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하원의장, 시진핑 소개하며 “英의회, 세계적인 인권운동가들 섰던 곳” 일침
  • 지난 21일(현지시간), 시진핑 中공산당 총서기의 의회 연설 장면. ⓒ뉴시스-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 21일(현지시간), 시진핑 中공산당 총서기의 의회 연설 장면. ⓒ뉴시스-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황금마차 행진’에다 ‘레드카펫’으로 시진핑 中공산당 총서기를 극진히 환대했던 영국 정부, 왕실과 달리 영국 의회는 그를 냉랭하게 대했다. 영국 언론들 또한 시진핑의 의회 연설을 높이 평가하지 않았다.

    지난 21일(현지시간) 시진핑 中공산당 총서기는 英국회의사당에서 11분 동안 중국어로 상하원 합동 의회 연설을 했다. 하지만 시작부터 英의원들의 반응은 냉랭했다고 한다.

    존 버커우 英하원의장은 시진핑 中공산당 총서기를 소개하기에 앞서 단상을 가리키며 “이 단상에는 미얀마 인권의 상징인 아웅산 수치 여사가 연설을 한 곳이자 위대한 민주주의의 대리인인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곧 설 자리”라고 말해, ‘인권탄압국가’ 지도자인 시진핑을 머쓱하게 만들었다. 

    존 버커우 英하원의장은 또한 “중국의 정치경제적 행동은 중국 국민들 뿐만 아니라 세계 수십억 명이 지켜보고 있다”면서 “우리는 중국이 단순히 세계의 강대국이 아니라 세계에 도덕적 영감을 주는 나라가 되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해 중국의 ‘인권탄압’ 문제를 건드렸다.

    이어 시진핑 中공산당 총서기가 연설을 시작했지만 의원들의 박수 갈채는 단 한 번도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연설 후 의원들이 기립박수를 치지도 않았다고 한다.

    시진핑 中공산당 총서기는 연설 가운데 “현명한 자는 보는 것보다 더 많은 기회를 얻는다”는 영국 철학자 프랜시스 베이컨의 경구를 인용하기도 했지만 英의원들의 호응은 얻지 못했다.

    영국 언론들은 시진핑의 연설에 대해 “외교적이고 상투적인 내용이었다”거나 “단조로울 정도로 간결했다”, 또는 “의미있는 내용은 아무 것도 없었다”며 그의 연설에는 진심이 담기지 않았다고 비판적으로 보도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시진핑이 연설할 때 통역기를 착용하지 않는 것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일간지 ‘가디언’은 “총리가 벼락치기로 중국어를 공부한 모양”이라고 비꼬았고, 미러는 트위터에다 “총리가 벼락치기로 중국어를 공부했거나 아니면 연설에 아예 관심이 없었거나 둘 중 하나”라고 비판했다.

    시진핑의 英의회 연설 이후를 보면, 영국 정부는 中공산당의 대규모 투자를 유치, 국내 경제를 살리겠다는 전략을 선택했지만, 영국 정치권과 언론 등은 ‘인권탄압국’이면서 아시아 지역에서 군사적 위협을 취하는 中공산당에 대해 상당히 부정적인 시각을 가진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시진핑은 이번 영국 방문에서 원전 건설에 60억 파운드(한화 약 10조 8,000억 원)을 투자하기로 하는 등 모두 400억 파운드(한화 약 70조 원)의 투자를 약속했다.

    때문인지 영국 보수당 정부는 미국과 영국 일각에서 제기하는, 시진핑에 대한 극진한 환대에 대한 비판론에도 아랑곳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