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역사교사모임-전교조, ‘국정화 폐지’ 주장하면서 대중용 역사교과서 발간
  • 현재 사용 중인 검인정 고교 한국사교과서. ⓒ MBN 캡처
    ▲ 현재 사용 중인 검인정 고교 한국사교과서. ⓒ MBN 캡처

    [편집자 주]

    정부가 중학교 역사 및 고교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 전환 방침을 밝히면서 이른바 '역사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을 비롯한 야당과, 전교조 및 친전교조 성향의 학부모단체, 수정주의 민중사관이 장악한 국사학계는 정부의 방침을 '유신독재 시대로의 회귀'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아직 필진조차 구성되지 않은 국정 역사교과서에 대해 '친일 독재 미화'라는 낙인을 이미 찍었다.

    역사교과서가 국정이 되면, 친일과 독재를 미화할 것이란 이들의 주장은 근거가 전혀 없지만, 그 파급력은 매우 크다. 이미 상당수 국민들이 이들의 주장에 크게 동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북한 전체주의를 '살기 좋은 복지 국가'로, 김일성을 '민족의 영웅'처럼 묘사하고 있는 현재의 검인정 한국사교과서들이 안고 있는 심각한 역사왜곡 실태는 일반 국민과 언론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 있다.

    이런 상황이 가능한 이유는 진보를 자처하지만 실제는 북한 전체주의를 추종하는 이들이, 현행 검인정 한국사교과서들의 역사왜곡을 철저하게 숨기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일반 국민들이 현행 검인정 한국사교과서의 비뚤어진 실체를 정확하게 파악한다면, 국민들이 막연한 불안감에 야당과 국사학계의 주장에 휘둘리는 일은 없을 것이다.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놓고 벌어지는 현재의 논란은, 속칭 진보를 자처하는 북한 전체주의 추종세력과 자유민주주의 보호 세력이 벌이는 사상-문화전쟁이다.

    자유를 훼손하는 자유,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민주주의는 보호받을 가치가 없으며,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확한 사실의 전달이 중요하다.

    현재 우리가 누리는 자유민주주의를 질식시키려는, 전체주의 추종세력의 역사-사상왜곡과 거짓된 선전전에 맞서기 위해서는, 현행 검인정 한국사교과서의 실체를 국민들에게 바로 알리는 것만큼 중요한 일도 없다.

    이에 뉴데일리는 현행 검인정 한국사교과서가 어련 과정을 거쳐 편향성을 띠게 됐는지를 한눈에 알 수 있는 한 편의 논문을 소개한다.

    이 논문은 2년전 <한국사교과서 어떻게 편향되었나>라는 제목의 서적으로 출간된 상태다.

  • '한국사교과서 어떻게 편향되었나' 책 표지. ⓒ 비봉출판사 제공
    ▲ '한국사교과서 어떻게 편향되었나' 책 표지. ⓒ 비봉출판사 제공

    뉴데일리는 위 책의 저자인 정경희 영산대 교수와, 이책을 펴낸 비봉출판사(대표이사 박기봉)의 허락을 얻어, 위 책의 내용을 원문 그대로 연재한다.

    이 책은 현행 검인정 한국사교과서가 안고 있는 이념적 편향성의 뿌리를 규명하고 있다. 나아가 검인정 한국사교고서를 오염시킨 이념적 편향성의 근원이 친북-반대한민국적 민중사관이란 사실과, 민중사관이 어떻게 한국사교과서에 녹아들게 됐는지도 보여주고 있다.

    저자인 정경희 교수(영산대 자유전공학부)는 서울대 역사교육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서양사학과에서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은 역사학자다. 서울대와 서강대, 성균관대 등에서 강의했으며, 탐라대 교수, 미국 캘리포니아대(University of California at Berkeley) 역사학과 객원교수, 아산정책연구원 초빙연구위원을 지냈다.

  • 정경희 영산대 교수. ⓒ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정경희 영산대 교수. ⓒ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정경희 교수는 처음 <미국을 만든 사람들>, <中道의 정치: 미국 헌법 제정사> 등의 저서 및 논문을 통해, 주로 미국사 연구에 주력했다.

    그러나 정경희 교수는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우리나라 중고교 역사교육의 문제점을 절감하게 됐다. 대학생들을 통해 우리의 역사교육이 얼마나 심각하게 편향됐는지를 깨달은 정경희 교수는 이후 역사교과서에 관심을 가졌다.

    정경희 교수가 쓴 역사교육 관련 논문으로는 <미국 역사표준서 논쟁 연구>(《역사교육》 제89집, 2004년 3월), <역사교육을 둘러싼 한국과 미국의 이념논쟁 비교>(《미국학논집》 제40집 3호, 2008년 겨울), <세계사 교과서 속의 미국: 제7차 교육과정 세계사 교과서를 중심으로>(《역사교육》 제114집, 2010년 6월) 등이 있다.

    정경희 교수가 2013년 집필한, <한국사교과서 어떻게 편향되었나>는 학술논문이면서 동시에 대중적 성격도 갖고 있다. 이 책은 역사교과서 연구에 천착해 온 정경희 교수가 일반국민들에게 선사하는 값진 성과물이다.

    이 책을 통해, 일반 국민과 독자들이 현행 검인정 한국사교과서의 문제점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그 바탕위에서 국정 역사교과서 논쟁을 균형잡힌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귀한 연구 결과물의 연재를 흔쾌히 허락해 주신 정경희 교수와 비봉출판사 박기봉 사장님께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 목 차 -

    머리말

    1장. <중·고등학교 국사교육 개선을 위한 기본 방향>(1969): 민족주의적 국사교육의 시작

    2장. 1970년대 국사교육의 강화: 민족주의적 국사교육의 조장

    3장. 상고사 논쟁과 국사 교과서 파동: 중진급 역사학자의 교과서 집필 기피

    4장. 제4차 교육과정에 따른 국사 교과서 개정(1982)

    5장. 제5차 준거안 작성(1987): 국사 교과서 편향의 시작

    6장. 민중사학의 대두

    7장. 민중사학자들의 국정제에 대한 비판(1988)과 대중용 국사 교과서의 발간

    8장. 제5차 국사 교과서의 서술 변화와 국사 교과서에 대한 계속적 비판

    9장. 준거안 파동(1994)

    10장.‘한국 근·현대사’과목의 신설과 제7차 준거안의 편향성

    11장. 민중사학자들의 국사 교과서에 대한 끝없는 비판(2001)

    12장.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의 편향성과 그로 인한 교과서 파동(2002~2008)

    13장. 한국사 교과서의 여전한 이념 편향성


    7장. 민중사학자들의 국정제에 대한 비판(1988)과 대중용 국사교과서의 발간

    1980년대 중반 이후 민중사학 연구단체를 결성한 민중사학자들이 1980년대 말부터 본격적으로 실행에 옮긴 것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국사교과서 국정제를 본격적으로 비판하고 나서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국정 교과서를 대치할 대중용 교과서를 발간하는 것이었다.

    민중사학자들은 국사교과서의 내용에 깊은 관심을 가졌는데, 그것은 이들이 국사교과서가 사회 구성원의 정치사회적 이념에 커다란 영향을 준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국사교과서에 대한 이들의 비판은 대체로 국사교과서가 정권의 이데올로기를 정당화하고 그 홍보역할을 충실히 해오고 있으며 정권과 연결된 계층의 이데올로기와 이해관계를 대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교과서의 근현대사 부분은 정권의 정당성을 옹호하고, 정부의 시책이나 성과를 두드러지게 홍보하는 입장에서 서술되어 왔으며, 반공 이데올로기를 맹목적으로 받아들이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임하영, 앞의 논문, pp.61-62.)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 원인으로 ‘국정(1종) 교과서’ 제도가 가장 크게 비판되었는데, 국가가 역사교육을 독점함으로써 이데올로기를 통제하고 내재적 발전구조 속의 모순관계를 은폐하고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임하영, 앞의 논문, p.62.)


    1. 국사교과서 국정제에 대한 집중적 비판(1988)

    가. 국사교과서 국정제에 대한 집중적 비판(1) - 박준성

    국사교과서의 국정제에 대한 비판이 본격화된 것은 1988년부터였다. 1988년에 창립된 <역사교육을 위한 교사모임>은 국정제에 대한 비판을 본격화하면서 국정제 폐지를 이슈화했다.

    1988년 진보좌파 성향의 역사교사들이 모여 민족, 민주, 인간화교육을 실현하겠다는 취지에서 창립한 <역사교육을 위한 교사모임>은 국정 국사교과서를 분석, 비판하는 것을 자신들의 첫 과제로 삼았다.

    그들은 「올바른 역사 이해와 '국정' 국사교과서의 문제점」이라는 글에서, 박정희 정권이 “10월 유신을 '한국적 민주주의'로 분장시키고, '국적있는 교육'을 통하여 정당성을 선전하기 위하여 택한 수단”이 국사교과서의 '국정'이었다고 주장했다.

    “국사교과서의 '국정'이란 정부가 교과서를 독점적으로 장악하고 단 하나의 교재로 한국사교육을 실시 강화하여 과거를 통제하고 정권을 정당화하기 위한 지배 이데올로기 선전장치”라는 것이다.

    그러면 이러한 국정 국사교과서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그들의 주장은 한 마디로, 국정을 폐지해야 한다는 것이었다.(박준성, 「올바른 역사 이해와 '국정' 국사교과서의 문제점」, 국어교육을 위한 교사모임 편, 『교과교육』 1호, 1988년 6월, 도서출판 푸른나무, pp.168-208. 인용구는 171, 177.)

    5차 국사교과서의 개정을 눈앞에 둔 시점에서 그들은 국사교육 문제를 해결할 방안은 ‘국정’을 폐지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그러나 문교부는 국정 국사교과서의 검인정화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면서 그들의 주장을 일축했다.

    당시 문교부 국사 담당 편수관이던 윤종영은 문교부가 국정제 폐지를 주장하는 학계 등의 요구를 수용할 수 없는 이유를 1987년에 이미 다음과 같이 설명한 바 있다.

    “요사이 우리 학계의 소장학자 가운데 진보적인 성향을 가진 일부 학자들은 극히 편향적인 계급사관의 입장에서 우리 역사를 기술하고 있는데, 만약 이들이 이러한 입장에서 교과서를 집필하고 이것이 중등학교의 교재가 된다면 앞으로 우리 역사교육에 많은 문제를 가져올 염려가 있습니다.”

       - 윤종영, 『국사교과서파동』, p.157.


    이 글을 통해서 1987년 당시에 “진보적”이라 불린 역사학자들은 “극히 편향적인 계급사관”을 지닌 자들로 인식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편향적인 계급사관의 입장에서 역사교과서를 집필하면 역사교육에 많은 문제를 가져올 것이라는 윤종영의 예측이 훗날 그대로 맞아떨어졌음을 알 수 있다.

    2002년 이후 7차 교육과정 『한국 근·현대사』교과서의 편향성 문제가 제기되면서 시작된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파동’이 바로 그것이다.

    그런데 ‘역사교육을 위한 교사모임’이 자신들의 첫 과제로 국정제 폐지를 주장하고 나선 본심은 무엇일까? 그것은 '국정' 국사교과서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는 그들의 글에서 잘 드러난다.

    위에서 살펴 본 「올바른 역사 이해와 '국정' 국사교과서의 문제점」이라는 글은 구로역사연구소(현 역사학연구소) 연구원 및 사무국장을 지낸 박준성이 쓴 것인데, 이 글에서 그는 국정 국사교과서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첫째, 국정을 폐지하여야 하며, 둘째, 다양한 대중용 교과서를 편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 역사학연구소(전 구로역사연구소). ⓒ 화면 캡처
    ▲ 역사학연구소(전 구로역사연구소). ⓒ 화면 캡처


    먼저 왜 국정을 폐지해야 하는가?

    박준성은 1970년대 초에 시작된 국사교육의 강화와 국정화의 목적은 다름 아닌 유신정권 유지에 적합한 인물을 양성하는 데 있었다고 본다.

    그러므로 국사교과서의 국정화는 10월 유신의 정당성을 선전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것이다. 즉 국정교과서는 10월 유신을 역사적으로 정당화하고 유신과업 수행에 적합한 인물을 만들기 위한 이데올로기적 장치의 하나였다는 것이다.(박준성, 앞의 논문, p.174.)

    그는 1982년에 개편된 4차 국정 교과서 역시, 유신 이후 바뀐 제5공화국의 성립을 정당화하는 국정 교과서의 틀을 고수하고 있다고 비난한다. 4차 고등학교 국사교과서가 본문의 마지막을 현 정권을 선전하는 문구로 끝을 맺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니 정부가 교과서를 독점적으로 장악하여 과거를 통제하고 정권을 정당화하기 위한 선전장치인 ‘국정’을 폐지하고 검인정으로, 나아가 자유발행제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박준성, 앞의 논문, p.177.)

    그리고 국정 국사교과서처럼 지배층의 자기 정당화를 위한 역사가 아니라, 역사 변화·발전의 주체인 민중이 주인이 되는 역사를 서술하여 주인에게 돌려주어야 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민중이란 어떠한 존재인가? 그에 따르면, “민중은 민족모순과 계급모순의 담지자로서 모순을 해결하기 위하여 치열하게 싸워온 변혁의 주체세력”이다.

    또한 “민중은 사회를 변혁하는 힘”이요, “새로운 생산력 발전을 방해하는 낡은 생산관계를 변혁하여 새로운 생산력 발전을 위한 길을 넓혀”나가는 존재이다.(박준성, 앞의 논문, p.168, 202.)

    그렇다면 민중이 주인이 되는 역사를 서술하여 주인에게 돌려주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대상 수준, 표현 양식 등을 달리하는 다양한 대중용 교과서를 편찬해야 한다는 것이다.(박준성, 앞의 논문, p.202.)

    요약하면, 박준성은 국정 국사교과서를 지배층의 자기 정당화를 위한 역사로 몰아 폐지할 것을 주장하는 동시에, 이른바 ‘민중사관’에 따라 자신들이 쓴 대중용 교과서로 기존의 국정 교과서를 대치하려고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민중사학자들이 이처럼 민중이 주인이 되는 역사를 서술하여 주인에게 돌려주어야 할 의무가 있다는 것을 스스로에게 깨우쳐가면서 대중용 교과서를 편찬하는데 힘을 쏟았던 까닭은 무엇인가?

    이는 그들이 “과거를 대상으로 한 연구를 현실과 연결시켜 바람직한 미래를 창조할 수 있게 하는 고리가 교육”이라는 것을 일찍부터 깨우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역사 연구자가 연구 성과를 전달·보급·교육·선전하는 일은 “‘해방’의 미래를 심는 일”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박준성, 앞의 논문, p.204.)


    나. 국사교과서 국정제에 대한 집중적 비판(2) - 남지대

    박준성과 거의 동시에 남지대도 비슷한 내용의 논문을 내놓았다(박준성은 1988년 6월호, 남지대는 1988년 여름호).(남지대, 「고교 국사교과서 근현대편의 서술과 문제점」, pp.288-318.).

    주목할 것은 두 사람이 글을 쓴 시기만 같은 것이 아니라, 두 사람 모두 구로역사연구소(현 역사학연구소)에서 활동했다는 사실이다.

    박준성은 구로역사연구소의 연구원 및 사무국장을, 남지대는 편집위원을 역임했다.

    현재 서원대 역사교육과 교수인 남지대는 구로역사연구소 뿐 아니라 역사문제연구소에서도 연구위원으로 활동한 인물로, 「고교 국사교과서 근현대편의 서술과 문제점」이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국사교과서의 국정제를 비판하고, 민중사관에 입각해서 쓴 새 국사교과서로 역사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의 주장 중 중요한 부분만 살펴보자.

    우선 남지대는 국사교과서를 국정화한 정권 측의 의도는 한국사를 ‘유신’독재를 합리화하는 유신 이데올로기의 보급·재생산 도구로 삼으려는 것이었다고 주장한다.

    그는 제5공화국이 출범하면서 개편되어 1982년부터 사용되고 있는 4차 국정 교과서도 교과서를 장악한 집단의 반민중적 경향을 드러내고 있기는 마찬가지라고 보았다.

    4차 국정 교과서가 집권층 위주로 반공이데올로기를 선전하며 민중의 주체적 노력을 은폐하려는 의도를 포함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국사교과서가 국정으로 바뀜으로서 야기된 문제점을 한마디로 “정치권력에 의한 한국사 지식과 교육의 독점화”로 요약한다.

    국정화의 결과, 역사 주체인 민중을 구성하는 개개인의 주체적인 노력에 의해 역사는 변혁되고 창조된다는 역사적 사고의 형성은 근저에서부터 차단되고 있으며, 나아가 학생들이 능동적이고 주체적인 민중의 일원으로 성장하는 것이 저해되고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국정’이란 틀은 내재적 발전구조 속의 모순관계를 은폐해야만, 민중을 억압해야만 존립할 수 있는 반민중적·반민주적 정치권력의 이데올로기적 통제기구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남지대, 같은 논문, pp.290, 317.).

    그러므로 남지대는 민중사관에 입각한 새로운 국사교과서를 써야한다고 주장한다. 반민중적 정권 위주의 역사인식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민족적·사회적 모순을 둘러싼 대립·투쟁의 과정으로서의 역사를 그 주체인 민중의 입장에서 제시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결국 민중이 통일민족국가와 민주사회 건설의 주체임을 확인·확신할 수 있는 역사교육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그는 새 한국사교과서를 편찬할 때 ‘민족자주와 민중을 축으로 하는 민주주의’를 저해할 의도 또는 그러한 기능을 가진 사관에 근거한 연구 성과를 교과서에 수용하지 말 것을 촉구한다.

    일제하의 식민주의 사학이나 그와 학술적 차원의 경쟁을 벌인 문헌고증사학, 그리고 해방 후 정권 측의 역사인식을 대변하면서 민중과 맞선 연구 성과들은 교과서에서 원칙적으로 배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남지대, 같은 논문, pp.292, 312-314.)

    한국 근현대사를 기층민중이 주축이 되어 민주사회 건설과 자주적인 민족해방과 민족통일을 지향하여 전개된 것으로 파악하는 그는 시대의 과제를 민족해방과 민족통일로 인식하고 있다.

    따라서 교과서도 민족자주와 민중‧민주를 지향하는 내용을 갖추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민주와 자주의 원칙을 민중을 축으로 실현해 가려는 의지를 교과서에 반영하는 것은 어떻게 가능한가?

    그는 국정 교과서의 형태를 떠나, 연구회나 연구소를 중심으로 집단적 공동노력을 기울인다면 이것이 가능하다고 보았다.(남지대, 같은 논문, p.294.)

    남지대는 박준성과 마찬가지로, 한편으로는 국정교과서를 비판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연구회나 연구소를 중심으로 민중사관에 입각한 새로운 교과서를 서술할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고 있었다.

    그런데 민중사학자들은 왜 그처럼 교과서를 서술하는데 주력했는가?

    남지대는 고등학생들이 곧 “역사의 주체인 민중의 기간부대가 될 자원”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있었다.

    그러므로 고등학생이 시대과제를 바로 인식하고 성숙한 민중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우선 ‘국정’의 틀을 깨뜨려야 하며, 나아가 새로운 역사 교재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이다.(남지대, 같은 논문, pp.317-318.)

    남지대의 글을 통해서 알 수 있는 것은 연구회나 연구소를 중심으로 하여,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민중사관에 입각한 새로운 국사교과서를 서술하려는 민중사학자들의 작업은 이때부터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박준성과 남지대는 둘 다 구로역사연구소에서 활동한 인물이다. 홍순권과 김태웅이라는, 둘 다 구로역사연구소 소장을 지낸 인물이 주축이 되어 집필한 금성출판사 『한국 근·현대사』교과서처럼, 연구회나 연구소를 중심으로 해서 써지게 될 편향된 국사교과서는 이미 1988년부터 차근차근 준비되고 있었다.

    2002년에 출현하게 될 좌편향 교과서의 준비 작업은 일찌감치 1980년대 말부터 시작되었던 것이다.


    2. 민중사학자들의 대중용 교과서 발간

  • 전국역사교사모임 홈페이지. ⓒ 화면 캡처
    ▲ 전국역사교사모임 홈페이지. ⓒ 화면 캡처


    1991년에 현재의 명칭인 ‘전국역사교사모임’(이하 ‘전역모’)으로 그 이름을 바꾼 ‘역사교육을 위한 교사모임’은 자신들이 주장한대로 실제로 대중용 교과서를 펴냈다.

    전체 역사교사의 1/3 가량인 2천여 명의 역사교사가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거대 조직인 ‘전역모’가 연대 단체인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과 함께 제작한 『살아있는 한국사 교과서』(전2권), 『살아있는 세계사 교과서』가 바로 그것이다.

    이 책들이 실제로는 교과서가 아니라 단순한 개설서임에도 불구하고 책제목에 ‘교과서’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는 까닭이다. 국정 교과서에 대해서는 그토록 반대하면서도 자신들이 펴낸 청소년용 개설서의 제목에는 굳이 ‘교과서’라는 용어를 집어넣는, 모순된 행동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살아있는 한국사 교과서』, 『살아있는 세계사 교과서』 외에도 ‘전역모’의 이른바 ‘교과서’ 시리즈는 더 있다. ‘전역모’ 회장을 지낸 김육훈이 『살아있는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 『어린이 살아있는 근현대사 교과서』(전3권)를 발간했다. 또한 ‘전역모’ 회원인 윤종배·이성호가 『어린이 살아있는 한국사 교과서』(전5권)를 발간했다. 이밖에도 ‘전역모’는 외국인을 위한 한국사를 국문과 영문으로 발간했는데, 그 제목은 각각 『외국인을 위한 한국사』, 『A Korean History for International Readers』이다.)

    이처럼 한편으로는 국정 교과서를 비판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국정 교과서를 대치할 대중용 교과서를 펴낸 것은 ‘전역모’만이 아니다.

    위에서 말한 박준성은 구로역사연구소의 사무국장과 연구원을 지낸 인물로, 1989년 1월에 구로역사연구소에서 「국사교과서와 역사교육의 현황과 문제점」이라는 주제로 발표를 했다.

    그런데 이 발표는 구로역사연구소(현 역사학연구소)가 펴낼 대중용 교과서 『바로보는 우리 역사』의 발간 준비 작업이었다.

    이러한 사실은 「구로역사연구소 약사」에 구체적으로 명기되어 있다.(「구로역사연구소 약사」, 『역사연구』 1, 1992. 5, pp.383-384.)

    실제로 구로역사연구소는 이듬해인 1990년에 중고생과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대중용 교과서 『바로보는 우리 역사 1·2』를 발간했다.

    ‘전역모’와 구로역사연구소 등의 역사 관련 단체가 국사교과서 국정제를 비판해댄 것은 국정 교과서를 대치할 대중용 교과서를 펴내기 위한 준비 작업이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