스'급은 독특하게도 선체가 3중으로 돼 있다. ⓒ위키피디아 공개사진.


    美대선 때문에 남중국해에서 미국과 중국 간의 긴장이 더욱 고조될 것으로 보이는 2016년, 美해군은 모두 12척의 연안전투함을 운용할 계획이라고 한다.

    아무튼 해상 전력만 따져보면, 미국이 中공산당을 향해 “까불지 마라”며 배치한 ‘창(槍)’은 항모 ‘시어도어 루스벨트’호와 호위함, 연안전투함 1척(LCS-3 포트워스) 정도만 보인다. 하지만 이는 ‘창 끝’에 불과하다.

    남중국해와 1,400km 가량 떨어진 미국령 괌에는 순환 배치되는 전략 폭격기 대대가 머물고 있다. 지난 8일과 9일 남중국해에 中인민해방군이 만든 인공섬 주변을 비행한 전략 폭격기도 괌에서 출동한 B-52H 스트래토포트레스 2대였다.

    조금 더 멀리 있는 일본 오키나와에는 美공군과 해병대 병력이 주둔하고 있다. 여기에는 F-15와 E-3C 조기경보기를 갖춘 美제18비행단과 거의 항공모함 수준인 강습상륙함 ‘본햄 리처드’를 운용하는 해병 제31원정대도 포함돼 있다.

    즉 ‘창 끝’ 뒤에는 서태평양 미군 전력의 절반 가까이가 연결돼 있다는 뜻이다. 남중국해의 패권을 차지하겠다고 필리핀, 베트남 등을 괴롭히다 자칫 미국과 무력 충돌을 하면, 최악의 경우 中인민해방군 해군의 40%가 사라질 수도 있다는 뜻이다.

    中공산당은 미국이 ‘시어도어 루스벨트’호에다 연안전투함, B-52H 전략폭격기까지 남중국해로 보내자 상황이 자신들에게 유리하지 않음을 깨달았는지 급히 태도를 바꿨다.

  • ▲ 괌 앤더슨 공군기지에 착륙하는 B-52H 전략폭격기. 미국은 본토에 있는 전략 폭격기를 괌에다 순환배치하고 있다. ⓒ앤더슨 공군기지 홈페이지 공개사진.
    ▲ 괌 앤더슨 공군기지에 착륙하는 B-52H 전략폭격기. 미국은 본토에 있는 전략 폭격기를 괌에다 순환배치하고 있다. ⓒ앤더슨 공군기지 홈페이지 공개사진.


    지난 12일 中공산당 관영매체 ‘환구시보’는 “판창룽 中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을 단장으로 하는 인민해방군 대표단이 지난 11일부터 파키스탄, 인도를 공식 방문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환구시보’는 이번 中인민해방군 군사대표단에 쑨젠궈 인민해방군 부참모장(해군 상장, 한국의 대장에 해당), 신장 위구르 지역과 쓰촨성을 관할하는 청두 군구 정치위원도 포함돼 있다고 전했다.

    여기서 주목할 사람은 쑨젠궈 해군 상장이다. 그는 남중국해와 관련해 여러 차례 주변국을 무시하고, 이 지역을 무력으로 장악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던 인사다.

    하지만 지난 6일 시진핑이 베트남을 찾았을 때 동행한 쑨젠궈는 쥐죽은 듯 자기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 대신 베트남의 인프라 건설에 8억 달러를 쏟아 붓기로 한 시진핑 옆에서 미소만 지을 뿐이었다.

    中공산당과 인민해방군의 태도 바꾸기는 지난 10일 中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 위원인 우성리 인민해방군 해군사령관의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방문 일정에서도 나타난다.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를 찾은 우성리 中인민해방군 해군사령관은 남중국해에서 일어난 문제를 “함께 힘을 합쳐 잘 해결해 보자”면서 해상 및 항공 합동훈련을 제안하기도 했다고 한다.

    中인민해방군 공군은 지난 12일부터 오는 30일까지는 태국과 함께 합동 공군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훈련 장소는 태국 공군기지다.

    이 같은 中공산당의 태도 변화는 필리핀과 베트남만 ‘손을 보면’ 될 것으로 생각했던 남중국해 문제에 미국이 일본까지 끌어들이며 적극 개입할 뜻을 비치자, 막대한 외화 투자를 약속하는 등의 수법으로 남중국해 주변 국가들을 ‘각개 격파’하고, 미국에게는 ‘협박’은 하지만 인공섬 주변의 활동을 자제하는 등 실제 충돌은 회피하는 방식으로 전략을 바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오는 18일부터 이틀 동안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 21일부터 이틀 동안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리는 ASEAN+3 정상회의에서도 미국 측은 남중국해 문제를 제기할 것으로 보이지만, 中공산당은 이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아무튼 中공산당의 이런 전략 수정은 지금까지는 잘 먹혀들어가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中공산당의 ‘남중국해 내해화’ 야욕이 전혀 사라진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일각에서는 中공산당이 2016년 대선 때문에 미국 사회가 정신없을 때 다시 남중국해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그렇게 되면 새로운 미국 대통령이 집권한 뒤부터 남중국해 문제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