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EZ 경계기준, 韓 “양국 해안선에서 등거리로” 中 “해안선 긴 우리가 더 많이”
  • 지난 10월 31일 박근혜 대통령과 리커창 中국무원 총리 간의 한중정상회담이 있었다. 이에 대해 한국 정부가 밝히지 않은 대화가 오고 간 것으로 드러났다. 바로 이어도 문제를 포함한 한중 해양경계 회담 문제였다.

    中공산당 외교부는 2일 홈페이지를 통해 한중정상회담 결과를 공개했다. 中공산당이 공개한 내용에는 리커창 中총리가 박근혜 대통령과의 회담 중 “中-韓 해양경계획정 회담을 조속한 시일 내에 정식으로 재개하자”고 제안했다고 한다.

    리커창 中총리는 한중 양국 고위급 왕래 및 고위층 대화와 비전통적 분야의 안보, 법 집행, 재난구호 등에 대한 협력을 강화하자면서 한중 간 해양경계획정에 대한 대화를 다시 열자고 제안했다는 것이다.

  • 한반도 주변의 각종 '수역'들. 한중 해양경계획정 회담이 성사되면 이런 복잡한 지도도 사라진다. ⓒ뉴데일리 DB
    ▲ 한반도 주변의 각종 '수역'들. 한중 해양경계획정 회담이 성사되면 이런 복잡한 지도도 사라진다. ⓒ뉴데일리 DB


    리커창 中총리가 말한 ‘한중 해양경계획정 회담’은 동중국해 일대에서 이어도를 포함, 한국과 중국의 ‘배타적 경제수역(EEZ)’이 겹치는 부분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다.

    한국과 중국 간의 ‘해양경계’ 문제는 1990년대 초반부터 시작됐다. 수면 4.6m 아래에 잠겨 있는 이어도를 놓고 中공산당이 자신들의 영토라고 주장한 것이다.

    이어도는 한국 마라도에서 149km 떨어져 있는 반면 중국 무인도 퉁타오에서는 245km, 유인도인 위산다오에서는 287km 떨어져 있는 점, 빙하기 때에는 이어도가 제주도와 이어진 육지였다는 점 등에서 한국의 것임에 명확했다.

    1995년 김영삼 정부 시절 과학기술처는 이어도가 한국 영토임을 명확히 한다는 뜻에서 이어도 관련 연구를 시작했고, 삼성중공업이 자금을 대면서 해상연구기지 건설에 착수했다.

    하지만 김영삼 정부는 1996년 해양수산부를 신설하면서 中공산당과의 ‘해양경계’ 협의를 시작했다. 동시에 이어도 해상연구기지 건설은 유야무야됐다. 故노무현 前대통령은 당선 직후 이어도 해상연구기지 건설을 추진했고, 2003년 현대중공업을 통해 기지 건설을 마무리했다.  

    이후 한동안 조용하던 中공산당은 급격한 경제성장을 이룬 뒤인 2010년부터 이어도가 중국의 것이라는 주장을 펴기 시작했다. 2011년 제주해군기지 건설이 한국 사회에서 논란이 되었을 때에도 中공산당은 이에 편승해 다시 “이어도는 중국 땅”이라는 주장을 펴면서 관공선과 해상초계기 등을 보내기 시작했다.

  • 이어도에 지은 한국의 해양기지. 김영삼 정부 시절 건설을 추진했지만 2003년 노무현 정부 들어서야 완공할 수 있었다. ⓒ뉴데일리 DB
    ▲ 이어도에 지은 한국의 해양기지. 김영삼 정부 시절 건설을 추진했지만 2003년 노무현 정부 들어서야 완공할 수 있었다. ⓒ뉴데일리 DB


    이때부터 한국과 중국 정부 간의 의견이 팽팽히 대립하기 시작했다. 한국은 이어도 영유권 및 동중국해에서의 ‘배타적 경제수역 획정’과 관련해 국제적인 관례에 따라 양국 해안선에서 등거리로 정하자고 주장했고, 中공산당은 “중국은 인구가 많은 대국(大國)이므로, 해안선 길이에 따라 중국 쪽이 더 많은 해역을 차지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배타적 경제수역을 놓고 팽팽히 겨루던 한국과 중국은 2013년 11월 中공산당이 ‘방공식별구역(CADIZ)’에 이어도를 포함해 제주도 남방 해상 일대를 포함시키면서 더욱 격렬해졌다. 이에 한국 또한 이어도를 포함하는, 새로운 ‘방공식별구역(KADIZ)’를 선포하는 것으로 맞섰다.

    이렇게 의견대립을 하던 한중 정부는 2014년 7월 시진핑 中공산당 총서기의 방한 때 2015년 ‘한중 해양경계획정 회담’을 시작하기로 합의했고, 올해 1월에는 中상하이에서 회담 가동을 위한 준비 협의를 가졌다. 오는 11월 16일에는 서울에서 한중 외교부 관계자가 국장급 준비협의를 가질 예정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상황을 잘 아는 리커창 中총리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해양경제획정 회담’을 조속한 시일 내에 재개하자고 제안한 것은 최근 남중국해 인공섬을 놓고 미국, 베트남,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과 갈등을 빚고 있는 中공산당이 남중국해에 쏠린 국제사회의 시선을 분산시키려는 등의 ‘다른 의도’를 갖고 제안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하고 있다.

  • 2013년 11월 中공산당이 일방적으로 선포한 '방공식별구역(CADIZ)'과 한국 정부가 새로 선포한 '방공식별구역(KADIZ)' 지도. ⓒ뉴데일리 DB
    ▲ 2013년 11월 中공산당이 일방적으로 선포한 '방공식별구역(CADIZ)'과 한국 정부가 새로 선포한 '방공식별구역(KADIZ)' 지도. ⓒ뉴데일리 DB

    한편 한국 정부는 리커창 中총리의 ‘한중 해양경계 획정 회담 재개’와 관련한 발언들을 일체 공개하지 않고 있어 그 배경을 놓고 언론들은 다양한 추측을 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2013년 11월 中공산당이 ‘방공식별구역’에 이어도를 포함시켰을 때 박근혜 정부의 외교부가 “이어도는 영토가 아니다”라고 발언한 점을 상기시키며, “이번에도 친중적 태도를 보이는 것 아니냐”고 우려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