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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역 마지막 시즌을 우승으로 마무리한 차두리가 기쁘고도 슬픈 속내를 밝혔다.

    차두리는 지난 10월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5 KEB하나은행 FA컵 결승전에 선발 출전해 FC서울의 3:1 승리를 이끌며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우승이 확정된 후 차두리는 지난 3월 뉴질랜드와의 경기에서 국가대표팀 은퇴경기를 치를 때와 마찬가지로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이날 최용수 감독은 우승을 차지한 뒤 “차두리는 오늘이 마지막 경기가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차두리는 이에 대해 “아직 감독님과 구체적으로 상의한 것은 아니지만 팀 사정이나 저의 몸 상태를 봤을 때 잔여경기에는 나서지 않는 것이 좋을 듯하다”며 FA컵 결승전이 마지막 경기임을 인정했다.

    만감이 교차하는 가운데 공식 기자회견장에 들어선 차두리는 “서울에 온 뒤 준우승만 했는데 우승을 하게 해준 후배들에게 감사하다”는 뜻을 전했다.

    다음은 차두리와의 일문일답.

    - 소감은
    “우선 정말 행복하고 기쁘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기쁘다. 한국에 와서 우승 기회를 잡았지만 준우승에 머물렀고 올해 초 호주 아시안컵 결승까지 갔지만 준우승했다. 아쉬웠는데 마지막에 FA컵 결승에서 이겨 우승컵을 들어올릴 수 있어서 기쁘고 후배들에게 고맙다. 오늘 저와 경기장 나간 11명이 관심을 받았지만 FA컵이라는 대회는 1회전부터 올라와야 한다. 지면 떨어지는 대회다. 오늘 비록 우리가 빛을 보고 응원을 받으며 뛰었지만 이날이 있기까지 엔트리 들지 못하고 못 뛴 선수들이 있다. 그 선수들을 기억해줬으면 한다.”

    - 경기 후 눈물을 흘렸다.
    “이제 진짜 마지막이고 더 이상 나에게 주어진 우승 기회가 없다. 또한 경기 흐름상 동점골을 허용한 뒤 작년 생각이 떠올랐다. 인천이 자신감 회복하면서 자기 페이스로 이끄는 느낌이어서 쉽지 않은 경기를 예상했고 내심 승부차기까지 생각한 상태였다. 여러 가지로 감정이 북받친다. 이제 우승 트로피 들 수 있는, 많은 사람 앞에서 큰 관심 받으며 경기할 기회가 없는데 후배들 덕분에 우승을 해볼 수 있어 너무나 행복하고 좋았다.”

    - 우승 후 아버지에게 우승 메달 걸어줬다.
    “아버지는 자기도 FA컵 우승을 해봤다고 하더라. 잘난 아버지를 두면 그렇더라. 다른 아버지는 감동하고 좋아했을텐데 우리 아버지는 선수나 감독으로 다 우승을 해봐서 감동하지 않더라. 그래도 속으로 아들이 우승해 기쁨이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아버지가 우승 메달을 고이 간직하실 거라고 생각한다.”

    - 오늘이 현역 마지막 경기인가.
    "저는 오늘 경기를 승리하지 못하면 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AFC 챔피언스리그 출전 여부가 갈릴 수도 있어 주장으로서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우승을 하면 저에게는 동기부여가 없다. 개인적으로 힘든 한 해였고 에너지를 쏟아부었다. 자세한 건 감독님과 상의해야겠지만 개인적으로 잔여경기는 출전하지 않고 오늘 경기를 마지막으로 현역 마무리하고 싶은 게 제 생각이다. 그게 팀에도 더 도움이 된다. 저도 모든 걸 내려놓고 편안하게 있고 싶다. 지난 한 달간 발바닥 통증이 사라지지 않아 약 먹으며 운동했다. 오늘 뜻깊은 결과를 얻어 이제는 저도 몸생각을 해야할 것 같다.“

    - 주장으로서 트로피 드는 게 첫 경험이다.
    “축구하면서 가장 잘 한 결정이 K리그 온 것이다. 그 결정이 제가 선수생활 이후 할 일을 생각하게 하고 시야를 넓혀줬다. 유럽과 한국 리그를 같이 경험하고 대표팀까지 경험할 수 있는 것은 큰 재산이다.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삶을 살아갈지 정하지 않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더 많이 노력하고 공부해서 지금까지 얻은 지식을 한국 축구에 도움이 된다면 얼마든지 기꺼이 저를 바치고 싶다. 감독을 할 지는 정하지 않았지만 한국 축구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는 역할을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