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 남예멘-민주 북예멘 통일 후 갈등극복 못해…시아파 후티 반군·테러조직 공격 치열
  • 사우디아라비아가 이끄는 아랍연합군에 합류하기 위해 모인 수단군의 모습. ⓒUAE '에미리트 247' 뉴스 화면캡쳐
    ▲ 사우디아라비아가 이끄는 아랍연합군에 합류하기 위해 모인 수단군의 모습. ⓒUAE '에미리트 247' 뉴스 화면캡쳐


    지난 17일(현지시간) 수단 육군 병력 6,000여 명이 예멘 남부 도시 아덴에 상륙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이끄는 ‘아랍 연합군’에 합류하기 위해서다. 수단 육군의 예멘 상륙은 사우디아라비아, UAE, 바레인, 카타르에 이어 다섯 번째다. 

    사우디아라비아를 포함 이슬람 10개국이 ‘아랍 연합군’까지 만들어 개입한 예멘 내전은 통일 이후 25년 동안 사회적 갈등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서 생긴 두 번째 내전이다.

    예멘은 냉전 시절 공산주의 정권의 남예멘(예멘 인민민주주의공화국)과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북예멘(예멘 아랍공화국)으로 분단돼 있었다. 1990년 5월 22일 남북 예멘은 통일에 합의했으나 권력 배분을 놓고 일어난 갈등으로 내전이 일어났다. 군사력에서 열세였던 남예멘은 결국 항복, 북예멘에 흡수됐다.

  • 1990년 5월 통일 전 예멘의 지도. ⓒ위키피디아 공개사진
    ▲ 1990년 5월 통일 전 예멘의 지도. ⓒ위키피디아 공개사진


    이후 평온한 듯하던 예멘은 서북부 지역을 기반으로 한 시아파 후티 반군에 의해 흔들리기 시작했다. 2004년부터 활동한 후티 반군은 그 세력을 점차 키워 2014년 9월에는 수도 사나의 대통령궁까지 쳐들어갔다. 쿠데타였다.

    예멘 정부가 사나를 포기하고 남부 아덴으로 피난가자, 이번에는 남예멘을 기반으로 한 분리주의세력이 들고 일어났다. 2013년 1월에도 대규모 분리독립 시위를 일으켰던 남예멘 세력은 예멘 정부 타도를 외치며 내전을 일으켰다.

    예멘에서 내전이 일어나자 테러조직 알 카에다 아라비아 반도 지부(AQAP)와 ISIS를 추종하는 ‘안사르 알 시리아’도 현지로 들어와 테러를 일으키기 시작했다. AQAP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어진 내륙 일부, 해안을 장악했고, ISIS 추종세력은 이들과 맞닿은 지역을 점령했다. 

    후티 반군의 공세는 2015년 들어 점차 거세졌다. 지난 3월 22일에는 타이즈 지역을, 3월 25일에는 모카, 라히즈 일대를 점령했다. 후티 반군이 아덴 외곽지역까지 쳐들어오자 예멘 정부는 사우디아라비아에 도움을 요청하고 해외로 도피했다.

    시아파 무장 세력이 인접국가 예멘을 장악할 가능성이 높아지자 사우디아라비아는 수니파 이슬람 국가들을 모아 ‘아랍 연합군’을 결성, 파병을 결정한다. 미국은 정보 및 병참 지원을 해주기로 약속했다.

    지난 3월 26일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모로코 등 수니파 이슬람 국가들이 후티 반군에 대한 대규모 공격을 시작했다. 후티 반군 공습에는 전투기 100대 이상이 동원됐고, 지상군도 15만 명을 파병하기로 했다고 현지 언론들은 보도했다.

    이후 6개월 동안 사우디아라비아가 이끄는 ‘아랍 연합군’의 공습으로 후티 반군의 공세는 주춤해졌다. 하지만 ‘아랍 연합군’의 반격은 여기서 그칠 분위기가 아니다. 그렇지 않아도 시리아 내전에 이란이 시아파 민병대를 끌고 나타나 심기가 불편하던 차에 예멘까지 잃을 수 없다는 사우디아라비아 왕정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최근 예멘에 상륙한 수단군의 경우 한국 사람들 시각에는 약체일지 몰라도 수십 년 동안의 내전을 겪어 실전경험이 풍부하다.

    수단의 군사력은 사실 빈약한 편이다. 현역 병력은 10만 9,300명이고, 친정부 민병대 1만 7,500명이 이들을 보조한다. 예비군은 8만 5,000여 명이다. 그런데 총 병력의 6% 가까이인 6,000명을 예멘에 보냈다는 점은 이들이 예멘 내전을 어떻게 보고 있는가를 말해준다.

    외신들은 수단 육군에 이어 쿠웨이트도 지상군을 예멘에 보내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전하고 있다.

  • 왼쪽 초록색이 후티반군 점령지역, 중앙과 맨오른쪽 분홍색이 예멘 정부 점령지역, 가운데 흰색이 AQAP와 ISIS 추종세력 점령지역이다. ⓒ위키피디아 공개사진
    ▲ 왼쪽 초록색이 후티반군 점령지역, 중앙과 맨오른쪽 분홍색이 예멘 정부 점령지역, 가운데 흰색이 AQAP와 ISIS 추종세력 점령지역이다. ⓒ위키피디아 공개사진


    사우디아라비아와 걸프만 연안 국가들, 아프리카의 수니파 이슬람 국가까지 예멘 내전에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는 이슬람 내부 패권 때문이다.

    현재 러시아가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와 갈등을 빚고 있는 ‘시리아 내전’의 경우 러시아와 中공산당을 등에 업은 이란이 현지에서 종횡무진 활동하고 있다.

    테러조직 ISIS가 커지면서 궁지에 몰린 시리아 정권에 대해 서방 국가들이 “독재정권은 물러나야 한다”며 지원을 해주지 않자 그 틈으로 이란과 러시아, 中공산당 등이 몰려든 것이다. 이들은 ‘시아파 맹주’를 자처하는 이란을 지원해 시아파 민병대를 현지에 투입하는 한편 알 아사드 시리아 정권에 다시 힘을 실어주려 한다.

    이 상황을 지켜본 사우디아라비아와 걸프만 연안의 왕정들은 서방 진영을 믿다가는 언제 시아파 세력이 몰려들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갖게 됐고 결국 스스로 연합군을 결성해 예멘 내전에 뛰어들게 된 것이다.

    이처럼 수니파 아랍 연합군과 예멘 정부, 이란의 지원을 받는 시아파 후티 반군 간의 내전이 치열해지면서 죽어나가는 것은 예멘 국민들이다.

    지난 3월부터 본격적으로 치열해진 내전 때문에 2,600만 명 남짓인 예멘 국민 가운데 110만 명이 집을 떠나 피난길에 올랐다. 유엔에 따르면, 지난 3월 내전 이후 예멘을 탈출한 사람은 11만 4,000명을 넘었다고 한다.

    내전으로 인한 사망자 수도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 유엔은 “지난 3월 이후 5,000명 이상이 숨지고 2만 5,000명 이상이 부상을 입었다”고 전한다. 유엔은 예멘 내전이 그치지 않을 경우 향후 시리아 내전보다 더 많은 수의 난민이 생길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라크-시리아에 이어 예멘 내전까지 ‘국제전’으로 비화될 경우 중동 문제로 인한 서방 국가들의 안보위협은 지금과는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커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