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재안 관철시, 새정치 비례대표 당선권 21번에서 12번으로?
  • ▲ 이병석 정치개혁특별위원장이 9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선거구 획정과 관련한 중재안을 제안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이병석 정치개혁특별위원장이 9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선거구 획정과 관련한 중재안을 제안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장인 새누리당 이병석 의원(경북 포항북)이 제시한 중재안은, 지금까지 선거구 협상안의 타결을 가로막고 있던 어느 한 사람의 철벽 방어를 넘어설 수 있을까.

    이병석 위원장은 9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다가올 내년 4·13 총선의 국회의원 선거구 획정과 관련한 중재안을 발표했다. 정개특위 위원장으로서 공전을 거듭하고 있는 선거구 관련 논의를 더 이상 수수방관할 수 없어 고심 끝에 중재안을 내놓게 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이병석 위원장이 내놓은 중재안은 △의원 정수 300명 현행 유지 △지역구 260석·비례대표 40석 △통폐합 대상인 농어촌 선거구 최대한 보전 △비례대표 의석은 균형의석제에 따라 우선배분 등의 내용을 담고 있는데, 여러모로 현재 원내(院內)에 형성된 제세력의 상충되는 요구와 국민의 여망을 고루 담아내 전 국회부의장으로서의 정치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는 평이다.

    이병석 위원장이 이날 내놓은 중재안은 의원 정수 300명 현행 유지를 전제로 하고 있다. 또, 독일식 초과의석(Überhangmandat)의 적용도 배제함으로써 우회·편법으로 국회의원 총원이 늘어날 가능성도 없앴다.

    의원 정수를 현행 유지하기로 한 것은 일단 국민의 여망에 부응한다는 지적이다. 물론 국민의 여망은 이탈리아 상원을 본따 의원 정수를 조금이라도 축소해서 국회가 기득권을 내려놓는 모습을 솔선해서 보여주기를 바라는 것이지만, 또다른 국민의 여망인 농어촌 지역대표성의 실질적 확보를 고려하면, 현행 유지는 납득할 수 있는 중재안이라는 평이다.

    지역구를 260석, 비례대표를 40석으로 정한 것도 역시 국민의 여망에 부응한다. 지역구를 현행 246석에서 14석 증원함으로써 통폐합 대상에 몰린 농어촌 지역구를 대부분 살릴 수 있게 됐다. 예외적으로 경상북도에서만 1석의 감소가 있을 예정이다. 이는 이병석 위원장 본인의 지역구가 경북이고 이 지역을 핵심 지지 기반으로 하는 새누리당 소속이라는 점에서, 중재자 스스로가 다소 희생을 감수하는 제안을 함으로써 여야 간의 원만한 합의를 이뤄낼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분석된다.

    종전 54석에서 40석으로 줄어든 비례대표 의석의 배분과 관련해서는 소수정당의 입장을 배려한 것이 눈에 띈다.

    이병석 위원장은 중재안에서 균형의석제(Balance Seat)와 이에 따른 우선배분을 제안했다. 균형의석제란 전체 의원 정수 대비 정당득표율에 따라 산출된 의석의 절반에 못 미치는 의원을 배출한 정당에는 절반이 될 때까지 비례대표를 우선 배분하는 제도다.

  • ▲ 이병석 정치개혁특별위원장이 9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선거구 획정과 관련한 중재안을 발표하고 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이병석 정치개혁특별위원장이 9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선거구 획정과 관련한 중재안을 발표하고 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정당득표율의 절반에 연동하는 균형의석제에 따라 정의당 및 향후 창당될지도 모르는 '천정배 신당'이나 기타 소수정당이 비례대표 의석 배분에서 이득을 볼 것으로 전망된다. 시뮬레이션을 해보면 정의당은 비례대표 54석을 유지하고 현행 제도대로 배분하는 것보다, 40석으로 줄어들더라도 우선배분을 하는 게 유리할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인지 정의당 한창민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여러 고민이 담긴 안이긴 하지만 비례대표 의석을 14석이나 줄인다는 것은 충격적"이라면서도 "이번 안은 연동형 비례대표 제도에 대한 여당 내 첫 언급이라는 점에 대해서만 일부 긍정적 평가를 할 수 밖에 없다"고 미묘한 평가를 내렸다.

    국민의 여망에도 부응하고, 농어촌 선거구도 지키고, 소수정당의 목소리도 충실히 담아냈다.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불만스러울 수 있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바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다.

    이병석 위원장의 중재안에 따르게 될 경우, 유일하게 희생되는 사례는 거대 양당의 비례대표다. 지난 2012년 4·11 총선에서 새누리당은 비례대표 25번, 새정치연합의 전신인 민주통합당은 21번까지 당선을 시켰었다.

    하지만 중재안이 채택된다면 비례대표 총원이 40석밖에 그렇게 당선시킬래야 당선시킬 수가 없게 된다. 특히 40석으로 줄어든 비례대표 중에서 정의당이나 소수 정당에 우선배분되는 의석까지 감안하면 거대 양당의 비례대표 당선권은 말그대로 '반토막'이 날 것으로 보인다.

    시뮬레이션을 해보면, 새누리당은 비례대표 15번, 새정치연합은 12번까지만 당선될 것으로 분석됐다. '당선 안정권'은 한 자릿수가 되는 셈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문재인 대표가 그동안 공천권이라는 최대의 기득권을 절대로 내려놓지 않으려 하면서 '비례대표를 한 석도 줄일 수 없다'고 고집을 부린 것은, 19대 총선 때의 민주통합당 한명숙 지도부처럼 비례대표에 대거 친노(親盧)를 내리꽂아 당을 사당화하려는 속셈이 아니었겠느냐"며 "새정치연합의 비례대표 당선 안정권이 10석 내외로 줄어들면 이러한 구상을 현실화할 길이 없게 된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그동안 선거법 협상이 타결되지 못한 것은 오로지 문재인 대표의 철벽방어 때문"이라며 "문재인 대표 한 명만 빼고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중재안이 제시됐는데, 이번에는 무슨 핑계를 들어 거부할지 모르겠다"고 관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