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지사, 후텐마 美해병대 기지 이전부지 매립 승인허가 취소…아베 정권 반발
  • ▲ 강습상륙함 '에섹스'호와 훈련을 마치고 오키나와 기지로 돌아와 짐을 내리는 美해병대. ⓒ위키피디아 공개사진
    ▲ 강습상륙함 '에섹스'호와 훈련을 마치고 오키나와 기지로 돌아와 짐을 내리는 美해병대. ⓒ위키피디아 공개사진


    1996년 미국과 일본은 오키나와에 주둔 중인 美해병대 병력의 상당수를 이전 또는 배치한다는 데 합의했다. 하지만 20년 가까이 흐른 지금까지도 이 합의는 이행되지 못하고 있다. 오키나와 지자체의 반대 때문이다.

    지난 13일 오키나와 신임 현(縣)지사가 후텐마 기지의 美해병대 병력이 이전할 지역의 부지 매립승인 허가를 취소해 아베 정권이 긴장하고 있다.

    오나가 다케시 오키나와현 지사는 13일 오전, 오키나와현 기노완시의 기지 이전부지인 헤노코 연안에 대한 매립 승인허가를 공식 취소하고, 공사 주체인 방위성 오키나와 방위국에 통지문을 보냈다고 밝혔다.

    이에 아베 정권은 오는 가을 중으로는 후텐마 기지의 대체부지 매립 공사에 착수한다는 목표를 재천명하고, 오키나와현 지사의 취소 결정 효력을 정지시키겠다는 뜻을 밝혔다.

    방위성 오키나와 방위국은 행정불복심사법(한국의 행정소송에 해당)에 따라 심사 청구 및 효력정지 신청서를 국토교통성 앞으로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이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방위성은 후텐마 기지 대체부지 매립공사에 착수할 수 있다.

    일본 현지 언론들은 오나가 다케시 오키나와현 지사와 아베 정권 간의 ‘법정 소송’도 일어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오나가 다케시 지사와 아베 정권 간의 갈등은 오키나와에 주둔 중인 미군기지 이전 때문에 일어난 것이다.

    2013년 아베 신조 총리가 집권한 뒤, 당시 나카이마 히로카즈 오키나와현 지사는 후텐마의 美해병대 기지를 헤노코 연안으로 옮기기 위한 매립공사를 승인했다. 美해병대 항공단의 후텐마 기지가 주택가와 인접해 있어 주민들에게 불편을 준다는 것이 이유였다.

    하지만 오키나와 현 주민들은 후텐마 기지를 포함한 美해병대 병력이 아예 해외로 떠나라고 요구하고 있다. 2014년 1월 나고 시장선거, 11월 오키나와 현지사 선거, 12월 중의원 선거에서 오키나와 주둔 미군의 해외철수를 주장하는 후보들이 당선된 것도 이 같은 여론을 보여준다.

  • ▲ 오키나와 주둔 미군 기지 배치도. 오키나와에는 주일 미군의 절반 이상이 주둔하고 있다. ⓒ위키피디아 공개사진
    ▲ 오키나와 주둔 미군 기지 배치도. 오키나와에는 주일 미군의 절반 이상이 주둔하고 있다. ⓒ위키피디아 공개사진


    사실 오키나와 주민들이 미군 철수를 요구하게 된 것은 1995년 일어난 美해병대원의 초등학생 성폭행 사건 때문이다. 이후 1996년부터 미국과 일본 정부는 오키나와 주둔 미군 재배치에 관한 협의를 시작했다.

    2004년 美해병대 소속 CH-53D 수송헬기가 오키나와 국제대학 캠퍼스에 추락하는 사고가 일어난 뒤에는 주민들의 미군 철수 요구가 더욱 거세졌다. 미일 양국은 지루한 협상 끝에 2012년 4월 오키나와 주둔 미군의 대규모 해외 재배치에 합의했다.

    2012년 4월 당시 미일 정부는 오키나와 주둔 美해병대 병력 1만 7,000여 명 가운데 9,000여 명을 일본 외부로 재배치한다는 데 합의했다. 이에 따라 미국은 2023년까지 병력 2,700여 명을 하와이로, 5,000여 명을 괌으로 이전 배치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시행 중이다. 당초 오키나와의 가데나 기지에 배치됐던 F-22 랩터 스텔스 전투기들 또한 괌으로 자리를 옮겼다.

    오키나와 주둔 미군의 이전에 들어가는 비용 86억 달러 가운데 28억 달러는 일본 정부가 부담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은 美해병대 병력 가운데 한반도 유사시 우선 투입되는 제31해병원정대(31st MEU)는 후텐마 기지 대신 헤노코 연안 매립지에 신설하는 기지에 주둔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번 오키나와 현지사의 매립공사 승인취소로 제31해병원정대의 이전 주둔 일정에 차질을 빚게 됐다. 미국의 한반도 방어 전략 또한 수정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이처럼 오키나와 미군기지 이전을 둘러싼 지자체와 아베 정권 간의 갈등은 한국의 제주해군기지를 둘러싼 갈등과도 비슷한 점이 많다.

    한편 국내 일각에서는 “오키나와에서 재배치되는 美해병대 가운데 강습상륙함을 포함한 일부를 제주해군기지로 재배치하도록 유치하는 게 어떻겠느냐”는 주장을 내놔 눈길을 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