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의 반대말은 거짓이 아니고 확신"은 부정확한 번역…정확한 뜻은 무엇?
  • ▲ 박주신씨 병역비리 의혹을 핵심쟁점으로 하는 양승오 박사 등 시민 7명에 대한 공직선거법 위반 공판을 알리는 법정 안내문. ⓒ 뉴데일리DB
    ▲ 박주신씨 병역비리 의혹을 핵심쟁점으로 하는 양승오 박사 등 시민 7명에 대한 공직선거법 위반 공판을 알리는 법정 안내문. ⓒ 뉴데일리DB


    박원순-박주신의 병역 의혹에 관한 재판이 열린 그날은 [9.24 대첩]으로 불린다.
    크게 이긴 날이다.
    무엇이 이겼나?
    진실존중 마인드가 이겼다.
    [머리의 정직성](intellectual integrity)이라 불리는 미덕이 이겼다.


    이제까지 우리가 알아왔던 정직성—아니스티(honesty)는, “참이라 믿고 있는 것을 말하는가, 아닌가?’의 문제다.
    [머리의 정직성](intellectual integrity)은 이와 전혀 다른 미덕이다.
    자기 자신의 이익-편견-입장에 어긋나더라도 참을 참이라 선선히 인정할 줄 하는 담백함, 즉 진실존중 마인드를 뜻한다.
    이는 현대문명이 만들어낸 최신의 미덕이요, 인류가 도달하는 궁극의 미덕이다.


    이번 폭스바겐 사태 역시 이 미덕이 얼마나 중요한지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개발 엔지니어와 ‘기준-준수 전문가’(compliance professional, 자동차가 안전기준을 충족하는지 여부를 미리 가늠하는 내부 전문가, 예를 들어, GM대우의 경우 2명의 전무가 이끄는 수십 명 조직이 전업으로 이 업무에 매달려 있다)들이 [머리의 정직성]을 가지지 않았기 때문에 폭스바겐이 수십 조원의 손해를 보게 생겼다.
    세계 최대의 자동차 회사이기에 문 닫을 지경까지는 가지 않겠지만, 치명적 타격을 받을 것은 확실하다.
    폭스바겐 케이스는, 전문지식층의 [머리의 정직성](intellectual integrity)과 직업윤리(professional ethics)가 조직과 사회의 생사존망을 가르는 요소라는 점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주었다.


    [머리의 정직성]은, 우리가 살고 있는, 고도화된 지식-기반 문명(knowledge-base civilization)의 척추-심장-뇌수 역할을 하는 전문지식층의 미덕이다.
    전문지식층이 이 미덕을 갖추면, 사회가 공정해 지고 생명 번영의 기운이 넘실거리게 된다.
    전문지식층에 이 미덕이 없으면, 지식-학벌-면허증을 앞세워 민초의 등골을 빠는 아전 지배 체제가 된다.



    1. 그날 재판정에서는…


  • ▲ 박주신씨 병역비리 의혹’의 유력증거인 주신씨 명의 엑스레이 사진. 왼쪽부터 공군훈련소(2011년 8월)-자생병원(2011년 12월)-비자발급용 엑스레이(2014년 7월). ⓒ 뉴데일리DB
    ▲ 박주신씨 병역비리 의혹’의 유력증거인 주신씨 명의 엑스레이 사진. 왼쪽부터 공군훈련소(2011년 8월)-자생병원(2011년 12월)-비자발급용 엑스레이(2014년 7월). ⓒ 뉴데일리DB


    9월 24일 재판에서는 두 개의 커다란 승리가 있었다.

    첫째, 이날 재판부는 “박주신 가슴통 X-Ray 판독위원회를 제대로 구성하라!”는 현명한 결정을 대한의사협회에 지시했다.

    박주신 X-Ray에는 버전이 둘이 있다.

    한 버전은, 영국에 비자 신청할 때 제출한 X-Ray 및 공군에서 찍은 X-Ray이다.
    이 둘은 동일 피사체를 찍은 것이 확실하며 그 피사체는 박주신임도 확실하다.
    이 버전을 [진짜 가슴통 X-Ray]라 부르자.

    그런데 다른 버전이 하나 더 있다.
    이는 병무청에 제출된 버전이다.
    이를 [병무청 가슴통 X-Ray]라 부르자.
    많은 근골격의학자들이 [진짜 가슴통 X-Ray]의 피사체와 [병무청 가슴통 X-Ray]의 피사체가 다르다고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대한의협“두 가지 버전의 가슴통 X-Ray 피사체가 같은지 다른지 감정하라”고 위촉했었다. 단, 이때 양승오 박사 등의 변호사(차기환 등)와 검사는, “영상의학회에 맡기지 않고 전문성과 신뢰성 있는 인사들로 독립적 감정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고 합의했었음에도 대한의협추무진 회장 체제는 이를 영상의학회에 맡겼었다.


  • ▲ 2012년 2월 22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이 발표한 박주신씨 MRI(좌측)와 35세 남자의 비교 MRI(182cm/90kg).ⓒ 뉴데일리DB
    ▲ 2012년 2월 22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이 발표한 박주신씨 MRI(좌측)와 35세 남자의 비교 MRI(182cm/90kg).ⓒ 뉴데일리DB


    영상의학회 집행부는 이미 2013년에 있었던 별건의 검찰 조사에서, “세브란스에서 2012 년2월 22에 찍은 MRI와, 그 이전에 병무청에 제출되었던 MRI는 동일인이다”라는 안이한 감정을 내려 사실상 박주신에게 면죄부를 주었던 전력이 있는 집단이다.

    문제는 “두 MRI가 동일 피사체를 찍었냐 아니냐?”가 아니라, “두 MRI의 피사체가 박주신이냐 아니냐?” 였었다.

    그럼에도 검찰은 영상의학회 “두 개의 MRI가 동일한 피사체를 찍은 것인가?”라는 [잘 못 된 질문]을 제시했다.
    이 경우, 영상의학회의 집행부는 마땅히, 향후에 있을 시비에 대한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기 위해서라도, “본 감정에는 피사체가 박주신인가 아닌가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는다. 본 감정은 오직 두 MRI가 동일 피사체인가에 대해서만 다루었을 뿐이다”라는 제한(디스클레이머, disclaimer)을 명시했어야 마땅했었다.
    그러나 그들은 이를 명시하지 않았다.


    이 같은 제한 명시를 디스클레이머(disclaimer)라 부른다.
    전문지식에 바탕한 모든 책임 있는 문서(예를 들어, 기업에 대한 감사보고서)에는 그 문서가 책임질 수 있는 부분과 책임지지 못 하는 부분을 구별짓는 디스클레이머가 붙어야 한다.


    더욱이, 영상의학회의 핵심 집행 임원이 바로 2012년 2월 22일 박주신이 세브란스에 출몰했을 때 현장을 지휘한 이승구 교수이기 때문에, 영상의학회 집행부는 [이해관계를 가진 당사자](interested party)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영상의학회 집행부는 [가슴통 X-Ray]에 대한 감정주체가 될 자격이 없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무리하게 영상의학회 집행부에 [가슴통 X-Ray] 판독을 의뢰한 대한의협추무진 회장 체제도 좀 수상하다.
    대한의협추무진 회장과 집행부는 박원순이 35번 의사를 인격살인 했을 때, 이에 가세해서 35번 의사를 비난하는 기자회견을 했던, 지극히 정치편향적 집단이다.
    박원순에 충성하기 위해, 사경을 헤매는 동료 35번 의사의 등짝에 칼질을 했던 자들이다.


    감정 판독 주체가 되기에 부적합한 대한영상의학회 집행부에, 감정을 맡긴 대한의사협회 집행부에 대해 재판부는 9월 24일에 “감정 주체를 제대로 구성하라!”라고 명령했음을 공식 확인했다. 
    이는 참으로 커다란 승리이다.


    둘째, 이날 재판에서는 박주신의 이빨을 치료했다고 주장하는 치과의사 문씨가 제출한 [구강 X-Ray]가 허위조작일 가능성이 높다는 결정적 증거가 밝혀졌다.


  • ▲ 박주신씨 명의의 자생병원 엑스레이 가운데 치아상태를 볼 수 있는 사진. ⓒ 뉴데일리DB
    ▲ 박주신씨 명의의 자생병원 엑스레이 가운데 치아상태를 볼 수 있는 사진. ⓒ 뉴데일리DB


    문제의 [구강 X-Ray]는 2005년 박주신이 만 20살일 때 찍은 것이라 주장되지만,  37번 어금니는 빠져 있고, 38번 사랑니가 완전히 자라나와 신경뿌리까지 썩은 상태에서, 37번 어금니가 있던 자리로 밀려 기울어진 상태를 보여주고 있다.
    이에 대해 서울치대 교수가 “(그 나이에 사랑니가 완전히 나는 경우도 드물지만), 사랑니가 신경뿌리까지 썩어서, (이미 썩어 빠져버린 37번 어금니가 있던 자리로) 밀려 기울어지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취지의 소견서를 제출했다.


    말하자면 [기적의 MRI], [기적의 가슴통]에 이어 [기적의 사랑니]가 발견됨 셈이다.


    이날, 치과의사 문씨는 횡설수설을 너무 심하게 한 나머지 재판정을 개콘으로 만들었다.
    방청객들이 문씨의 뻔뻔스런 횡설수설에 혀를 차면서 실소를 터뜨리는 일이 이어지자, 재판부는 “제발 웃지 마십시오”라는 웃지 못 할 명령까지 내려야 했을 지경으로 몰렸다.
    양승오 박사 및 차기환 변호사 측은 치과의사 문씨를 [모해에 의한 위증죄] (피고를 불리하게 만들 목적으로 위증한 죄)로 고소할 예정이다. 


    2. 독립적 개인들이 만들어내는 집단지성

  • ▲ 차기환 변호사(사진 왼쪽)-영상의학전문의 양승오 박사(동남권원자력의학원 암센터 핵의학과 주임과장, 가운데)-최대집 의료혁신투쟁위원회 공동대표(오른쪽). ⓒ 뉴데일리DB
    ▲ 차기환 변호사(사진 왼쪽)-영상의학전문의 양승오 박사(동남권원자력의학원 암센터 핵의학과 주임과장, 가운데)-최대집 의료혁신투쟁위원회 공동대표(오른쪽). ⓒ 뉴데일리DB

    차기환 변호사는 최근 의료와 혁신을 위한 투쟁위원회(위원장 최대집)에 [가슴통 X-Ray]에 대한 감정을 의뢰했다.
    의혁투최대집 위원장은, 이 의뢰에 바탕하여 이번 추석 연휴기간 동안, 전국 약 5백명의 근골격의학자, 영상의학자들 개개인에게, [가슴통 X-Ray] 감정을 위촉했다.
    10월 15일 경까지는 이중 수 백 명으로부터, 개개인이 각각 독립적으로 판단한 감정소견서가 접수될 것으로 예측된다. .


    차기환 변호사는 또한 문제의 [구강 X-Ray]에 대해서도 전국 수 백, 수 천의 치과의사들 개개인에게 “만 20세 청년의 38번 사랑니가 다 자라 나와, 신경뿌리까지 썩은 상태에서, 이미 썩어서 뽑힌 37번 어금니쪽으로 기울어져 누울 수 있습니까?"라는 문제에 대한 감정소견을 물을 계획이다.
    물론 치과의사 단체를 통해서 이루어지는 일이다.


    이 감정소견 위촉서의 하단에는 물론, 치과의사 문씨가 법정에서 주장했던 [치료 과정 및 치료 행위] 역시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백그라운드 정보]로서 제공될 예정이다.
    이에 대해 전국 수 백, 수 천의 치과의사들이 차기환 변호사(이메일 주소 kwchah@naver.com) 측이 지정한 치과의사단체로 소견을 회신하게 된다.


    이는 전형적인 집단지성(collective intelligence) 작동방식이다.
    이제까지 깡통진보는 게시판에 우글우글 모여서 "옳소! 옳소!"라 외치는 폭도의 행태를 두고 [집단]지성이라 불러왔다.
    이런 식이라면, 평양 작업실에 글쟁이들이 우글우글 모여 '민족의 태양이신 수령님 일대기'를 조작해내는 [집단]창작이야말로 [집단]지성이 된다.


    이는 착각이다.


    집단지성은 독립적 개개인 각각이 판단의 주체가 된 상태에서, 그 판단결과가 네트워크로 모아질 때 이루어진다.
    집단지성의 성립 조건은 다음과 같다.


    1. 참여자들이 해당 분야에 대한 상당한 수준의 지식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2. 참여자들이 [독립적 개인]으로서 판단/평가해야 한다.
      즉 "다른 사람은 어떻게 판단-평가하는가?"에 대해 알려 하지도, 신경 쓰지도 않아야 한다. 

    3. 이렇게 각각 [독립적 개인]으로서 내린 판단/평가를 모아서 총합해야 한다.


    즉 이제껏 우글우글 [떼]를 지어 움직이는 것을 두고 '집단지성'이라 불러왔던 것 자체가 '집단사기'였던 것이다.


    참된 집단지성의 대표적 사례로 꼽히는 [영국 소 시장 케이스]를 한 번 살펴 보자.
    한 마리의 소를 두고, 소시장에 오는 사람들 (즉, 소에 대해 좀 아는 사람들)이 [각자 독립적 개인]으로서 쪽지에 [소 무게 추정치]를 적어 내었다.
    약 800 개의 쪽지가 모였다.
    나중에 이 추정치를 몽땅 모아 평균을 내니까, 실제 소 무게와 불과 3.6 kg (소 몸무게의 0.8%) 밖에 차이나지 않았다.

    1906년에 있었던 일이다.
    이곳 한반도에서는 썩은 왕실과 고관대작들이, 왕실을 보존 한답시고 나라를 들어 일제에 바쳤던 그 시절, 지구 반대편 영국에서는 [독립적 개인들에 의한 집단지성에 대한 발견]이 이루어졌다.


    박주신
    케이스는 대한민국 사회에서 최초로, 제대로 작동하기 시작하는 집단지성이다.
    수백, 수천의 전문가들이, 옆의 사람의 판단/평가에 신경쓰지 않고, 오직 [한 명의 독립적 개인]으로서 판단하는 상황이다.
    [독립적 개인]들의 판단이 수렴되는 상황이다.


    이것이야말로 "[진실존중], 즉 [머리의 정직성 intellectual integrity]이 우리 사회의 제1미덕(prime virtue)이어야 한다!"라는 위대한 선언, 그 자체 아닌가!

    이것이야말로 우리 사회의 거대한 각성(the great Enlightenment) 아닌가!

    이것이야말로 조선왕조의 무기력한 지식인과 썩은 아전으로부터 이어져 내려온 병든 DNA에 대한 전면적 반역(total rebel) 아닌가!

    이것이야말로 우리 사회의 깡통진보, 깡통보수, 패거리 문화의 민낯을 드러내는 [위대한 정오](The Great Noon, 니체의 용어. '진실의 순간'을 뜻함) 아닌가!



    3.진실은 과정이다


    이번 박원순-박주신 병역 의혹 프로젝트는,  [머리의 정직성](intellectual integrity)을 우리 사회의 제1미덕으로 우뚝 세우게 된다.
    진실존중을 강력한 문화로서, 굳건한 기풍으로서 확립하게 된다.  


    그런데 진실이란 무엇인가?

    요즘 박원순-박주신 건에 대해 “확실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괜히 되지도 않을 일 파헤치다가 박원순의 역습에 당한다. 덮자!”라는 주장이 가끔 나온다.
    이 주장을 하는 논객 중에는 ‘니체의 말’이라 하면서 다음과 같은 문구를 인용하는 케이스가 종종 있다. (니체가 유행인가?) 

    "진실의 반대말은 거짓이 아니고 확신이다”

    어감이 부정확한 번역이다.
    정확한 번역은 이렇다. 


    "확신이야말로 거짓보다 훨씬 더 위험한 '진실의 적'이다."
    Convictions are more dangerous enemies of truth than lies.


  • ▲ 니체의 명저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뉴데일리 사진DB
    ▲ 니체의 명저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뉴데일리 사진DB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이라는 책의 483장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필자 주 :
    이 책의 제목은 비꼼 표현이다.
    [원숭이다운 너무나 원숭이다운]이란 뜻이다.
    니체는 인간을 "뺨이 붉은 원숭이"라고 조롱했다.


    니체가 말하는 진실은 무엇인가?

    그것은 [머리의 정직성](intellectual integrity에 바탕하여 과학적 접근방법을 통해, 보다 진실된 것을 향해 끝없이 수렴해 가는 과정이다.
    즉 진실은 [확립된 정보 혹은 지식]이 아니라, [보다 진실된 것에 쉬지 않고 접근해 가는] 진실-추구-과정이다.
    이 과정이 곧 진실이다.


    확신은 이 과정을 멈추게 만든다.
    이때 확신은 공자가 그토록 심하게 꾸짖었던 고(
    ) 즉 완고함을 뜻한다.


    반면 거짓은 오히려, [진실-추구-과정]을 촉발시킬 수도 있다. 
    양승오 박사가 이상야릇한 MRI에 의해 촉발되어 [진실-찾기]를 시작 했듯이….


    그래서 니체는, "확신이야말로 ‘진실의 적’이다"라고 했다.
    니체는 진실이란 곧 [진실-추구-과정]이며, 완고한 확신이야말로 [진실-추구-과정]을 스톱시키는 독약이라고 보았던 것이다.


  • ▲ 2012년 2월22일 이른바 '박주신씨 공개신검'을 진행한 서울 신촌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앞에서, 엄마부대봉사단을 비롯한 시민단체 회원들이, 병역비리 의혹의 진상규명을 위해 병원이 앞장서 줄 것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2012년 2월22일 이른바 '박주신씨 공개신검'을 진행한 서울 신촌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앞에서, 엄마부대봉사단을 비롯한 시민단체 회원들이, 병역비리 의혹의 진상규명을 위해 병원이 앞장서 줄 것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MRI에 대해, “이것은 20대 청년의 것일 수 없다"라는 [세계 최고 수준 전문가]로서의 의심에 바탕해서 "박주신 몸을 한번 제대로 찍어보자"라는 양승오 박사의 입장과,

    "MRI는 세브란스라는 기관에 의해 그 진본성(authenticity)이 보장됐다"라고 착각하는 입장 (세브란스는 MRI의 피사체가 박주신임을 검증하지도, 증명하지도 않았다)….

    이 두 개의 입장 중 어느 것이 [진실-추구-과정]이고, 어느 것이 [완고한 확신]인가?

    전자는 양승오박사의 입장이고, 후자는 “박원순-박주신 건을 덮자”는 입장, 아닌가?


    4. 짐승 할래? 사람 될래?


    우리는 왜 진실존중, 즉 [머리의 정직성]을 제1미덕으로 우뚝 세워야 하는가?

    니체는 현대문명의 본질을 가장 정확하게, 가장 깊게, 가장 먼저 통찰한 철학자로 꼽힌다.
    그에 의하면 우리가 [머리의 정직성]을 미덕으로 받들어 모셔야 할 이유가 둘이다.


    첫째, 우리가 공동체를 이룰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서로 진실존중 마인드를 가지는 것이다.

    우리 각자는 아등바등 세계화된 시장 질서 속에서 살아가는 맹렬한 개인이 되었다.
    너의 입맛과 나의 입맛이 다르며, 너의 사고방식과 나의 사고방식이 다르다.
    거의 모든 측면에서 조금씩 혹은 엄청나게 다르다.
    우리 각자는 유니크한 개인들이다.
    이 맹렬하면서도 유니크한 존재들이 공동체를 이룰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머리의 정직성]을 제1미덕으로 공유하는 길 밖에는 없다.
    [자기 자신의 입장과 이해관계에 어긋나더라도 참을 참이라고 선선히 인정할 수 있는 담백함]을 공유할 수 있다면 공동체를 이룰 수 있다.

    니체는 이 공동체를 '짜라두짜의 마을’이라 불렀다.


    둘째, 자유롭고 맹렬한 영혼이 ‘사람’이 될 수 있는 길은 오직 진실존중 뿐이다.


    이제 우리 모두는 자유로운 존재가 되었다.

    깡통진보는 입만 벙긋하면 자유타령을 하지만, 이는 케케묵은 헛소리에 지나지 않는다.
    니체는 이미 130년전에 이렇게 말했다.

    “나는 네가 [무엇으로부터] 자유스러워진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무 관심 없어.

    네가 [무엇을 위해] 자유스러워진 것인지, 내 눈 똑바로 보고 말해 봐!
    자유로워 진답시고 그나마 있던 도덕과 관습의 굴레를 내팽개치고,

    짐승 같은 년/놈이 된 사람이 한 둘인 줄 알아?”


    “자유롭고 맹렬하다”는 것은 에고(ego)가 해방되었음을 뜻한다.
    해방된 에고에겐 두 개의 길 밖에는 없다.

    하나는 짐승 혹은 탐욕스런 존재 혹은 자기중심적 존재가 되든가….

    아니면 성숙한 자아(Self)가 되든가.


    자아는, “자기 자신과 삶을 객관화시켜 응시하는 존재”다.
    그래야 웃어야 할 때 웃고 울어야 할 때 울고 분노해야 할 때 분노하고 사랑해야 할 때 사랑할 줄 안다.


    공자는 "군군신신부부자자"(君君臣臣父父子子)를 가르쳤다.
    지도자는 지도자답고, 신하는 신하답고, 아비는 아비답고, 자식은 자식다워야 한다고 가르쳤다.
    롤 모델(role model, 역할에 따른 책임과 권한 체계)의 중요성을 이야기한 것이다.


    그러나 자아에 이르는 길은 이것만 가지고는 부족하다.
    "소소읍읍분분애애"(笑笑泣泣憤憤愛愛)쯤 되어야 한다.
    웃고 울고 분노하고 사랑하는 것이 너무도 자연스럽고 자유스러운 존재….


    자기 자신과 삶에 대한 객관화가 성숙했기에, 감정조차 활달하고 자연스러워 진 것이다.


    나 자신과 삶을 객관적으로 응시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나의 욕망, 이해관계, 편견을 식별하고, 이를 뛰어넘어, 참을 참이라 선선히 인정할 수 있는 담백함이 있어야 한다.
    즉 진실존중 (머리의 정직성)은 에고가 자아로 성숙해 갈 수 있는 유일한 통로다.


    이렇듯, [머리의 정직성]은, 우리 각자가 한 명의 맹렬하고 자유로운 개인으로 살아야 하는 세상에서, 공동체를 이룰 수 있게 해주는 공통지평일 뿐 아니라,  개인 실존(에고)를 자아로 성숙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햇볕이요 공기요 물이다.
    [머리의 정직성]이 없다면 [나]라 불리는  자유로운 존재는 [고삐풀린 짐승]으로 타락할 수 밖에 없다.


    짐승 할래? 아니면 사람 될래?—
    이 엄혹한 질문을 마주할 때 우리는 [머리의 정직성]이라는 미덕에 주목할 수 밖에 없다.


    자기 자신에 대해 “자유롭고 맹렬하며, 때론 사납고 때론 부드러운 영혼”이라 느끼는 우리는 그래서, 이번 박원순-박주신 병역의혹 프로젝트를 계기로, 진실존중(머리의 정직성)이라는 본원적 미덕이 한껏 조명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한없이 감사하고 기쁠 뿐이다.



    5. 정치공학인가 순수인가?


    정치공학을 지나치게 좋아하는 사람들 중에는 "박주신이 피사체인 것이 맞다. 박원순이 한 방 뒤집기를 위해 타이밍을 노리고 있을 뿐이다. 그러니까 덮자"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이건 순전히 정치공학적 계산이다.
    좋다.
    정치공학적으로 한 번 생각해 보자.
    한마디로 이렇다.

    "만약 박원순이 한방으로 뒤집을 수 있는 데 그 카드를 지금 사용하지 않고 나중을 위해 짱박아 둔 것이라면, 박원순은 바보다."


    왜?

    지금이야말로 야권 재조직이 이루어지고 있는 매우, 매우, 결정적인 국면이기 때문이다.

    만약 박원순이 병역 이슈로 손발이 묶이지 않았다면, 야권은 지금과 같은, [편협하고 망조가 확실한] 486 독주체제로 재편되지 않았을 것이다.


  • ▲ 박원순 서울시장. ⓒ 뉴데일리DB
    ▲ 박원순 서울시장. ⓒ 뉴데일리DB


    만약 박원순이 훨훨 날아다녔더라면, 야권은 훨씬 더 강력한 체질로 재조직되었을 것이다.
    그에게 막강한 486 전대협 거물들이 결합하기 이전인 2012년, 그는 깡통진보 시민운동판의 역량만 가지고도 <혁신과 통합>을 만들어 민주당의 절반을 털어 먹었던 괴물이다.
    지금 박원순 진영의 역량은 그때와는 비교할 수도 없다.
    486 전대협 거물들이 디글디글하게 모여 있다.
    그런데도 이번 야권의 총체적 위기 속에서도 박원순은 꼼작하지 못 하고 있다.
    병역 의혹에 손발이 묶여 있기 때문이다.


    요약하면 이렇다.

    1. 피사체가 박주신이어서, 박원순이 뒤집을 수 있는데, '나중을 위해' 카드를 짱박은 것이라면, 뒤집기 걱정할 이유가 없다.
    왜?
    박원순은 [손자환갑 기다리다 굶어 죽는 바보]니까.
    바보를 두려워할 이유는 없지 않은가!


    2. 또한 뒤집힐 것이 확실하다고 하더라도 [합리적 의심]을 지속적으로 제기하는 편이 오히려 유리하다.
    박원순이 카드를 아끼느라 우물쭈물하는 동안, 그의 손발이 모두 묶이기 때문이다.
    박원순의 한 방에 뒤집히고 나면 오히려 이렇게 역공하면 된다.

    “국민이 정치공학의 대상물이냐?
    왜 좀 더 일찍 MRI 찍어서 국민들의 의혹을  풀어 주지 그랬어?”

    3. 피사체가 박주신이 아니라면, 전력을 다해 [합리적 의심]을 밀어 붙어야 한다.


    즉 어느 경우든, 전력을 다해 [진실을 추구하는 게임]을 뛰면 된다. 정치공학적으로 계산해도,  순수한 마음으로 살펴보아도 [진실 추구]라는 결론이 나온다.
    정치공학적 계산과 순수한 마음의 움직임이 동일한 행동지침으로 귀결된다는 것은, 축복이다.
    통상 정치공학과 순수는 서로 충돌하기 때문이다.



    6. 위대한 정오


    정치공학은 욕망과 물질에 관한 것이고, 순수는 마음과 영혼에 관한 것이다.
    차원이 다르다.

    두 개의 다른 차원에서 각각 돌아가는 나침반 바늘이 하나의 동일한 방향을 가리키는 순간을 니체“위대한 정오”(The Great Noon)라 불렀다.

    박원순-박주신 병역의혹 프로젝트에 관해서는, 정치공학의 나침반도 진실추구를 가리키고, 순수한 마음의 나침반도 진실추구를 향하고 있다.
    위대한 정오다.

    위대한 정오에서는 해가 정수리 위에 걸리기 때문에 그림자가 짧아진다.
    그림자가 짧아지면 감출 수 있는 게 최소화된다.
    한마디로, 근수가 나오는 것이다.
    모든 사람, 모든 사물, 모든 행위가 저울에 올라서서 자기 근수를 고백해야 하는 순간이다.


    장담한다.

    대한민국의 정치문화, 사회심리는 박원순-박주신 병역의혹 프로젝트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그날 이전에는 전문지식층 사이에, 지식-학벌-면허증을 내세워 민초의 등골에 빨대를 꼽고 생명의 즙을 쪽쪽 빠는 행위를 당연하게 여기는 풍조가 만연했다.


    그날 이후에는 전문지식층이라면, 당연히 [머리의 정직성]을 제1미덕으로 떠받들어 모시는 태도가 요구된다.
    진실존중이 무엇인지 모르는 자, 진실을 경멸하는 자는 분노, 경멸, 구역질의 대상물이 되어 돌팔매로 맞아 죽게 된다.


    그날 이전 대한민국은 무늬만 공화국(a procedural republic)인 상태였었다. 
    진정한 공화국이란, 그 구성원 사이에 핵심 가치, 즉 공통의 제1미덕이 존재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무런 공통의 제1미덕이 없는 상태라면, 각자 지 욕심 차리느라 정신이 없는 아비규환인, 무늬만 공화국인 상태일 뿐이다.


    그날 이후 대한민국은 진정한 공화국이 된다.
    사회를 이끌어가는 전문지식층이 ‘머리의 정직성’을 제1미덕으로 공유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금 지식기반 문명을 이끌어갈 건강한 전문지식층의 등장을 목도하고 있다.
    또한 우리는 지금 [대한민국이 공화국으로서 탄생하는 순간]을 살고 있다.




  • ▲ 박원순 서울시장. ⓒ 뉴데일리DB

    박성현 저술가/뉴데일리 주필.
    서울대 정치학과를 중퇴하고,
    미국 조지워싱턴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1980년대 최초의 전국 지하 학생운동조직이자
    PD계열의 시발이 된
    '전국민주학생연맹(학림)'의 핵심 멤버 중 한 명이었다.
    그는 이 사건에 대해 재심을 청구하지도
    민주화보상법에 따른 보상도 일체 청구하지 않았다. 

    한국일보 기자, (주)나우콤 대표이사로 일했다.
    본지에 논설과 칼럼을 쓰며,
    두두리 www.duduri.net 를 운영중이다.

    저서 : <개인이라 불리는 기적> <망치로 정치하기>
    역서 : 니체의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웹사이트 : www.bangm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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