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말리에 근거지 둔 수니파 살라피즘 테러조직…2014년 ISIS 지지
  • 지난 23일(현지시간) SNS에 "한국 서울 강남의 코엑스에 있는 슈퍼마켓을 테러하겠다"고 협박한 '안사르 알-딘'의 깃발. ⓒ위키피디아 공개사진
    ▲ 지난 23일(현지시간) SNS에 "한국 서울 강남의 코엑스에 있는 슈퍼마켓을 테러하겠다"고 협박한 '안사르 알-딘'의 깃발. ⓒ위키피디아 공개사진


    지난 23일 외교부는 아프리카 현지 공관으로부터 “이슬람 테러조직이 한국의 코엑스를 폭파하려 한다”는 첩보를 입수했다. 관련 내용이 테러조직의 SNS 계정에 올라왔다는 것이었다. 외교부는 이 사실을 즉각 국가정보원에 알렸고, 상황은 경찰에도 전파됐다.

    경찰은 기동대 2개 중대와 특공대 등을 서울 삼성동 코엑스로 보내 경비를 강화하고, 폭발물 수색에 들어갔다. 이 소식은 25일 오후에야 언론에 공개됐다. 사흘에 걸친 수색에도 폭발물을 찾지 못한 경찰은 26일 오전, 상황을 종료하고 복귀했다.

    언론은 코엑스를 폭파하겠다고 협박한 조직이 테러조직 ISIS 연계 조직이라고 전했다. 정부에서 밝힌 테러조직의 이름은 ‘안사르 알-딘(Ansar al-Din, أنصار الدين‎)’이다.

    ‘안사르 알-딘’은 서아프리카에 있는 말리 공화국과 인근 지역에서 활동하는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살라피즘) 테러조직이다. ‘안사르 알-딘’이라는 아랍어는 ‘신앙의 수호자’라고 한다. 조직원은 최소 500명에서 최대 2,000명으로 추정된다.

    ‘안사르 알-딘’이 처음 대중들 앞에 나타난 것은 2012년 3월. 2011년 북아프리카 일대(마그렙) 지역에서 일어난 ‘재스민 혁명’으로 곳곳의 무장 세력들이 발호하면서 혼란이 커질 때 투아렉 부족들이 사는 곳에서 나타나, 말리 공화국 일대에서 끊임없이 테러를 자행했다.

    ‘안사르 알-딘’의 두목은 이야드 아그 갈리로 1990년대 마그렙 지역의 유목민인 투아렉 부족의 반군 지도자 가운데 한 명이었다. 이야드 아그 갈리는 ‘알 카에다 이슬라믹 마그렙 지부(AQIM)’ 두목인 사촌 하마다 아그 하마를 도와주다가 ‘안사르 알-딘’을 테러조직으로 변모시켰다고 한다.

    ‘안사르 알-딘’의 목표는 말리 공화국에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없애고, 이슬람 율법인 ‘샤리아’로 통치하는 신정국가를 세우는 것이라고 한다.

    ‘안사르 알-딘’은 등장 이후 계속 테러를 저지르며 세력을 확장해 알제리, 나이지리아에도 조직원을 두고 있다고 한다.

  • 2012년 3월 등장 이후 '안사르 알-딘'의 테러 활동 지도. ⓒ위즈덤셀렉티브닷컴 화면 캡쳐.
    ▲ 2012년 3월 등장 이후 '안사르 알-딘'의 테러 활동 지도. ⓒ위즈덤셀렉티브닷컴 화면 캡쳐.


    ‘안사르 알-딘’은 2012년 중반부터 ‘투쟁노선’의 차이로 알 카에다와 반목, 다시 독립해 활동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안사르 알-딘’은 美국무부가 2013년 3월에 이미 국제테러조직(FTO)으로 지정, 국제 제재 대상으로 지목한 단체다.

    美국무부는 당시 “말리 정부군 82명을 처형하고 30명 이상을 납치했으며, 자신들의 ‘율법’을 따르지 않는다는 이유로 수많은 말리 민간인들을 고문하고 학대하고 처형했다”며 테러조직으로 지정한 이유를 밝혔다.

    2012년 중반 알 카에다 이슬라믹 마그렙 지부와 결별했던 ‘안사르 알-딘’은 2014년에는 테러조직 ISIS(자칭 이슬람 국가)을 추종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2014년 11월 6일자 美피스칼 타임스는 테러조직 ISIS의 추종 세력들을 설명하면서 “이들을 추종하는, 60개의 극렬 수니파 근본주의 무장세력 가운데 안사르 알-딘이 있다”고 보도했다.

    당시 피스칼 타임스가 전한 ISIS 추종 세력에는 ‘안사르 알-딘’ 외에도 다음 단체들이 있었다.

    이라크 내 쿠르드족 계열의 ‘안사르 알-이슬람’, 시리아 최대의 테러조직 ‘아라르 알-샴’, 체첸 테러조직 ‘알 아크사 여단’, 이집트 시나이 반도에서 활동하며 한국인 관광객을 살해하기도 한 ‘아나르 바이트 알 마크니스’, 레바논에 근거지를 둔 ‘파자르 알-이슬람’, 파키스탄 최대 반군조직인 ‘파키스탄 탈레반(TTP)’, 우즈베키스탄의 테러조직으로 과거 한국의 G20에 테러를 가하려 했던 ‘우즈베키스탄 이슬람 운동(IMU)’, 2014년 9월 프랑스 관광객을 납치해 참수한 ‘알제리 칼리프 군’, 나이지리아 북부 지역에서 활동하는 ‘보코하람’, 리비아 데르나 지역을 점령 중인 ‘리비아 이슬라믹 청년단 슈라 위원회’, 튀니지의 ‘안사르 알-샤리아’, 필리핀 남부 일대에서 활동하는 테러조직 ‘아부 사야프’ 등이다.

  • 기념사진 포즈를 취한 '안사르 알-딘' 조직원들. ⓒ美세인트로렌스大 NCPR 홈페이지 캡쳐
    ▲ 기념사진 포즈를 취한 '안사르 알-딘' 조직원들. ⓒ美세인트로렌스大 NCPR 홈페이지 캡쳐


    ‘안사르 알-딘’이 서울 코엑스를 폭파하겠다고 SNS에 협박 메시지를 올린 것은 ‘해프닝’으로 끝날 수도 있다. 하지만 경찰이 “협박전화가 오지 않았으므로 테러 가능성이 낮다”고 밝힌 것은 매우 중대한 판단 착오다.

    한국에서의 테러 협박은 먼저 전화나 편지 등으로 알리는 경우가 많지만, 세계 테러조직의 행태는 일단 테러를 저지른 뒤에 “우리가 한 행동”이라고 성명을 발표한다. 즉 ‘협박전화를 걸지 않았다’는 것이 테러 가능성이 적다는 근거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한편, 26일 국회 정보위원회 여당 간사인 이철우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20일 국정원이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보고한 내용 가운데 ‘국내 IS 연계세력’과 관련한 부분에서 착각이 있었다면서 “당시 국정원이 적발한 IS 추종 외국인 5명은 현재 한국에 머물고 있으며, 이들이 질산암모늄을 밀반입하려던 게 아니라 밀반출하려다 잡혔다”고 전했다.

    현재 국내에 거주하는 14만 명의 무슬림 가운데 중동과 서남아시아, 아프리카 지역 출신이 대부분이고, 이들의 절대 다수가 수니파라는 점을 고려하면, 테러조직 ISIS 등과 연계한 세력이 국정원이 적발한 5명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는 추론도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