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성 구실로 거짓이 판치는 국사교과서
     
     현행 검인정 국사교과서들을 옹호하고 국정교과서화를 반대하는 쪽이
    늘어놓는 말 중에 '다양성'이라는 게 있다.
     다양성을 위해 현행 검인정 제도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 그러나 이건 허울 좋은 명분에 불과하다.
    이 가짜 명분에는 두 개의 반박이 있을 수 있다.
 
 첫째, 검인정 제도로 인해 국사 교과서의 다양성, 그리고
그 다양한 것들의 공정한 게임은 오히려 죽어버렸다.
왜?
검인정 8종 가운데 7종이 완전히 대한민국 폄하(貶下) 쪽으로 획일화된 데다,
그렇지 않은 교학사 교과서마저 단 한 개 학교에서조차 채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게 다양성인가?
특정 학파와 출판인들과 교사들이
교과서의 집필, 생산, 유통의 전 과정을 독점해버렸다는 이야기다.  
 
  게다가 어떤 교장이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 했다가 포기한 이유가 기가 막힌다.
그 교과서를 채택했다 해서 정체불명의 흉한(兇漢)들로부터
온갖 욕설, 협박, 공갈이 날아들어 와 교장이 도저히 견딜 도리가 없었던 것이다.
이게 대명천지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인가?
이게 법이 있는 문명국인가, 서부(西部)의 무법천지인가? 
 
  둘째, 다양성은 무제한한 것일 수 없다.
김진 중앙일보 논설위원이 TV 토크 쇼에서 잘 말했듯이,
예컨대 6. 25 남침전쟁의 원인에 대해
"김일성이 스탈린과 마오쩌뚱의 재가(裁可)를 받아 새벽 3시에 탱크 몰고 쳐내려 왔다"는 것
이외에 다른 어떤 이야기가 또 있을 수 있다는 것인가?
거짓말 이외엔 다른 이야기란 있을 수 없다.
더군다나 황색 지(紙)나 '찌라시'도 아닌 고등학교 국사교과서에서 말이다.
 
  그런데 지금의 검인정 국사교과서들은 '남침'을 딱히 못 박지 않은 채 두루뭉수리로,
마치 양쪽 책임이라는 식으로 알쏭달쏭한 소리들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얼토당토않은 소리를 다양성의 이름으로 교과서에 싫어야 한다고 우기는 건
그래서, 교활하고 뻔뻔스러운 작태에 불과하다.
 
  다양성이란 '사실과 진실'에 부합하는 것들에만 해당하는 것이지,
거짓-조작-왜곡-억지-궤변이 다양성을 들먹이며
진실을 상대로 "나도 한 자리..."하며 대드는 적반하장은 용납될 수 없다.
"6. 25는 남침이었다"는 진실과
"6. 25는 양측 사의의 잦은 충돌의 연장이었다"고 하는 거짓이
다양성의 이름으로 대등하게 서있야 하는가? 
 
 이래서 지금의 왜곡된 국사교과서를 옹호하는 쪽이
상투적으로 써먹는 '다양성' 운운의 말장난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 
 
류근일 /뉴데일리 고문, 전 조선일보 주필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