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노근 "남산은 애국가에도 나오는 聖山… 정체성 의심스러워"
  • ▲ 새누리당 이노근 의원은 6일 국토위의 서울시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남산곤돌라 중복투자에 대한 문제를 추궁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이노근 의원은 6일 국토위의 서울시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남산곤돌라 중복투자에 대한 문제를 추궁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민영기업이 잘 운영하고 있는 남산케이블카 바로 옆에 서울시민의 세금으로 곤돌라를 놓는다는 계획을 서울특별시(시장 박원순)가 추진하고 있어, 여야 정치권에서 큰 논란으로 번질 조짐이 보인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국토위) 소속 새누리당 이노근 의원(서울 노원갑)은 6일 국정감사에서 서울시의 남산 곤돌라 설치 계획을 추궁했다.

    서울시는 지난 8월 31일 남산 예장자락에서 정상까지 888m에 이르는 곤돌라를 신설하는 내용이 담긴 '남산 예장자락 재상사업 계획'을 발표했다. 예장자락은 현재 서울시 민생사법경찰과와 TBS교통방송국이 있는 부지로, 이들 건물을 오는 2016년 철거하고 여기에 관광버스 주차장과 곤돌라 승강장을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들어가는 사업비는 총 450억 원 규모로, 시비와 국비가 투입될 예정이다.

    이에 대해 이노근 의원은 "남산은 애국가에도 나오는 성산(聖山)인데 곤돌라 설치를 위해 여러 가지 공사를 할 경우 환경 파괴가 불가피하다"며 "소음 발생과 경관 문제가 예상되며, 곤돌라가 설치되면 지나치게 많은 사람들이 남산 정상에 올라가 정상부의 환경 훼손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이날 국정감사에서는 시간이 제약된 관계로 보다 심도 있는 질의와 답변이 이루어지지는 못했다.

    〈뉴데일리〉는 지난 5월, 박원순 서울시장의 명동~남산 곤돌라 사업에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는 기사를 다룬 바 있다. 이를 바탕으로, 국감에서 따져봐야 할 중요한 문제이지만 시간 부족으로 미처 다뤄지지 못한 부분을 알아보는 〈After 국감〉을 통해 남산 곤돌라 사업의 문제점을 짚어본다.

  • ▲ 남산 전경. ⓒ뉴데일리 윤진우 기자
    ▲ 남산 전경. ⓒ뉴데일리 윤진우 기자

    남산 곤돌라 사업과 관련해 정치권에서 우려하는 부분은 이미 포화 상태인 남산에 국비와 시비를 투입해 또 하나의 곤돌라를 설치할 필요가 있느냐는 점이다. 중복투자와 예산낭비의 전형적인 사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남산은 정상부가 대단히 협소한 산이다. 그럼에도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정상부를 방문하고 있어, 주말이나 휴일에는 화장실 등 편의시설 부족이 문제될 지경이다. 여기에 곤돌라를 추가로 설치하면 남산 정상부의 포화 상태와 환경 훼손은 더욱 심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서울시는 종래 남산제모습가꾸기 등 남산의 자연환경 보전을 위해 기존에 있던 건물도 철거하는 등 새로운 시설물의 설치를 반대해 왔다. 곤돌라만 해도 2000년부터 민간사업자에 의해 수차에 걸쳐 설치 가능 여부를 묻는 질의가 있었으나, 서울시는 △시설물 추가 설치는 남산제모습가꾸기 사업에 배치됨 △남산의 자연 훼손과 경관 훼손이 예상됨 △도시공원법상 제한이 있음 △도시관리계획의 변경을 필요로 함 등의 이유를 들어 일관되게 불허하는 회신을 해왔다.

    이처럼 여러 가지 곤란이 있기 때문에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재임하던 2009년에도 한 차례 민간투자사업 내지 서울시 재정사업으로 곤돌라를 설치하는 방안이 검토됐으나 좌초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원순 시장이 곤돌라 설치를 강행하는 것은 행정의 일관성을 해치는 일이며, 민간사업자의 신뢰보호 원칙을 해친다는 지적이다.

    또, 이미 민간사업자의 케이블카가 있는 곳 바로 옆에 곤돌라를 설치함으로써 중복투자와 환경 문제, 경관 훼손이 문제되는데도 이를 강행하려는 의도 또한 의심스럽다는 지적이다.

    새누리당 의원실 관계자는 "적자를 감수하고 시민의 혈세로 메꿔가며 곤돌라를 운영한다면, 영세한 중소기업이 운영하고 있는 민영케이블카는 도산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비효율적인 중복투자를 통해 민영을 공영으로 전환하는 셈인데, 사회주의적인 정책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지난 7월 17일 도시계획관리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행정사무조사특위 회의록에 따르면, 새누리당 박성숙 서울시의원은 "남산이 그렇게 큰 산이 아닌데 기존 케이블카가 있고 곤돌라도 있으면 환경도 훼손되고 미관상으로도 좋지 않을 것 같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김성보 서울시 재생정책기획관은 "기존 (민간사업자의) 케이블카는 정리가 돼야 한다는 게 저희 (서울시)의 사업 목표"라면서도 "현재까지 전략상 더 자세한 논의를 하기에는 시기상조"라고 말을 아꼈다.

    시의회 특위의 회의에서 시(市) 관계자가 멀쩡한 민간기업의 '정리'를 운운한다는 점에서 마치 1985년 국제그룹 강제 분해·해체가 떠오를 정도로 시대착오적이라는 게, 이 회의록을 본 정치권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한 관계자는 "권력자가 나서서 특정 기업을 '정리'하는 게 목표라고 국회에서 발언했더라면 상상도 못할 후폭풍이 일었을 것"이라고 혀를 찼다.

    게다가 해당 민간사업자는 자신의 사유지를 활용해 사업을 하고 있어, 서울시에서 이를 '정리'하거나 '공유화'를 시도할 명분도 없다는 지적이다.

    같은 날 서울시의회의 특위 회의에서 새누리당 우미경 시의원은 "(민간사업자가 케이블카 승하차장에서 얻는) 임대수익과 (주차장의) 주차수익은 남산의 여러 가지 재산의 한 형태일텐데, (수익을 누가 취할지에 대해 민간사업자가) 서울시와 논의해 본 적이 있는가"라고 질의하자, 윤종장 서울시 교통기획관은 "임대료를 받는 사업장의 위치는 사실 (민간)사업자의 사유지"라고 털어놨다.

    이에 놀란 우미경 시의원이 "잠깐만, 국유지가 아니고 사유지인가"라고 재차 질의하자 윤종장 서울시 교통기획관은 사유지에서 임대수익과 주차수익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국유지를 빌려서 하는 사업도 아니고, 민간사업자가 자신의 사유지를 활용해 벌이고 있는 사업을, 서울시에서 '정리'하는 게 목표라고 발언했다는 점에서 충격이 더욱 크다는 지적이다.

  • ▲ 민간사업자가 운영하는 남산케이블카가 남산 정상을 향하고 있다. ⓒ뉴데일리 윤진우 기자
    ▲ 민간사업자가 운영하는 남산케이블카가 남산 정상을 향하고 있다. ⓒ뉴데일리 윤진우 기자

    이와 관련, 야권 일각에서는 민간사업자가 운영하는 남산케이블카의 허가·면허 기간이 없다는 점을 문제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새정치민주연합 서윤기 시의원은 이날 회의에서 "삭도(케이블카) 사업에 허가 기간이나 면허 기간이 없다"며 "이것은 법적 미비사항"이라고, 이것이 무슨 커다란 비리나 특혜라도 되는 양 주장했다. 새정치연합 김희걸 시의원도 "(박원순 시장이 이끄는 서울시 공무원) 여러분들의 의식을 바꿔주면 이것(민간사업자의 남산케이블카)이 서울시민의 품으로 돌아간다"고, 몰수(沒收)나 다름없는 공유화를 부추기기도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에 따르면, 국내외적으로 케이블카·곤돌라 사업은 허가 기간 설정이 없는 것이 대부분인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관광객들이 많이 방문하는 일본 가나가와현 하코네 온천의 명물 '로프웨이'는 이즈하코네철도주식회사라는 민간기업이 1963년부터 운영하고 있는데, 허가·면허 기간의 제한이 없다.

    융프라우·몽블랑 등과 함께 우리나라 관광객들이 많이 오르는 스위스 마테호른산에 오르기 위한 클라인마테호른 케이블카도 민간사업자가 1977년부터 경영하고 있지만 허가·면허 기간의 제한이 없는 것은 동일하다.

    국내외 사례를 무시하고 무작장 민간사업자가 하는 일을 딴지걸고, 심지어 바로 옆에 국민과 시민 혈세를 무차별 투입해 동일한 시설물을 건설해 민영사업을 고사시키려고 하는 시도가, 그 근저에 사회주의적 의도가 깔려 있는 것이라면 대단히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나아가 이렇게 민영사업을 도산시키고 남산 곤돌라 사업이 시민 혈세에 의해 공영으로 운영될 경우, 적자 발생에 따른 부담을 고스란히 다시금 혈세로 메워야 한다는 점도 문제다.

    공영 곤돌라 이용료를 고가로 책정할 경우, 대부분 염가 관광 상품을 통해 건너오는 중국인 관광객이 이용하려 하지 않을 것이므로 수요 부족에 따른 적자 전환이 우려된다. 그렇다고 곤돌라 이용료를 저가로 책정하면 그 자체로 중국인 관광객의 관광 비용을 서울시민이 세금으로 보조하는 셈이 돼 부당하다.

    게다가 장차 중국의 경제 성장이 이어지고 중국인의 소득 수준이 향상되면 우리나라 국민들이 그랬던 것처럼 근린국가 관광 수요보다는 유럽·미주·남반구를 향한 관광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점도 걱정거리다. 이른바 '유커' 붐이 꺼지게 되면, 국비와 시비를 투입한 남산 곤돌라는 흉물이 돼버릴 수 있다는 것이다.

    남산케이블카는 민간사업자가 자기 자신의 부담과 리스크로 경영하는 것이므로 수요와 적자의 문제를 서울시민이 걱정하거나 떠안아야 할 우려가 없지만, 이것이 공영 사업으로 전환되면 하나하나가 서울시민의 골칫거리가 된다.

    다만 이제원 서울시 도시재생본부장은 "만일 중국인 관광객이 하루 아침에 싹 끊어진다든지 하는 일이 발생하면 적자가 날 수 있다"면서도 "그런 식으로 가정해서 정책을 추진할 수는 없는 일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어 "오히려 (곤돌라 설치 등으로) 적극적으로 관광 수요를 끌어와야 한다"며 "지금은 정상부 포화가 우려될 정도로 관광 수요가 넘치는 상황이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적자 걱정은 없다"고 해명했다.

    이와 관련해,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를 공론화한 이노근 의원은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광화문에 태극기도 게양하지 못하게 하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기념관도 땅 파다가 중단시키는 것이 박원순 시장의 서울시 아니냐"며 "애국가에 나오는 성산인 남산에 그렇게 (공영 곤돌라 설치 강행을 통해 민영사업자를 '정리') 하려는 것을 보면 정체성이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