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주는 선물, 대부분이 생필품…북한에는 생필품 없을 거 같냐” 발끈
  • 지난 25일 상봉행사를 마친 뒤 한국 측 가족들이 건넨 선물을 들고 숙소로 이동하는 북한 측 이산가족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 25일 상봉행사를 마친 뒤 한국 측 가족들이 건넨 선물을 들고 숙소로 이동하는 북한 측 이산가족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가방만 크지 거기에 죄다 라면만 가득한 경우도 있더라. 내의까지는 알겠는데 치약, 칫솔, 라면을 가득 넣었더라. 북한에는 라면이 없을 거 같으냐? 우리 측 가족들은 ‘이건 선물이 아니라 오물이다’라는 말도 한다.”

    지난 25일, 남북 이산가족 2차 상봉 행사에서 한 북한 관계자가 한국 측 관계자를 향해 내뱉은 폭언 수준의 발언이 논란이 되고 있다.

    이날 마지막 행사인 단체상봉을 지켜보던 북한 측 ‘보장성원’인 리진우라는 사람이 개별 상봉 당시 한국 측 가족들이 북한 측 가족들에게 전달한 선물을 언급하며 “선물을 받고 나면 우리 측 가족들은 기분이 나쁘다”며 ‘오물’ 발언을 했다고 한다.

    현지 취재를 한 언론들에 따르면 한국의 가족들이 북한 가족들에게 전달한 선물은 주로 생필품 종류였다고 한다. 이에 대해 ‘리진우’는 ‘오물’ 운운하며 “기분 나쁘다”고 비난한 것이다.

    ‘리진우’는 또한 “가족에게 주는 달러도 100달러면 100달러지, 1달러로 쪼개서 몇 달러 씩 준다고 하더라”면서 “그러니 오물이라고 하지 않느냐”며 계속해서 한국 측 가족들을 비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리진우’라는 ‘보장성원’의 이 같은 한국 비난 발언에 언론들은 “사전에 치밀하게 교육받은 것으로 보인다”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일부 언론은 “북한의 행사지원인력인 ‘보장성원’들이 수시로 한국 취재진에게 시비를 걸거나 의도적인 선전용 발언을 내뱉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며 이를 ‘구시대적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리진우’를 포함한 ‘보장성원’이라는 명목의 북한 측 행사진행요원 대부분이 북한 측 이산가족들의 발언과 행동을 감시하기 위해 온 대남공작기구 요원들이라는 점을 떠올리면, 하등 이상할 것이 없어 보인다.

    북한은 이산가족 상봉은 물론 한국 사람들이 개성공단, 평양 등을 방문할 때 통일전선부나 국가안전보위부와 같은 ‘기관 직원’들을 보내, 한국 사람과 접촉하는 북한 사람들을 감시한다.

    이들 감시원들은 북한 사람들뿐만 아니라 한국 취재진 등의 발언을 꼬투리 잡아 남북 관계 개선에 찬물을 끼얹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