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측 KF-X 4개 핵심기술 이전은 불허...사드 배치 등 對北공조 암묵적 논의 가능성
  • 미국 워싱턴을 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이 15일 오전(현지시간) 미국 국방부인 펜타곤을 방문, 역대 최고 수준의 의장대 사열을 받고 있다. ⓒ뉴시스
    ▲ 미국 워싱턴을 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이 15일 오전(현지시간) 미국 국방부인 펜타곤을 방문, 역대 최고 수준의 의장대 사열을 받고 있다. ⓒ뉴시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위해 미국을 찾은 박근혜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미국 군사력의 심장인 펜타곤(Pentagon)을 찾아 강력한 한-미 군사동맹을 대외적으로 과시했다.

    우리나라 대통령이 펜타곤을 방문한 것은 2011년 이명박 전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다, 박근혜 대통령의 이번 펜타곤 방문은 지난달 초 중국 전승절 열병식을 방문해 군사 퍼레이드를 참관했던 것과 대비되는 일정이다.

    미국 조야(朝野)에서 제기된 한국의 '중국 경사론'을 불식시키고 한미동맹의 견고함을 재확인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 펜타곤의 이례적인 예우 "최고 수준"

    특히 박 대통령은 이날 역대 대통령 가운데 처음으로 미국 펜타곤 의장대의 '공식 의장행사'(Full Honor Parade)에 참석했다. 미(美) 국방부는 박 대통령을 환영하기 위해 최고 수준의 예우를 갖춰 약 20분 간의 행사를 열었다. 예포 21발이 발사된 데 이어 애국가가 연주된 뒤 사열(Inspection)과 미국 전통의장대 행진(Troop in Review)이 펼쳐졌다.

    통상 펜타곤 의장대는 외국정상 등 귀빈 방문 시 '약식 의장행사'를 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통령에 앞서 펜타곤을 방문한 이명박 전 대통령(2011년 10월 방문)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2013년 4월 방문), 올해 펜타곤을 방문한 아프가니스탄 대통령과 튀니지 대통령, 소말리아 수상도 의장을 받았지만 5분 간의 짧은 행사에 그쳤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번 펜타곤의 공식 의장행사는 미국 측이 동맹국 정상인 박 대통령에 대해 최고의 예우를 해준 것"이라고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은 펜타곤 건물에 도착한 뒤 애슈턴 카터(Ashton Carter) 장관의 안내를 받아 사열대로 이동했다. 박 대통령이 사열대에 도착하자 예포가 발사되는 가운데 애국가가 먼저 울려퍼졌고, 미국 국가가 이어졌다.

    박 대통령은 이어 미국 육·해·공군과 해병대, 해안경비대 깃발 앞에 선 미군 의장단장으로부터 사열 보고를 받았으며 이후 의장단장의 안내로 군악대와 육군, 해병대, 해군, 공군, 해안경비대를 차례로 통과했다.

    사열행사는 미국 전통의장대가 사열단 앞으로 이동하면서 피리와 드럼을 연주하고 의장단장이 행사 종료를 보고하는 것으로 끝났다. 이날 공식 의장 행사에는 군(軍)별로 40∼50명 정도씩 전체 250여명이 참가했다.

    ■ 韓美 동맹의 심장, 北核 억지가 목표

    박근혜 대통령은 의장행사에 이어 카터 장관 등 미국 측 고위급 인사들을 내부 장관 회의실에서 접견했다.

    박 대통령은 "한미동맹이 지난 60년간 한반도 및 동북아 안정에 기여할 수 있었던 토대는 카터 장관, 미군 수뇌부, 주한미군 장병과 가족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또한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의 한-미 간 합의도 연합방위체제 강화를 통해 북한의 도발 억제에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카터 장관은 "미국의 한반도 방어 의지는 오랜 기간 강철같이 확고해 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유지될 것"이라고 화답했다. 카터 장관은 "8월 초 북한의 지뢰도발과 관련해 위험할 수도 있었던 상황을 한국 정부가 성공적으로 잘 관리한 것을 축하드린다"고 했다. 나아가 "미국은 한반도에서의 전쟁 억지력을 유지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능력을 투입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이행 문제 외에도 회의에서는 우주개발·사이버안보 분야와 북한의 핵(核)·미사일 개발 억지를 둘러싼 협력 강화 등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는 한국 측에서 한민구 국방부 장관, 윤병세 외교부 장관, 윤상직 산업통상부 장관 등이 배석했다. 미국 측에서는 조셉 던퍼드 합참의장, 커티스 스캐퍼로티 연합사령관,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 등이 배석했다.

    박 대통령은 미국 고위인사들을 접견한 뒤 회의실 복도에서 '로프라인 미팅'(Rope Line Meeting)을 통해 한국에서 근무했거나 근무할 예정인 31명의 미군 장병, 미국에 유학 중인 5명의 한국 장교들을 격려했다. '로프라인 미팅'은 지난해 10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펜타곤 방문 당시 했던 장병들과의 미팅 방식이다. 지난해 10월 오바마 대통령이 펜타곤을 방문했을 당시에도 장병들과 '로프라인 미팅'을 가졌다.

    박 대통령은 미팅에서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여러분의 헌신에 감사드리며, 한-미 장병 여러분들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같이 근무하는 모습을 보면서 자유의 최전선에 함께 서있는 여러분이야말로 '한미동맹의 심장'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끝으로 박 대통령이 영어로 "Korea thanks you. We go together!(한국은 여러분에게 감사드린다. 같이 갑시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장병들은 한국어로 "같이 갑시다!"라고 외쳤다.

    아울러 박 대통령은 펜타곤 방명록에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한반도 평화통일 시대를 열어가길 바란다"고 적었다.

     

  • 박근혜 대통령이 14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메릴랜드 NASA 고다드 우주센터를 방문, 관계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 제공
    ▲ 박근혜 대통령이 14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메릴랜드 NASA 고다드 우주센터를 방문, 관계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 제공

     

    ■ KF-X 기술이전은 불허, 암묵적 협력 가능성은? 

    기대를 모았던 '한국형 전투기'(KF-X) 개발을 위한 기술이전 문제는 사실상 결렬된 것으로 전해졌다. 국방부에 따르면, 펜타곤에서 열린 한-미 국방장관회의에서 카터 장관은 한민구 장관에게 "조건부로도 KF-X 사업과 관련한 4개 핵심기술 이전은 어렵다는게 우리 입장"이라고 밝혔다.

    다만 카터 장관은 "기술협력 방안을 공동으로 모색해 보겠다"며 여지를 남겼다. 이어 양국 장관은 KF-X 사업 협력을 포함한 방산기술 협력을 증진하기 위해 한-미 간 협의체를 구성해 운영하기로 합의했다.

    한-미 양국이 역대 최고 수준의 군사동맹을 전 세계에 과시한 만큼,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은 암묵적인 협력 논의가 오갔을 수도 있다.

    사실 카터 장관의 4개 기술이전 불허 발언은 미국 정부가 지난 4월 밝힌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이미 충분히 예견됐던 상황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두 장관이 구성키로 합의한 협의체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문제까지도 논의할 수 있는 채널이 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한미동맹의 핵심은 북한의 도발 억지다. 이는 전 세계가 알고 있는 사안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이번 방미(訪美)의 배경 역시 북핵(北核) 공조를 다지고 한-미 양국의 혈맹을 재확인하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펜타곤을 방문하면서 한민구 국방부 장관을 대동한 이유를 여기서 찾을 수 있다.

    북한이 4차 핵실험, 장거리 로켓 발사 등 군사도발 위험을 고조시키고 있는 상황에서 힌-미 양국은 정상회담을 통해 군사동맹의 공고함을 대외적으로 알리는 북한의 전략적 오판을 선제적으로 차단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시아로의 회귀 정책을 내세운 미국, 북핵(北核) 해결과 한반도 안정에 외교정책의 최우선 순위를 두고 있는 한국이 굳건한 군사동맹을 통해 북한의 무력도발 위협을 선제적으로 차단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과의 양자회담에서 공동설명서(Joint Fact Sheet) 이외에 공동성명을 채택하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동성명에는 북한의 무력도발 강력 경고, 한미동맹을 통한 도발 억지력 강화, 6자회담 복귀 촉구, 도발시 경제제재 확대, 북한 태도변화를 전제로 한 경협확대 등 채찍과 당근 방안이 모두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박 대통령의 펜타곤 방문은 이 같은 외교-안보 목표를 위한 액션플랜의 일환으로 해석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