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공사 시작할 영국 고속철도 건설에 중국 참여 가능성 점차 높아져
  • ▲ 기지창에서 정비대기 중인 중국 고속철. 중국은 세계 1위의 고속철 운영국가다. ⓒ슬로베니아 중국대사관 홈페이지 캡쳐
    ▲ 기지창에서 정비대기 중인 중국 고속철. 중국은 세계 1위의 고속철 운영국가다. ⓒ슬로베니아 중국대사관 홈페이지 캡쳐


    오는 20일 시진핑 中공산당 총서기의 영국 국빈 방문을 앞두고, 中공산당이 영국의 고속철도 공사에 참여하게 될지 여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영국 정부는 런던과 버밍엄 간을 잇는 190km 노선에 최고 속도 400km/h의 고속철도(HS2)를 건설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공사는 2017년부터 시작해 2026년 개통하는 것이 목표다.

    2단계 공사는 버밍엄에서 맨체스터, 리즈로 나뉘는 노선으로 2033년까지 마무리할 계획이다. 1·2단계 공사에 투입되는 비용은 총 430억 파운드(한화 약 77조 원)에 달한다.

    “철도를 국유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노동당은 환경, 비용 등을 내세워 ‘HS2’ 계획을 반대하고 있지만, 보수당 정권은 2017년 공사 시작을 위해 1단계 사업자 선정을 준비 중이다.

    지금까지 ‘HS2’ 프로젝트를 따낼 사업자로는 TGV 제조사인 프랑스 알스톰, ICE 제조사인 독일 지멘스, 신칸센 제조사인 일본 히타치 등이 유력했다고 한다. 하지만 최근 들어 중국 고속철이 급부상하고 있다는 것이다.

    英현지 언론들은 “중국 고속철이 다른 경쟁업체와 비교해 기술력도 뒤지지 않는 것은 물론 월등한 가격 경쟁력이 있다”고 치켜세우고 있다.

    여기다 고속철 공사 참여를 위한 中공산당의 전략적 접근 또한 英보수당 정권을 사로잡은 것으로 보인다.

    2013년 12월 데이비드 캐머런 英총리가 중국을 방문했을 당시 리커창 총리와 면담하면서 영국의 ‘HS2’ 프로젝트에 중국이 투자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고 한다. 리커창 총리는 2015년 6월 영국을 찾았을 때 ‘英-中 고속철도 협력 양해각서’를 맺었다.

    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中공산당은 영국 정부에 고속철도 건설에 참여하게 되면 상당한 규모의 ‘투자’도 병행할 뜻을 밝혔다는 것이다.

    지난 9월 조지 오스본 장관이 중국을 방문해 ‘HS2’ 1단계 입찰을 개시한 점도 눈여겨볼 만한 대목이다. ‘HS2’ 1단계의 사업비는 118억 파운드(한화 약 21조 2,000억 원)로 알려져 있다. 中공산당은 이 단계부터 ‘투자’와 함께 영국 고속철 공사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영국 정부는 시진핑이 방문하면, 中공산당에 고속철도와 원자력 발전소 건설 등에 투자할 것을 적극 요청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에서는 중국이 인도네시아 고속철 사업을 수주한 것만 잘 알려져 있지만, 실제 중국은 세계 1위의 고속철 국가다.

  • ▲ 2011년 7월 23일 일어난 中고속철 사고는 개통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일어난 사고였다. ⓒ美공영방송 PBS 관련보도 캡쳐
    ▲ 2011년 7월 23일 일어난 中고속철 사고는 개통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일어난 사고였다. ⓒ美공영방송 PBS 관련보도 캡쳐


    중국은 2011년 6월 30일, 첫 고속철을 개통한다. 하지만 7월 23일 원저우에서 고속철 추락사고가 발생, 40명이 사망하고 200여 명이 부상을 입는 일이 벌어지면서 또 한 번 전 세계의 조롱을 받았다.

    하지만 中공산당은 여기에 굴하지 않고 고속철 사업을 계속 발전시켰다. 2004년부터 중국 본토를 4개 구역으로 나눠 고속철 사업을 벌이면서, 각각 캐나다의 봄바르디어, 일본의 가와사키, 독일 지멘스, 프랑스 알스톰에게 발주를 한 뒤에 얻은 고속철 기술에 자신감을 얻은 터라 한 번의 사고로 포기하지 않은 것이다.

    中공산당은 2011년 11월 시진핑을 총서기로 추대한 뒤부터 본격적으로 ‘고속철 세일즈’에 나서기 시작했다. 이후 지금까지 中공산당은 세계 30여개 나라와 고속철 수출을 놓고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한다.

    2015년 1월 31일 中관영매체들은 “네이멍구, 윈난, 닝샤, 시짱 등 4개성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 고속철을 건설, 총 연장거리가 1만 6,000km에 달한다”고 밝힌 바 있다. 불과 5년 만에 세계 최대의 고속철 운영국가가 된 것이다. 中공산당은 2020년까지 고속철 노선을 총 1만 8,000km로 연장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세계 최대의 고속철 운영국가라는 점에다 2011년 개통 직후의 사고 이외에는 별 다른 사고가 없다는 점, 세계 최고의 고속철 제조국으로부터 기술을 배웠다는 점, 그리고 다른 나라에 비해 30% 이상 싼 값에 공사 입찰이 가능하다는 점, 여기다 中공산당이 보증하는 ‘금융지원’이 가능하다는 점은 중국 고속철 세일즈의 강점으로 꼽힌다.

  • ▲ 중국 고속철도망 지도. 중국의 고속철도망은 총연장 1만 6,000km에 이른다. 중국 철도 총연장은 12만 km다. ⓒ위키피디아 공개사진
    ▲ 중국 고속철도망 지도. 중국의 고속철도망은 총연장 1만 6,000km에 이른다. 중국 철도 총연장은 12만 km다. ⓒ위키피디아 공개사진


    덕분에 中공산당은 지난 9월 하순 인도네시아 고속철 사업을 수주한 것뿐만 아니라 2014년 9월에는 인도 고속철 건설에 향후 5년 동안 20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는 양해각서를 체결했고, 2015년 6월에는 러시아로부터 모스카바와 카잔을 잇는 750km 구간의 고속철 사업을 수주했다. 지금도 태국, 미국 등 세계 30여개 나라와도 고속철 수주를 놓고 협의를 벌이는 중이라고 한다.

    하지만 문제도 있다. 중국 고속철을 담당하는 기업은 공산당 철도부 산하의 ‘중국철로총공사(CRH)’다. 中공산당 지도부가 국내개발을 위해 고속철 건설에 주력하고, 해외에서는 고속철 세일즈를 추진하면서 철도부의 부채가 급격히 증가하게 된 점이다. 2013년 말 기준으로 철도부가 떠안은 부채는 3조 600억 위안(한화 537조 9,500억 원)에 달한다.

    이처럼 고속철 세일즈를 벌이면 벌일수록 철도부의 부채가 누적되는 것은 中공산당이 고속철 해외 세일즈 때마다 보증하는 ‘투자금융’이 가장 큰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中공산당이 자랑하는 막대한 외환보유고, 엄청난 경제성장의 결과라는 것이 사실은 회계의 불투명성, 부정부패 등으로 인한 ‘허수(虛數)’임에도 이를 배경으로 해외에 영향력을 발휘하려다 보니 무리수를 두게 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아무튼 시진핑 中공산당 총서기의 영국 국빈방문에서 중국은 영국으로부터 고속철을 수주할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 하지만 사업 시기가 2017년부터 2026년까지라는 점, 영국 사회가 건설감리 부분에 있어서는 매우 깐깐하다는 점, 中공산당의 대규모 투자가 전제되어야 한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장기적으로 볼 때 영국 고속철 수주가 中공산당에 반드시 유리한 일만은 아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