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엽 "연전연패 거듭하는데, 당대표 자리 그리 중요한가"
  •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사진)는 지난달 29일 10·28 재보선 참패 책임에 대해 [선거에서 지고 그러지만, 그런 가운데 성장해 나간다]고 답해 논란을 빚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사진)는 지난달 29일 10·28 재보선 참패 책임에 대해 [선거에서 지고 그러지만, 그런 가운데 성장해 나간다]고 답해 논란을 빚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10·28 재·보궐선거 참패를 너무나도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이는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의 태도에 우려하는 분위기가 당내에 확산되고 있다.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부산 사상)는 10·28 재보선에 참패한 이후 "(선거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인다"면서도 지난달 29일 광명 운산고를 방문한 자리에서는 "선거에서 지고 그러지만, 그런 가운데 성장해 나간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마치 남의 이야기하듯 자신의 선거 참패 책임을 용서하는 '셀프 면책'을 한 것이다.

    최재성 총무본부장(경기 남양주갑)도 같은 날 취재진을 만난 자리에서 "(재보선) 결과는 겸허히 받아들이지만,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라고 밝혔다.

    새정치연합은 이번 10·28 재보선에서 선거가 치러진 24곳 중 2곳에서 당선자를 냈다. 100점 만점으로 환산하면 8점짜리 성적표를 받은 셈이다.

    아이가 8점짜리 성적표를 내밀며 "성적은 겸허히 받아들이지만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시험을 망치고 그러지만, 이러면서 크는 것"이라고 한다면, 대체 부모는 어찌해야 할까.

    문재인 대표는 4·29 재보선에서 영패했을 때도 "시련을 약으로 삼겠다"는 둥 "당이 패배한 것일 뿐 국민이 패배한 것이 아니다"라는 둥 기이한 논리를 펼쳤다. 당무는 전횡했으면서 선거 패배의 책임은 나눠지려는 듯 고개 숙이는 자리에 우윤근 원내대표를 배석시켰지만, 우윤근 원내대표가 "국민의 선택은 항상 옳다"며 "구구한 변명은 하지 않겠다"고 고개를 깊이 숙이는 바람에 되레 인격과 그릇의 차이만 노출시키며 모양새가 이상해졌었다.

    어쨌든 4·29 재보선 때는 선거 영패 이튿날 고개를 숙이는 최소한의 염치라도 있었다. 그로부터 반년, 10·28 재보선 참패에 이르러서는 모든 걸 벗어던진 듯한 후안무치한 작태라는 지적이다.

  • ▲ 새정치민주연합 주승용 최고위원(사진)은 2일 페이스북을 통해 내년 4·13 총선에서는 계파패권정치를 극복하고 공정한 공천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주승용 최고위원(사진)은 2일 페이스북을 통해 내년 4·13 총선에서는 계파패권정치를 극복하고 공정한 공천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그렇다고 8점짜리 성적표를 내밀며 천연덕스럽게 "이러면서 큰다"는 철없는 아이를 마냥 보고만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응분의 책임을 물어 내년 4·13 총선을 그르치지 않기 위한 당내 움직임이 구체화되고 있어 주목된다.

    지도부 내에서 호남 민심을 대표하는 주승용 최고위원(전남 여수을)은 2일 페이스북을 통해 "19대 총선은 공천 때문에 패배했다는 지적이 많다"며 "계파 패권정치 때문에 공천에 실패해 이겨야 하는 선거에서 패배하고 말았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2012년 19대 총선은 친노(親盧) 한명숙 지도부가 전횡한 끝에 친노패권주의로 점철된 공천이 이뤄졌다. 내년 4·13 총선을 앞두고 김상곤 혁신위의 '총기 난사'를 문재인 대표가 두둔하는 등 벌써부터 공천이 심상찮게 이뤄질 조짐이 보이자, '이겨야 하는 선거'를 '이기는 선거'로 만들기 위해 주승용 최고위원이 총대를 메고 나섰다는 분석이다.

    주승용 최고위원은 "내년 총선의 비례대표 국회의원 선출 규정과 지역구 국회의원 공천 규칙은 계파 패권정치를 극복하고 공정한 공천을 해야 한다"며 "19대 공천 실패에 대한 반성과 성찰을 통해 공정한 규칙을 만드는 것이 총선 승리로 가는 길"이라고 천명했다.

    유성엽 전북도당위원장(전북 정읍)도 재보선 이튿날인 지난달 29일 페이스북에 "연전연패를 거듭하고 있는데 연이은 패배에서 탈출하고자 한다면 뭐라도 다해야 하지 않을까"라며 "만에 하나라도 반전에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면 당대표 자리를 미련없이 집어던져야 하지 않을까"라고 했다.

    이어 30일에도 "정치의 요체는 책임"이라며 "지도부 누구 하나 책임지지 않는 정당을 누가 신뢰하고 기대를 보내줄 수 있을까"라고 꼬집었다.

  • ▲ 새정치민주연합 유성엽 전북도당위원장(사진)은 지난달 29~30일 페이스북을 통해 책임정치를 강조하며, 10·28 재보선 참패에 책임을 지지 않는 지도부를 질타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유성엽 전북도당위원장(사진)은 지난달 29~30일 페이스북을 통해 책임정치를 강조하며, 10·28 재보선 참패에 책임을 지지 않는 지도부를 질타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유성엽 위원장이 소속돼 있는 민주당집권을위한모임(민집모)은 다음 주초 혁신토론회를 다시 열 것으로 알려졌다.

    민집모는 지난달 12일 의원회관에서 혁신토론회를 열고 김상곤 '총기 난사' 혁신위의 혁신안과 '박수 만장일치' 중앙위의 비민주적인 처사에 대해 조목조목 규탄했었다. 다음 주초에 다시 열릴 혁신토론회에서는 비판을 넘어 건설적인 대안까지도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부패 척결' '낡은 진보 청산' 등을 내세우며 김상곤 혁신위와 대조적인 '본질적인 혁신'을 강조해 온 안철수 전 대표도 토론회 참석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문병호 의원(인천 부평갑)은 뉴스1과의 통화에서 "5본부제 등을 포함한 당 지도부 개편, 당 통합을 위한 '통합 전당대회' 및 비대위 체제 필요성 등의 의견도 토론회에서 제시될 것 같다"고 내다봤다.

    지난 9월 16일 열린 새정치연합 중앙위에서 의사진행 공개, 찬반 토론 및 무기명 투표 요구를 묵살한 채 일방통행식으로 진행되는 비민주적인 회의에 격분해 자리를 박차고 나와 "혁신이 유신이 됐다"고 일갈한 최원식 의원(인천 계양을)은 건설적인 당의 비전을 제시하고 바람직한 정치 모델을 제안하기 위한 새로운 정치 결사체를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칭 '정치혁신을 위한 2020 모임'으로 명명된 이 정치 결사체는 이달 중순 전까지 발족할 것으로 알려졌으며, 최재천 정책위의장·정성호 민생본부장·최원식 문병호 의원 등 당내 민주 인사들이 폭넓게 몸담을 전망이다.

    새정치연합 핵심 관계자는 이러한 움직임과 관련해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대응이 중요한 국면이기 때문에,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도 자제하는 의원들이 많은 것으로 안다"면서도 "당내 현안이나 선거구, 안철수 전 대표가 제기한 본질적인 혁신 문제 등이 11월 중순 이전에는 다시금 봇물 터지게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