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법 조언하는 '시골 면장' 상대로 경찰·선관위 진정 넣는 추태 벌여
  • ▲ 새정치민주연합 강동원 의원.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강동원 의원.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13일 대정부질문에서 "개표 부정" 등을 주장하며 "박근혜 대통령은 정통성이 없다"고 부르짖어, 정국을 '대선 불복' 논란으로 뒤덮고 국회의원 사퇴 요구에까지 직면한 새정치민주연합 강동원 의원(전북 남원·순창)은 누구일까. 그리고 어떤 정치적 배경 하에서 이러한 돌출 언동을 결행했을까.

    ◆호남의 親盧 말단… 국참당 등 오가다 어부지리 당선

    강동원 의원은 16대 대선에서 새천년민주당 노무현 후보의 호남 지역 조직특보를 지내고 이후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에 몸담았던 호남의 친노(親盧) 말단 정치인이다.

    오랫동안 개혁신당과 국민참여당 등 주로 친노 계열로 당적을 옮겨다니며 원내 진입을 노리다, 지난 2012년 치러진 19대 총선에서 전북 남원·순창에서 구 통합진보당 후보로 당선되며 금배지를 달았다.

    지역 정가의 관계자는 "민주통합당 이강래 전 의원이 원내대표를 맡는 등 중앙에서 무게 있는 당직을 수행하게 되면서 지역구 관리에 소홀했다"며 "강동원 의원은 말하자면 무주공산이었던 남원·순창을 낼름 줏어먹은 셈"이라고 평했다.

    ◆현란한 당적 변경… '절개의 고장' 남원 이미지 더럽혀

    사정이 이렇다보니 지역구에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허공이 목이 매달려 있는 것과 다름 없는 형세라, 강동원 의원의 의정활동은 4년 내내 돌출 발언과 무리수로 얼룩졌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초선(初選) 의원임에도 임기 내내 현란할 정도로 어지럽게 당적을 바꿨다. 청산 대상인 '낡은 진보'의 전형이라는 지적이다.

    2012년 4·13 총선에서 구 통진당 간판으로 당선됐으나 불과 5개월 뒤에 탈당하고 정의당에 입당했다. 그러나 정의당 생활도 채 1년이 가지 못했다. 안철수 전 대표가 부상하기 시작한 이듬해 5월, 정의당을 탈당하고 '안철수 신당'에 기웃거렸다. 그러다 지난해 3월, 안철수 전 대표의 '새정치' 연합과 민주당이 합당해 통합 야당이 형성되자, 그 틈을 타서 새정치민주연합으로 파고들었다.

    구 통진당이 정강정책의 북한 추종성과 목적의 반헌법성을 이유로 해산됐음에도, 그 정당 소속의 국회의원이었던 강동원 의원이 금배지를 지키게 된 것에는 이런 사연이 있다.

    그 자신 한 명의 금배지는 지켜냈을지 몰라도 그 과정에서 보여진 갈짓자(之) 행보는 지역구를 망신시키기에 충분했다는 지적이다. 지역 정가의 관계자는 "남원은 춘향전으로 유명한 절개(節槪)의 고장인데, 정신없이 당적을 바꿔대는 강동원 의원 때문에 지역 이미지가 엉망이 됐다"며 "선거구민들도 넌더리를 내고 있다"고 전했다.

    ◆현역 의원으로는 유일하게 지역위원장 탈락 수모

    이 때문일까. 지난해 11월 새정치연합 조직강화특별위원회(조강특위)에서 전국 246개 지역구의 지역위원장을 인선할 때, 전북 남원·순창은 현역 의원이 있는 지역구로는 유일하게 사고위원회로 분류됐다. 강동원 의원은 현역 의원으로서는 유일하게 지역위원장 인선에서 탈락하는 망신을 자초한 것이다.

    당시 강동원 의원은 격렬하게 항의했으나, 지역구 사정을 잘 아는 인사들은 되레 이를 비웃었다. 지역 정가의 관계자는 "그 해 6·4 지방선거 때 이강래 전 의원 계열의 광역·기초의원들에 맞서 강동원 의원이 억지로 자기 사람들을 무소속 출마시켰다가 추풍낙엽으로 낙선했다"며 "이 때 이후로 지역의 광역·기초의원들과도 척을 졌기 때문에 사고위로 분류한 것이 오히려 강동원 의원을 보호한 것이고, 경선을 했더라면 이강래 전 의원에게 졌을 것"이라고 조롱했다.

    허물어진 지역 기반과 악평 때문일까. 강동원 의원의 수모는 이에 그치지 않았다.

    올해 새정치연합의 2·8 전당대회를 앞두고 1월 치러진 전북도당대회에서는 현역 의원인데도 이강래 전 의원에 비해 소개되는 호명 순번이 밀리는 굴욕을 맛봤다. 누가 특별히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한 행동이 아니라, 지역 사회에서의 정서와 평판에 따른 자연스런 일인데도 당시 강동원 의원은 고성을 지르며 도당 대의원대회의 진행을 방해하는 추태를 보여 참석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국회의원이 자기 지역구의 면장 상대로 진정 넣기도

    지역 정가의 관계자는 "(강동원 의원이 남원·순창이) 자기 지역구인데도 기반이 없고 거듭 수모를 겪다보니, 사방이 적(敵)이라고 여기는 피해망상을 보이는 것 같았다"며 올해 8월, 강동원 의원이 전북 순창군 팔덕면장을 상대로 경찰에 진정을 넣고 전북선관위에 조사 의뢰를 한 사례를 소개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7월 30일 순창군 팔덕면 주민자치센터에서 주민 100여 명이 참석한 노래교실이 열리자 강동원 의원은 이 자리에 참석해 축사를 하려 했다. 어떻게든 지역 선거구민들에게 얼굴을 알려보려 한 것이다.

    팔덕면장은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정치인이 노래교실 축사를 하는 것이 공직선거법에 위배될 우려가 있다고 보고 '강동원 의원이 이 자리에 있으면 선거법 위반이 될 수 있으니 (간단한 인사말 정도만 하고) 나오는 것이 좋겠다'고 조언했다.

    그러자 강동원 의원은 의정활동을 방해했다며 진정서를 경찰과 선관위에 접수한 것이다. 경찰과 선관위의 조사 결과, 해당 면장은 무혐의 처분됐다.

    이 관계자는 "강동원 의원이 순창군수와도 사이가 좋지 않다"며 "면장이 상대 세력인 줄 알고 진정을 한 모양인데, 지방공무원 조직에서 비웃음거리로 전락했다"고 전했다.

    급기야 같은 달 10일에는 전북 남원·순창 지역위 당원 100여 명이 전북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집단탈당을 결행하기도 했다. 전북에서 집단 탈당이 벌어진 유일한 사례로, 애초부터 지역위원회를 관리할 능력이 없는 무능 정치인이라는 게 만천하에 폭로됐다는 지적이다.

    ◆돌출 행동으로 문재인 행보 '삐끗'… "당에서 필요 없는 존재"

    정치권에 '대선 불복' 파문을 재점화하며 국회의원 사퇴 요구에 직면하게 된 시발점이 된 13일의 대정부질문도 이러한 상황 속에서 발생한 돌출 언동이라는 분석이다. 지역 정가의 관계자는 "강동원 의원이 지역 기반으로는 이강래 전 의원을 당해낼 수 없고, 꼭 이강래 전 의원이 아니더라도 내년 총선에서 임종천 전 국민희망시대 대변인 등 신당파(新黨派) 정치 신인에게 지역민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며 "재선 가능성이 희박해지자 초조감이 극에 달한 나머지 돌출 행동으로 인지도를 제고해보려다 사고를 낸 것 같다"고 바라봤다.

    강동원 의원의 대정부질문으로 '대선 불복'이 때아닌 재논란이 되면서,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단일 쟁점으로 대여(對與) 총공세~야권 통합전선 형성을 노리던 문재인 대표의 행보도 '삐끗'하게 됐다. 무소속 천정배 의원, 정의당 심상정 대표와 회동하며 야권 통합의 계기를 마련하고 정국 반전의 모멘텀을 마련해보려 했는데, 강동원 의원이 제동을 건 셈이다.

    지역 정가의 관계자는 "애당심(愛黨心)이 있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강동원 의원이 그동안 당을 몇 번 갈아탔느냐"며 "자기자신 한몸의 일신영달을 위해 당을 얼마든지 갈아탈 수 있는 강동원 의원으로서는, 당이야 어찌됐든 내 이름이나 알리자는 발상을 했더라도 놀라운 일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강동원 의원은 지난해 11월 현역 의원으로는 유일하게 지역위원장 인선에서 탈락한 직후 "왜 유별나게 나 혼자만 제외됐냐"며 "내가 당에서 필요 없는 존재냐"라고 언성을 높였다. 하지만 이번에 해당행위나 다름없는 돌출성 대정부질문을 함에 따라, 스스로 당에 필요 없는 존재라는 것을 행동으로 증명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