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성지순례 중 사상자 ‘1,700여 명’ 발생에 시아파 지도자, 사우디 왕실 비난
  • ▲ 지난 24일(현지시간) 사우디에서 성지순례 중 일어난 압사사고 직후 수습 장면. ⓒ이란 관영 프레스 TV 보도화면 캡쳐
    ▲ 지난 24일(현지시간) 사우디에서 성지순례 중 일어난 압사사고 직후 수습 장면. ⓒ이란 관영 프레스 TV 보도화면 캡쳐


    지난 9월 24일(현지시간), 성지순례 기간 중 일어난 대규모 압사사고로 1,700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사우디 정부는 공식 사망자가 169명이라고 밝혔지만, 성지순례에 많은 국민들이 간 이슬람 국가들은 사망자가 더 많음에도 사우디 정부가 ‘사실’을 은폐하고 있다고 성토 중이다.

    이런 가운데 이란이 사우디 왕실을 맹비난하고 나서 눈길을 끈다. 이란은 무슬림 인구 가운데는 소수인 시아파의 맹주를 자처하고 있다.

    알리 라리자니 이란 의회 의장은 28일(현지시간), “앞으로 성지순례 관리에 관한 권한을 사우디 정부에서 ‘이슬람 협력기구(OIC)’로 넘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슬람 협력기구’는 수니파, 시아파를 통틀어 모든 무슬림 최고 지도자들이 모여 정책과 포교 전략 등을 논의하는 협의체다.

    이란 국영 언론들은 24일 성지순례 압사사고를 주요 뉴스로 다루면서, “사우디의 살만 국왕의 아들인 모하마드 빈 살만 왕자를 위해 성지순례객들이 이용해야 하는 도로를 막는 ‘과잉 의전’ 탓에 압사사고가 발생했다”는 보도를 내놓기도 했다.

    일부 이란 언론은 “살만 국왕이 압사사고 당시를 찍은 CCTV 영상을 급히 수거, 일급기밀 보관소에 숨기라고 지시했다” “사우디 왕실이 자신들을 비난하는 글이 대중들에게 퍼지지 못하도록 막고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고 한다.

    이 때문인지 이란 테헤란 주자 사우디 대사관 앞에서는 연일 “알 사우드 정권에 죽음을”이라는 구호를 내건, 사우디 왕실 규탄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이란 종교계와 정부가 한 목소리로 사우디 왕실을 공격하자, 사우디 왕실 측은 SNS 등을 통해 이란 최고 종교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마네이를 ‘사탄의 대변인’이라며 맹비난, 사우디와 이란 간의 감정 대립이 점점 고조되고 있다.

    칼리드 알 사우드 왕자는 자신의 트위터에 “아야톨라 알리 하마네이가 이번 참사 희생자들을 애도한다는 것은 거짓말”이라면서 “이란 아야톨라의 두 손은 시리아와 이라크 수니파 어린이들의 피로 물들어 있다”고 맹비난했다.

    이란의 최고 권력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마네이는 성지순례 압사사고 직후인 24일과 27일, “이번 참사에 대해 사우디 왕실이 모든 책을 져야 한다”고 비난한 바 있어, 이란과 사우디 간의 대립은 이슬람 성지 가운데 두 곳을 직접 관리하는 사우디 왕실과 이란의 아야톨라 간의 상호비방전으로 변하고 있다.

    이는 최근 유럽과 러시아, 미국 정치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는 시리아-이라크 내전 문제와 맞물려 무슬림 내 수니파와 시아파 간의 갈등으로 비화될 소지도 있다고 외신들은 분석하고 있다.

    전 세계 17억 무슬림 인구 가운데 90% 가량은 수니파, 10% 미만이 시아파다. 수니파의 공식적인 맹주는 정해져 있지 않으나, 메카, 메디나 등 주요 성지를 직접 관리하고, 수많은 수니파 단체의 활동에 막대한 금전적 지원을 하는 사우디 왕실이 ‘실질적인 맹주’ 역할을 하고 있다.

    시아파가 대다수인 이란은 1979년 종교 혁명 이후 이 같은 사우디 왕실을 타도 대상으로 규정하고, 사사건건 충돌을 빚어왔다.